'해리 왕자' 대신 "손자"라고 부른 英여왕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20.01.14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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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기 가지며 영국·캐나다서 생활…수일 내 최종결정 내릴 것"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서섹스 공작 내외. /사진=AFP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서섹스 공작 내외. /사진=AFP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13일(현지시간) 왕실에서 독립하겠다는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왕자비의 뜻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이날 여왕은 성명을 통해 "해리 왕자 내외가 '전환기(period of transition)'를 가지며 영국과 캐나다에서 생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성명은 여왕이 찰스 황태자와 형 윌리엄 왕세손, 해리 왕자와 함께 해리왕자의 향후 거취를 결정하기 위한 긴급 회의를 소집한 직후 나왔다.



여왕은 "오늘 손자와 그 가족들의 미래에 관해 매우 건설적인 논의를 했다"면서 "우리 가족과 나는 젊은 가족으로서 새로운 삶을 만들고자 하는 해리와 메건의 열망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다만 여왕은 "전업적인 왕족으로 남아 있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는 그들이 왕실 일원으로서 전임(full-time)으로 계속 활동하길 선호한다"면서도 "가족의 소중한 일부로 남아있으면서 한 가정으로서 보다 독립적인 삶을 살고 싶어하는 그들의 소망을 존중하고 이해한다"고 말했다.



여왕은 며칠 안에 최종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해리와 메건은 그들의 새로운 생활을 공공 자금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면서 "이것들은 우리 가족이 해결해야 할 복잡한 문제고, 해야 할 일이 좀 더 있지만, 앞으로 며칠 안에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여왕이 성명에 공식 직함을 쓰지 않고 '해리와 메건'이라고 쓴 것은 이례적이다. 역사학자 로버트 레이시는 BBC에 "여왕이 성명에서 '나의 가족', '내 손자' 라고 쓴 것은 놀라울 정도로 현실적"이라면서 "성명을 관료들이 대신 썼을 수 있지만 여왕이 가족에 대해 느끼는 걱정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리 왕자와 형 윌리엄 왕세손. /사진=AFP해리 왕자와 형 윌리엄 왕세손. /사진=AFP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왕자비는 지난 8일 왕실 고위 구성원 자리를 내려 놓고 재정적으로 독립하겠다고 선언했다. 부부에 대한 언론의 과도한 관심, 형인 윌리엄 왕세손과의 불화 등이 배경으로 꼽힌다. 해리 왕자와 메건 왕자비 모두 최근 몇달 간 언론의 과도한 관심에 대해 불편함을 호소했다. 해리 왕자는 "나는 (언론에 의해) 어머니를 잃었고, 지금 아내가 그때와 같은 강력한 힘에 희생되는 것을 보고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한 바 있다. 그의 어머니인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는 1997년 8월 파파라치 추적을 벗어나려다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하지만 윌리엄 왕세손과 동생 해리왕자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이들이 불화를 겪고 있다는 언론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명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오늘 한 영국 신문사에서 서섹스 공작(해리 왕자)과 케임브리지 공작(윌리엄 왕세손)의 관계에 대해 추측성 가짜 보도가 실렸다"며 "정신 건강을 둘러싼 문제들을 매우 심각하게 여기는 형제들에게 이런 방식의 선동적인 언어 사용은 공격적이며 잠재적으로 해롭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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