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家 집안싸움 때 지분 늘린 반도건설, 누구 편 들까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2020.01.10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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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건설, 한진칼 지분 8.3% 확보 '경영 참여' 선언...한진家 내부 간 갈등, 3월 주총이 관건

대한항공 서소문사옥/사진홍봉진 기자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대한항공 서소문사옥/사진홍봉진 기자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반도건설이 한진그룹 경영 참여를 선언했다. 지분을 8.28%까지 늘리고, 지분 보유 목적도 '경영 참여'로 바꿨다. 한진일가 내부 갈등이 커질수록 반도건설의 지분은 경영권을 좌우할 '꽃놀이패'가 될 가능성이 높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반도건설은 이날 대호개발 등 3개 계열사가 지난해 12월 말 기준 한진칼 (64,000원 0.00%) 보유 지분을 8.28%까지 확대했다고 공시했다. 기존 지분율 6.28%보다 2% 포인트 높인 것이다. 지분 보유목적도 ‘단순취득’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했다.



한진칼 지분 8.28%를 확보하면서 한진가를 포함한 특수관계인(지분율 28.94%)을 제외하면 세 번째로 지분이 많은 주주가 됐다. 한진칼 지분은 KCGI(강성부펀드)가 17.14%, 델타항공이 10%를 보유하고 있다.

반도건설은 지분을 추가 확보하는 것과 동시에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참여로 바꾸면서 경영권 분쟁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이전까지는 단순투자 목적이라고 밝혔으나 3월 정기 주주총회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오자 경영참여로 보유 목적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밖으로 들어난 가족 간 갈등...조원태 vs 조현아+이명희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이기범 기자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이기범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 한진가는 지분 28.94%를 갖고 있고, 백기사로 분류되는 델타항공이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어 정상적이라면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가 가능하다.

문제는 한진가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진가는 △조 회장 6.52%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 6.47% △조 회장의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5.31% 등 4명의 가족이 지분율을 엇비슷하게 보유 중이다.

고(故) 조양호 회장 사후 이들 4명이 경영권 확보에 우선을 두는 듯했으나 지난해 12월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의 경영방침에 반발하면서 내부 균열이 생긴 것이 드러났다. 여기에 조 회장이 지난 크리마스 때 이 고문을 찾아가 난동을 부리면서 가족 간 경영권 분쟁 조짐을 보였다.


조 전 부사장과 이 고문 ‘모녀’가 조 회장과 갈라섰다는 이야기가 업계에 돌았다. 조 회장이 어머니인 이 고문을 찾아가 난동에 대해 사과하고, 이 고문은 받아들였다고 하지만 모자간 갈등 골이 꽤 깊은 것으로 전해진다.

반도건설의 '꽃놀이패'...3월 정기 주총이 '변곡점'
 서울 중구 한진빌딩의 모습 /사진=뉴스1 서울 중구 한진빌딩의 모습 /사진=뉴스1
남매간, 모자간 갈등이 본격화되면 반도건설이 누구 편에 서느냐가 관건이 됐다. 특히 3월 정기 주총에서는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이 다뤄질 예정이다. KCGI는 그간 오너 일가와 대립노선을 걸어왔기에 어느 한쪽의 편을 들지 않으리라고 분석된다.

일부에서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이 이 고문과 친분관계가 있는 것으로 전해지지만 ‘모녀’의 편을 들지는 알 수 없다. 권 회장이 양쪽을 저울질하며 몸값을 올릴 가능성이 더 크다. 반도건설은 가족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지난 12월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수했다.

오너일가가 경영권을 유지하더라도 제3의 주주가 지분율이 높은 것도 향후 경영에 부담이다. KCGI와 반도건설의 지분을 더하면 25.42%나 된다. 국민연금의 지분(지난해 상반기 기준 3.45%)을 더하면 한진 특수관계인 지분보다 많다.

델타항공이 보유한 지분의 역할도 매우 크다. 델타항공의 경우 경영권 참여 선언을 하지 않았지만 대한항공 (22,000원 ▲100 +0.46%)과 조인트벤처를 설립하는 등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향후 다른 산업에서 델타항공에 끌려다닐 위험이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가족간의 갈등이 나타나자 반도건설이 지분을 추가 매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가족간 갈등이 더 커질수록 KCGI나 반도건설 등 외부 자본이 더 개입될 여지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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