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지 말아요"…뉴욕 한복판 '비비고' 식당 가보니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20.01.14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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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뉴욕 록펠러센터 '비비고' 팝업스토어, 일평균 500만원 매출…2월엔 뉴욕서 한식 푸드트럭 운영

미국 뉴욕 맨해튼 록펠러센터 지하에 위치한 CJ제일제당의 비비고 팝업스토어에서 손님들이 줄 지어 음식을 주문하고 있다/ 사진=이상배 뉴욕특파원미국 뉴욕 맨해튼 록펠러센터 지하에 위치한 CJ제일제당의 비비고 팝업스토어에서 손님들이 줄 지어 음식을 주문하고 있다/ 사진=이상배 뉴욕특파원


영화 '나홀로 집에 2'에 나와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진 뉴욕 록펠러센터 크리스마스트리. 그 아래에 위치한 거대한 지하상가 한켠에서 익숙한 한국 가요가 흘러나온다. CJ제일제당이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개점한 ‘비비고 팝업스토어'다.

개점 3주째를 맞은 13일(현지시간) 정오. 매장은 밀려드는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같은 건물에 입주한 NBC방송 간부부터 인근 금융회사 직원, 해외 관광객까지 고객층도 다양했다.



인기 메뉴는 만두튀김와 닭강정, 그리고 잡채다. 가격은 1인분에 7달러(약 8000원) 정도. 15∼20명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있지만, '퀵서비스'(패스트푸드) 레스토랑답게 포장해서 나가는 손님이 대부분이었다.

맛은 한국에서 먹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체로 맵거나 짜지 않았는데,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는 손님들을 위해 특제 고추장 소스를 따로 제공하고 있었다. 고추장과 쌈장을 섞은 것이라고 했다.



손은경 CJ제일제당 식품마케팅본부장(부사장)은 "그동안 현지인들이 좋아하도록 맛을 여러가지로 바꿔봤는데 모두 실패하고, 결국 한국인들이 평소 먹는대로 만드는 게 답이란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일일 매출을 물어봤다. 하루 평균 4000달러(약 463만원) 정도로, 최고 4500달러(약 520만원)까지 올린 적도 있다고 했다. 손익분기점인 2000달러의 2배를 달성한 셈이다.

하루 매출의 절반이 발생하는 점심시간(11시30분∼오후 2시) 기준으로 이 지하상가 내 '퀵서비스' 레스토랑 가운데 매출액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현지인들이 선호하는 레시피를 구현하기 위해 미국 유명 요리학교인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 출신 셰프를 배치한 것이 한몫했다고 한다.

이곳의 단골이라는 조시 베이커는 "2주 전에 이 식당을 처음 알게 됐는데, 만두와 닭강정이 입맛에 맞아 자주 찾는다"며 "지난주에는 4일에 걸쳐 동료들과 함께 와서 거의 모든 메뉴를 맛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엔 12시에 오면 줄이 너무 길어 30분 일찍 내려와 주문한다"고 했다.

이 매장 매출의 약 10%는 비비고 냉동만두 등 포장제품 판매에서 발생한다. 식당에서 맛을 보고 만족한 뒤 가족들과 함께 먹기 위해 포장제품을 사가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이 팝업스토어는 당초 2월28일까지만 한시적으로 운영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록펠러센터 측의 요청으로 계약 연장 또는 정식 입주가 논의되고 있다.

이날 식당을 찾은 NBC 간부 에반 무어는 "로스앤젤레스(LA) 출신이어서 원래 한식을 잘 알고 좋아하는 편"이라며 "이 식당이 문을 닫지 않고 계속 영업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올해 비비고 관련 매출의 약 절반을 해외에서 거둔다는 계획이다. 지난해엔 비비고 브랜드 총매출 1조5000억원 가운데 해외 매출이 4800억원에 그쳤다. 그러나 올해는 총매출 2조700억원 중 9700억원을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게 목표다.

한식의 저변화를 위해 CJ제일제당은 다음달 3일~14일 맨해튼 미드타운과 뉴욕대(NYU) 등 뉴욕의 '핫스팟'에서 '비비고 푸드트럭'을 운영하며 다양한 한식을 소개한다는 계획이다.

손 부사장은 "그동안 미국 서부에 집중됐던 한류 열풍이 K-팝과 한국 영화의 인기를 타고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며 "앞으로 미국 동·서부를 중심으로 한식붐을 확대시키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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