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된 불안, 고개드는 반등 기대감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20.01.13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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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장전] 중동 불안 진정 조짐에 리스크 지표도 안정세, 유동성의 이중적 성격 유의해야

/그래픽=김현정디자인기자/그래픽=김현정디자인기자


연초 국내외 증시를 출렁이게 했던 이란발 불안이 진정될 조짐을 보이면서 금융시장 불안을 방증하는 각종 지표들이 안정세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금융시장에서는 마치 '풍선 효과'처럼, 불안감이 사그라들면 동시에 기대감이 고개를 들곤 한다. 국내에서도 글로벌 유동성에 힘입은 상승세가 재개될 것인지에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위기관련 지표 중 대표적인 것이 환율이다. 한국 경제 안팎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 원화 환율이 치솟는다(원화 절하). 이란 사태 발발 초기만 해도 1200원선을 돌파하니 마느니 했던 최근 원/달러 환율은 1160원선에서 안정세를 찾은 모습이다. 국제유가 3대 유종은 물론이고 국제금값도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위험자산 선호도가 다시 높아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는 얘기다.

김예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란 갈등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황에서 증시는 다시 호재에 반응하면서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이번 주 미국·중국 1차 무역합의안 서명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며 업황개선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섹터를 중심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김 연구원은 "1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그 중심에는 정부 정책과 맞물리는 IT가 여전히 자리잡을 것"이라고 봤다. 1월 효과란 연초 수급 등 이유로 중소형주가 대형주에 비해 상대적 강세를 보이는 현상을 의미한다. 실적 개선 기대감에 풍부해진 유동성이 대형주 쪽으로 대거 쏠리면서 지난해 12월 이후 상승장세에서 중소형주가 다소 소외된 바 있다. 대형주의 실적개선이 아직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 그만큼 밸류에이션 부담도 커지기 때문에 그간 소외된 중소형주 쪽으로 유동성이 순환매 성격으로 이동하지 않겠냐는 게 김 연구원의 설명이다.

그는 "연초 이후 대외 리스크가 확산되며 투자심리가 흔들릴 때에도 외국인은 순매수했고 그 중심에 IT가 있었다"며 "이같은 온기는 대형주에서 중소형주로 확산되면서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또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기대감, 정부의 소재.부품.장비 정책, 데이터3법 개정 등으로 IT업종의 비중확대 전략은 여전히 유효할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유동성이 풍부해진 상황이 다른 부정적 상황을 초래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글로벌 경제와 기업 실적 등 펀더멘털 지표의 개선 없이 글로벌 주식시장이 상승하면서 밸류에이션에 대한 부담이 상당히 높아졌다"며 "경기회복이 가시화된다면 지난해 주가상승 이유는 충븐히 증명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조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회복은 좋은 소식이지만 그간 잠잠했던 물가지표가 고개를 들고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할 것"이라며 "글로벌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적극적 통화정책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물가상승으로 인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변화는 금융시장 추세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변수"라고 봤다. 물가가 상승할 경우 미국 연준을 비롯한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고 이로 인해 추가적 유동성 공급이 멈출 수 있다는 게 그의 우려다.

윤영교.방인성.한지영.김윤보 케이프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이후 국내 증시 상승을 주도한 모멘텀이 점차 약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설 연휴에 따른 장기 휴장, FOMC(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앞둔 경계감 등으로 외국인 자금을 중심으로 수급이 다소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시장 조정은 가격조정보다 기간조정의 형태일 확률이 높다. 반도체, 철강, 화학, 자동차, 은행 등 저평가 돼 있으면서도 상대적 강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업종의 비중 확대를 권고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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