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 1마리를 20억원이나 주고 사는 이유는?[日산지석]

머니투데이 김주동 기자 2020.01.12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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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고령화 등 문제를 앞서 겪고 있는 일본 사회의 모습을 '타산지석' 삼기 위해 시작한 연재물입니다.

기무라 기요시 스시잔마이 사장이 지난 5일 낙찰받은 참치의 해체식을 갖는 장면. /사진=스시잔마이 트위터기무라 기요시 스시잔마이 사장이 지난 5일 낙찰받은 참치의 해체식을 갖는 장면. /사진=스시잔마이 트위터


참치 1마리를 20억원이나 주고 사는 이유는?[日산지석]
지난 5일 오전 5시. 일본 도쿄 도요스(豊洲) 수산시장(노량진 시장 같은 곳)에서는 새해 첫 번째 경매가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이날 매물로 나온 참치 중 한 마리는 무려 20억원이 넘는 가격(1억9320만엔)에 낙찰됐습니다. 276㎏이니 ㎏당 70만엔. 평소 경매가의 수십 배 수준입니다.



원래 '축의금 시세'라고 불릴 만큼 첫 번째 경매에는 프리미엄이 붙긴 하지만, 터무니없어 보이는 큰 가격에 일본언론들뿐 아니라 외국언론들도 줄줄이 이 소식을 보도했습니다. 국내에도 전해졌습니다.

낙찰받은 사람은 현지에서는 예상됐던 인물. '참치왕'으로 불리는 기무라 기요시는 2012년부터 올해까지 단 1번만 빼고 모두 경매에서 이겨왔습니다. 지난해엔 무려 3억3360만엔(㎏당 120만엔)을 쓰기도 했습니다.



경매로 산 참치를 특별히 비싸게 파는 것도 아닌데 그는 왜 이렇게 큰돈을 들여서 참치를 살까요? 국내 관련기사에 몇몇 네티즌의 한마디는 핵심을 찌릅니다.

"마케팅이다"
/사진=스시잔마이 트위터/사진=스시잔마이 트위터
기무라 기요시는 '스시잔마이'라는 초밥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첫 참치 경매에 그가 본격 참여한 것은 지난 2012년. 당시 홍콩에서 초밥 사업을 하는 리키 첸 대표가 2008년부터 4년 연속으로 경매에서 이기고 있던 때였습니다.

당시 보도를 보면 기무라 사장은 "참치의 자존심을 외국 자본에 빼앗길 수 없다"면서 경매에 참여했습니다. 앞서 첸은 낙찰가를 607만엔(2008년)에서→963만엔→1623만엔→3249만엔(2011년)으로 조금씩 늘려왔습니다. 하지만 2012년 기무라 사장은 5649만엔으로 가격을 더 높여 낙찰받습니다.


그리고 진검승부였던 2013년, 홍콩의 첸 대표가 다른 초밥집과 합세했지만 기무라 사장은 전년보다 무려 1억엔을 더 써내(1억5540만엔) 주목을 받았습니다. 파격적인 가격에 각종 언론은 이를 기사화 해 화제가 됐고, 아베 신조 총리까지 낙찰된 참치 초밥을 먹었습니다.

전문가들도 놀라는 '3억엔 참치'
/사진=스시잔마이 트위터/사진=스시잔마이 트위터
아사히신문 계열 시사주간지 '아에라'는 지난해 '전문가도 혀를 내두르는 스시잔마이 3억엔 참치 전략'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습니다.

이에 따르면 이 업체가 사상 최고가로 또 경매에서 이겼다는 소식을 들은 한 사람은 서둘러 이 초밥집 본점으로 갔습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낙찰받은 참치 초밥을 먹기 위해 줄을 섰습니다. 1시간 넘게 기다려야 하자 인근의 다른 지점으로 갔습니다. 그래도 30분을 기다렸습니다. 3억 3360만엔에 참치를 샀으니 초밥 한 점에 20만원 넘게 받아야 하지만, 업체는 158~398엔(1700~4200원)에 팝니다. 단, 이 참치로 만든 초밥은 1인당 1점만 먹을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초고가 경매낙찰이 상당한 홍보효과를 가져온다고 평가합니다. 위 기사에서 한 마케팅 컨설턴트는 업체 이름이 언론 매체뿐 아니라 SNS로도 널리 알려지고, 자연스럽게 전달되므로 같은 돈으로 직접 광고하는 것보다 효과가 좋다고 설명합니다.

매출 '쑥쑥'
기무라 기요시 이야기를 담은 책기무라 기요시 이야기를 담은 책
그는 또 "(첫 경매 낙찰비용이) 회사 회계상 '매입원가'가 아닌 '광고비용'에 들어갈 것"이라면서 "(초고가 경매가) 상장사였다면 내부 논의도 되지 않았을 일"이라고 놀라워했습니다.

스시잔마이의 전략에 대해 "연구 대상"이라는 평가도 있고, 경매 낙찰의 홍보 효과에는 수명이 있기 때문에 매년 참가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아무튼 연중무휴 24시간 영업 방식으로 2001년 첫 매장을 연 스시잔마이는 현재 매장수 57곳, 직원 1600명으로 외형이 커졌습니다. 매출도 늘었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채용정보사이트 도다에 따르면 업체의 매출은 2010년(9월 기준) 136억엔에서 지난해 296억엔(3130억원)으로 두 배 넘게 불어났습니다.

올해 경매에서 쓴 돈(1.9억엔)은 연매출의 1%가 안 됩니다(약 0.6%). 기무라 사장은 낙찰받은 후 "역시 비싸네요"라고 엄살을 부렸지만, 아마 내년에도 또 경매에 나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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