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유니콘과 공모시장의 엇갈림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2020.01.14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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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 민족' 매각은 자본시장에도 시사하는 바가 컸다. 독과점 논란 등이 남아있지만, 4조7000억원이라는 매각 가격은 모바일 플랫폼의 막대한 가치를 시장에서 인정했다는 의미다.

배달의 민족이 대박을 터트리면서 공모시장에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의 활약이 본격화 될 시점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뜬구름 잡기와 같던 모바일 플랫폼의 가치가 배달의 민족 매각으로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유니콘이 우리 자본시장에서 IPO(기업공개)를 통해 성장을 위한 투자 재원을 조달하고, 이후 성장의 과실을 국내 투자자와 향유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 정착이 필요하다. 실제로 쿠팡, 야놀자, 직방 등 각 분야의 대표 모바일 플랫폼에 대한 IPO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유니콘의 국내 증시 상장은 애를 먹고 있다. 무엇보다 밸류에이션에 대한 눈높이가 걸림돌이다. 우선 유니콘 기업의 장외 가치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시장 가치와 괴리가 크다. 과연 공모시장에서 배달 앱 가치로 4조7000억원을 감당할 수 있을까. 쿠팡, 야놀자, 직방 등 다른 유니콘 역시 마찬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기업과 투자자, 시장 간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전략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주식 유통시장 활성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코스닥벤처펀드 도입, 모태펀드 등 정책자금 확대로 벤처캐피탈(VC)의 자금력은 탄탄해졌지만, 확대된 유동성은 주로 상장 전 발행시장에 집중됐다.

반면 유통시장은 성장이 오랜 기간 정체됐다. 코스닥지수가 여전히 600대에 머물러 있는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장외 기업의 가치는 해마다 높아지는데 유통시장은 수년간 제자리다. 현재 시장에서 거래 중인 기업의 가치가 올라야 IPO 기업의 높은 몸값도 수용할 여력이 생긴다. 그 동안 정부의 지원 정책이 발행시장에만 집중된 건 아닌지 되돌아볼 때다.

유니콘이 국내에서 IPO를 통해 추가적인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지 못 할 경우 결국 해외 시장 상장이나 외국기업 혹은 대기업에 팔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우리 경제의 혁신 성장을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유니콘의 IPO 적정 시기로 주로 2020~2021년을 꼽는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기자수첩]유니콘과 공모시장의 엇갈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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