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화산만큼 뜨거운 사랑?…"우리 결혼했어요"

머니투데이 구단비 인턴기자 2020.01.13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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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랜돌프 에번이 12일(현지시간) 필리핀 탈 화산 폭발 순간을 담은 치노 배플러, 캣 배플러 부부의 결혼식 사진을 공개했다./사진=랜돌프 에번 페이스북 캡처사진작가 랜돌프 에번이 12일(현지시간) 필리핀 탈 화산 폭발 순간을 담은 치노 배플러, 캣 배플러 부부의 결혼식 사진을 공개했다./사진=랜돌프 에번 페이스북 캡처


필리핀 탈(Taal) 화산이 폭발해 화산재가 끊임없이 분출되고 있음에도 결혼식을 강행한 부부가 누리꾼들 사이에서 이목을 끌고 있다.

12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치노 배플러와 캣 배플러 부부는 이날 오후 탈 화산에서 10마일(약 16㎞) 떨어진 타가이타이 시의 사바나 농장에서 결혼식을 치렀다.



이날 탈 화산에서는 화산재가 계속 분출되고 있었다. 늦은 밤 필리핀지진화산연구소는 탈 화산의 화산재 기둥 높이가 15㎞에 이르자 경보를 4단계로 격상했다. 4단계 경보는 위험한 수준의 폭발이 수 시간이나 수일 내로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를 뜻한다.

이에 따라 필리핀 당국은 탈 화산 반경 14㎞ 이내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발령했다. 하지만 배플러 부부는 대피령이 내려진 범위에서 살짝 벗어난 곳에서 결혼식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 덕분에 결혼사진을 찍던 사진작가 랜돌프 에번은 이날 오후 5시30분쯤 화산재 기둥을 배경으로 이들 부부의 모습을 카메라에 포착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특별한 웨딩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 또한 부부의 사랑의 서약을 함께 지켜본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작가 에번은 "화산 폭발 관련 소식을 SNS에서 계속 확인하며 긴장하고 있었다"며 "실시간으로 발령되는 경보와 그 단계가 격상되는 걸 인지했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이어 "최악의 경우 (결혼식을) 어떻게 해야 할지 우리끼리 신중하게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누리꾼들은 "잊을 수 없는 순간일 것 같다", "멋진 사진"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또 다른 누리꾼은 "많은 사람들이 필리핀 화산 폭발로 피해를 받고 있는데, 이를 배경으로 한 웨딩 사진이 아름답다고 칭송받는 건 부적절한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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