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반정부 시위 격화…"적은 이란내에 있다…美아냐"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2020.01.13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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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FP./사진=AFP.


이란 정부의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를 규탄하는 반정부 시위가 이틀째 벌어졌다.

12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이날 수도 테헤란 전역에서 여객기 추격 희생자를 추모하고 이란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남서부 아자디 광장에서는 대규모 집회가 열리면서 이란 경찰과 이란혁명수비대(IRGC) 소속 군인 수백 명이 파견되기도 했다. 군경은 최루탄을 발사하며 시위 진압을 시도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그들(정부)은 우리의 적이 미국이라고 거짓말했다"면서 "우리의 적은 이곳에 있다"고 외쳤다.

테헤란 소재 샤리프 베헤슈티 공과대학 인근에는 수백 명이 모였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에는 시위대가 대학 주변 길거리에 그려진 미국 성조기와 이스라엘 국기를 밟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담겼다.



BBC는 이에 대해 "이란 정부의 프로파간다를 거부하는 상징적인 행위"라고 설명했다. 시위대가 반미주의를 이란 정부의 선전에 따른 결과로 여기면서, 정부의 의도와 반대로 미국과 이스라엘의 국기를 밟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이란의 반관영 파르스통신은 테헤란 곳곳에서 발생한 시위에 총 1000명이 참가했다고 추산했다. 이날 시위 참가자들의 상당수가 여성과 젊은 층이었다. 이란의 다른 도시에서도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고 BBC는 전했다.

이날 시위에는 롭 매케어 이란 주재 영국 대사도 참여했다가 체포돼 3시간 만에 석방되기도 했다.


앞서 지난 8일 수도 테헤란을 이륙한 우크라이나행 여객기가 추락하면서 탑승자 176명 전원이 숨졌다. 이란 정부는 국제사회가 '이란군 격추설'을 제기하자 이를 일축해왔다.

그러나 격추 정황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사흘 만에 입장을 번복했다. 이란은 전날인 11일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실수로 격추했다고 뒤늦게 시인했다.

이에 같은날 테헤란 아미르 카비르대 등에서 이란 정부가 거짓말을 했다며 이를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물러나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시위대 지지에 나섰다. 그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영어와 페르시아어(이란어)로 "이란의 지도자들은 시위대를 죽이지 말라.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고 이란 정부를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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