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 주가 하락에 기름 부은 유상증자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0.01.13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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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유증 부담…'승자의 저주' 우려 확산

HDC현산 주가 하락에 기름 부은 유상증자


HDC현대산업개발 (17,430원 ▼510 -2.84%)아시아나항공 (11,050원 ▼70 -0.63%) 인수에 대한 '승자의 저주' 우려가 커진다. 주가 하락이 이어지는 와중에 자금 조달을 위한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하락 속도는 더 빨라진다. 증권가에서도 현 시점에서 주가 '바닥'을 가늠하기 어렵다며 투자의견과 목표주가 하향 조정을 지속하고 있다.



13일 오전 11시30분 기준 증권시장에서 DH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은 전 거래일 대비 1300원(5.49%) 떨어진 2만24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주가 희석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지난 10일 현산은 407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공시했다. 발행주식수는 2196만9110주로 현재 발행주식 총수 4393만8220주의 50%에 달한다. 발행 예정가는 1만8550원. 지난 10일 종가(2만3700원)보다 20%나 저렴한 신주가 대거 상장한다는 소식에 구주 가치가 하락한 것이다.



유상증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청약 미달 물량)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된다. 구주주에게는 기존 주식 1주당 신주 0.5주가 배정되고 청약 이후 남은 물량은 일반공모로 조달하는 형식이다.

주가 하락이 이어진다면 신주 발행가는 더 낮아질 수 있다. 확정 발행가액은 1차 발행가액과 2차 발행가액 중 낮은 금액으로 결정하는데, 1·2차 발행가액 산정 시점의 주가가 지금보다 더 낮아지면 이를 기준으로 발행가액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현산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이유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아시아나 항공 인수에 필요한 자금은 총 2조5000억원이다. 현산은 보유현금 5000억원과 유상증자 4000억원, 공모회사채 3000억원, 기타 자금조달 8000억원 등으로 약 2조원의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주가 하락은 대규모 유상증자로 인한 주가 희석 우려도 있지만 과도한 자금조달로 현산의 재무구조가 악화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서는 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정 이후 승자의 저주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아시아나가 국내 '탑2'로 꼽히는 대형 항공사라는 점은 매력적이지만 무리한 인수로 현산의 재무상태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현산의 자본금은 2조1323억원, 현금성 자산은 9158억원이다. 자기자본보다 큰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선 외부에서 대거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다. 현재 부채비율은 115% 정도지만 이번 자금조달로 부채비율의 상승은 불가피하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인수과정에서 차입금이 약 1조1000억원 증가하더라도 이번 유상증자로 자본금도 늘면서 부채비율은 130% 수주으로 관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연이어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무엇보다 부채비율 800%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까지 상당한 자금과 시일이 소요될 가능성이 크고, 과도한 현금 유출로 현산 본업 가치도 저평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산은 부동산 개발(시행)과 건설시공이 주요 사업인데, 보유현금이 줄어들면 부동산 개발을 위한 자금에도 문제가 생긴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최근 갈수록 분양 실적이 감소하는 등 본업 부진이 이어지는 것도 시장의 우려를 높인다.

현산은 2018년6월 분할상장 이후 주가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분할상장 당일 종가 7만5600원을 기록한 이후 1년반 동안 주가는 70% 가량 하락했다.

지속적인 주가 하락에도 지금이 바닥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증권가의 시각이다. 이날 케이프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분석 리포트를 내면서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했고 목표주가도 내렸다. '매도' 리포트가 거의 없는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현실을 감안하면 중립 의견은 사실상 매도 의견에 가깝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재무제표 기준으로는 싼 주식이지만 딜 종료 후 4월 이후부터 아시아나항공 실적이 연결로 인식되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바닥을 잡기 어렵다"며 "장기적으로 아시아나항공의 턴어라운드에 따른 실적 호조를 기대하고 있지만 중기적으로는 회사의 리스크 요인이 크게 부각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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