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하니 "격추 실수 전적으로 인정"…이란 협상 나설까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2020.01.12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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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의 아미르카비르 공대 앞에서 대학생 수백 명이 모여 반정부 시위에 나섰다. /사진=AFP.11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의 아미르카비르 공대 앞에서 대학생 수백 명이 모여 반정부 시위에 나섰다. /사진=AFP.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항공 소속 여객기 격추와 관련해 최대 피해국인 캐나다와 우크라이나 정상에게 사과했다. 이란 정부가 국내외 압박을 거세게 받으며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 등에 따르면 로하니 대통령은 이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통화하면서 깊은 유감과 사과의 뜻을 전하고,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해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약속했다. 캐나다는 2012년부터 이란과 단교했음에도 로하니 대통령이 사죄에 나섰다.



그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도 "이번 참사에 연루된 모든 이가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겠다"라며 "이번 일이 이란군의 실수로 벌어졌음을 전적으로 인정한다"고 사과했다.

이에 트뤼도 총리는 같은날 기자회견을 통해 이란에 진상 규명을 요구했으며,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란에 진상 규명 및 시신 인도,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했다.



지난 8일 발생한 여객기 격추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탑승자 176명 중 캐나다 국적자는 57명, 우크라이나 국적자는 11명으로 집계됐다.

앞서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이란군이 여객기를 격추시켰다는 가능성이 제기되자 이를 일축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압박 속 미사일 격추 정황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사흘 만에 입장을 번복했다.

이날 이란혁명수비대는 수도 테헤란을 이륙한 우크라이나 항공 여객기를 미국의 순항미사일로 오인해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시인했다.


민항기 격추 소식에 이란 내에서도 이란 정부에 대한 반발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이날 테헤란의 아미르카비르 공대 앞에서 대학생 수백 명이 모여 반정부 시위에 나섰다.

며칠 전만 해도 "미국에 죽음을" 구호가 제창되는 반미시위가 열렸지만 이날 시위대는 "거짓말쟁이에게 죽음을" 구호를 외치면서 이란 정부를 비판했다.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미국이 살해하면서 잠잠했던 반정부 여론이 재점화되는 모습이다.

당초 이란은 오랜 경제재재로 실업률이 지난해 16.78%(전망치)를 기록하고 국내총생산(GDP)이 전년대비 9.46% 하락하는 등 불황에 빠졌다. 재정난을 맞은 정부가 지난 11월 석유 보조금을 삭감하면서 유가가 오르자 대규모 시위가 발생, 군의 진압으로 10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났다.

이에 따라 이란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전향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민항기 격추로 대미 강경파인 군부의 영향력이 축소되면서 온건파가 여론을 달래기 위해 제재 해제와 협상에 나선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란 내 반정부 여론을 부추기며 압박에 나섰다. 그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영어와 페르시아어(이란어)로 "나는 대통령 취임 때부터 오랜 시간 고통 받아온 용감한 이란인들을 지지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면서 "우리는 당신들의 용기에 감명 받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이란과의 협상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이제 이란은 (미국의)'최대 압박' 정책이 끝나지 않으며, 자신들도 미국과 군사적 대결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았다"면서 "이란인들이 물러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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