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이후 이렇게 많은건 처음" 면세점 마비사태

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유승목 기자, 이강준 기자 2020.01.1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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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서울 을지로 롯데면세점을 찾은 이융탕 임직원들이 매장에 들어서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사진=롯데10일 오후 서울 을지로 롯데면세점을 찾은 이융탕 임직원들이 매장에 들어서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사진=롯데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중국 선양 건강식품·보조기구 제조회사인 이융탕(溢涌堂) 임직원 및 관광객들이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을 찾아 쇼핑을 하고 있다. 이융탕 임직원 5000명이 지난 7일부터 5박 6일간 인센티브 관광을 왔으며 단체 관광객 규모로는 한한령이 시작된 2017년 이후 단일 규모로는 최대이다. 2020.01.10.     20hwan@newsis.com[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중국 선양 건강식품·보조기구 제조회사인 이융탕(溢涌堂) 임직원 및 관광객들이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을 찾아 쇼핑을 하고 있다. 이융탕 임직원 5000명이 지난 7일부터 5박 6일간 인센티브 관광을 왔으며 단체 관광객 규모로는 한한령이 시작된 2017년 이후 단일 규모로는 최대이다. 2020.01.10. [email protected]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이렇게 많은 중국 단체관광객이 찾은 것은 처음입니다. 오전부터 고객들이 몰려오는데 정신이 없어요"



12일 오후 3시 서울 을지로 롯데면세점은 그야말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어림잡아 수십여대의 관광버스가 면세점을 에워싸 체증을 빚을 정도였다. 매장안도 마찬가지로, 일요일 낮시간임을 감안해도 브랜드 점포마다 긴줄이 이어지고 엘리베이터가 만원일 정도로 붐볐다. 인기가 높은 설화수와 후 매장은 몰려든 인파에 마비상태였다. 줄을 선 이들은 붉은 깃발을 든 가이드 안내에 따라 이동하면서도 한국산 화장품과 운동화, 홍삼 등 쇼핑목록을 얘기하며 들뜬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40대 중국인 천모씨는 "한국에 오자마자 화장품을 살 계획이었다"면서 한한령을 묻자 "잘 모른다, 신경쓰지않는다"고 답했다. 또 다른 50대 중국인은 "1등 면세점이라고 들어 사람이 많을거라고 예상했는데 이 정도 일지는 몰랐다"며 "조심스럽지만 한중관계가 빨리 해빙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중국 선양의 건강식품·보조기구 업체인 이융탕(溢涌堂) 직원들로 지난 7일 인센티브(포상) 관광차 5박 6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2017년 중국 사드 보복이후 사상최대 규모인 5000명이다. 이들 임직원을 실은 버스 100여대가 10일부터 12일까지 사흘간 서울 롯데면세점 본점과 월드타워점, HDC신라아이파크, 신세계명동점 등 주요 시내면세점을 방문했다.



사흘간 4000여명, 롯데면세점 찾았다
롯데면세점에만 지난 10일 1000여명, 11일 2000여명, 12일 1000여명 등 4000여명이 찾았다. 이들은 시간대별로 조를 짜서 매장을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롯데면세점을 찾은 것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 중국은 2017년 사드 사태이후 한한령을 내세우며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 계열 사업장 이용을 금지했다. 이로 인해 3년 간 롯데면세점이나 백화점, 롯데월드에서 중국인 단체여행객의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롯데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허용된 것은 아니지만 중국 정부의 묵인 없이 단체관광객이 롯데면세점을 방문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논의와도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올 상반기로 알려진 시 주석의 방한선물 보따리에 '한한령 4불(不)정책 해제'가 포함될 것이란 관측이 커지며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의 귀환이 점쳐지는 것이다. 4불 정책은 △롯데그룹 계열사 이용 금지 △온라인 관광상품 판매 금지 △전세기·크루즈 금지 △대규모 광고·온라인 판매 제한 등이다.


곳곳에 해빙조짐...시진핑 방한에 촉각
이미 조짐이 있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6년 12만3000명에 달했던 중국 인센티브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관광)는 2017년 1만7000명으로 쪼그라들었고 2018년 3만9900여 명에 그쳤다. 그런데 지난해 서서히 급증하더니 10만 명 넘어서며 사드 이전 수준에 육박했다.

중국 내에서 한국 단체여행 상품이나 복수 비자 발급을 재개하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최근 중국 여행업체 '중국청년사(CYTS)'는 7일 간 한국 서울과 설악산 등을 방문하는 패키지 상품을 열었다. 중국국제여행사(CITS)도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해 경복궁과 청와대 등 5일 서울을 여행하는 상품 등을 판매중이다.

"사드 이후 이렇게 많은건 처음" 면세점 마비사태
중국 내에서 한국관광 수요가 높아지는 것 역시 한한령 해제 관측에 힘을 싣는다. 중국도 정치적 관계를 떠나 자국 내 여행수요를 한한령으로 계속 묶어두기엔 부담스러웠다는 뜻이다. 2016년 800만 명에 달했던 방한 중국시장은 2017년 반토막 났지만 지난해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K팝과 K뷰티 등 신한류의 영향을 받은 개별관광객 때문이다. 관광공사 관계자는 "중국 내 여행통계를 보면 한국은 인기여행지에 포함되지 않지만, 이는 단체여행 상품이 막혔기 때문"이라며 "개별여행객(FIT·싼커) 위주의 여행수요가 높은 한국은 전체 중국 해외여행객을 놓고 보면 5위 안에 든다"고 말했다.

12일 중국국제여행사(CITS)에 올라온 서울 여행 관련 상품. /사진=CITS 홈페이지 캡처12일 중국국제여행사(CITS)에 올라온 서울 여행 관련 상품. /사진=CITS 홈페이지 캡처
유커가 돌아온다면 국내 관광, 면세산업에 호재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한국은 1750만 명의 역대 최대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였는데 유커까지 더해지면 올해 목표인 2000만 명도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한한령이 풀리면 중국에서 150만명 정도 더 방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거에도 한중관계가 해빙 무드로 접어들었다 다시 막혔던 사례가 있었단 점에서 속단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중국 당국에서 한한령 해제를 공식 발표하지 않는 한 확언하기 어렵다"며 "중국 내 최대 온라인 여행사인 씨트립이 한국행 상품을 판매해야 비로소 유커가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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