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준법감시委, 삼성 '수뇌부' 먼저 조사하나

머니투데이 이정혁 기자 2020.01.12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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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 공식 출범…각 계열사 이사회 들여다볼 듯

그래픽 유정수 디자인 기자그래픽 유정수 디자인 기자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향후 어떤 방식으로 운영될지 삼성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지난 과오와 비슷한 사례가 반복될 경우 실제 제재나 처벌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가 최대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준법감시위는 삼성전자 (82,200원 ▲1,400 +1.73%)를 중심으로 물산·생명·SDI·전기·화재 등 주요 7개 계열사와 협약이 끝나는 이달 말 공식 출범한다. 이때까지 준법감시위는 사무국을 꾸리고 각 계열사 이사회와 상견례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지형 위원장(전 대법관)은 9일 기자 간담회 당시 총수 일가의 비리는 물론, 경영권 승계, 노동조합, 공정거래, 뇌물수수·부정청탁 등의 분야에서 성역 없는 감시를 시사했다.



단, 준법감시위가 본격 출범한 이후부터 발생한 사안에 대해 윤리경영 여부를 따져보는 게 '기본 원칙'이라고 밝힌 만큼 이전의 일들에 대한 청산 작업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이 간담회에서 '총수'(3번), '최고경영진'(12번)과 관련해 총 15번 언급한 것에 비추어볼 때 준법감시위 초기 역할은 삼성 수뇌부 감시에 상당 부분을 할애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를 위해 이들의 각종 비위 의혹을 신고할 수 있는 체계를 가장 먼저 설치할 것이 유력시된다.

삼성 7개 계열사의 준법 경영 여부는 각 이사회의 주요 의결 또는 심의사항을 준법감시위가 들여다보는 방식이 거론된다. 만약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 정황이 포착됐을 경우 이사회 내 내부거래위원회를, '노조 와해' 의혹에 대해서는 감사위원회가 감시 대상이다.


이 과정에서 구체적인 준법 경영 위반 행위가 적발되면 준법감시위는 해당 계열사 이사회에 권고 의견을 직접 제시하고, CEO에는 시정·제재와 재발방지 방안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사안에 따라 경영진과 마찰이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의 반론도 들어야하는 점을 감안하면 그룹 전반에 이 같은 시스템 정착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준법감시위의 권고는 말 그대로 '권고'일 뿐 법적 구속력은 없기 때문에 이행 여부는 결국 삼성에 달렸다. 7명의 준법감시위원이 7개 계열사를 제대로 살펴본다는 것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독립 기구를 자처하는 준법감시위의 운영에 필요한 각종 지원은 7개 계열사가 분담한다. 이에 따른 중립성 논란도 풀어야 할 숙제다.

그럼에도 이재용 부회장이 김 위원장과 직접 만나 완전한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약한 부분에 기대를 거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최근 파기환송심 재판부에 준법감시위의 활동을 완전히 보장하는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준법감시위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존중할 것"이라면서 "글로벌 수준의 준법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도록 이사회 의결 등 필요한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한 재계 관계자는 "그룹이 인정한 외부 기구에서 총수와 CEO를 감시한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면서 "준법감시위의 활동이 사회에서 인정받는다면 다른 대기업들도 도입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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