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판] "책임없다" 경고문까지 붙인 매운맛 돈가스, 실제 기절하면…

머니투데이 이창명 법률N미디어 에디터 2020.01.11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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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보다 더 매운맛을 찾아다니는 맛집 투어가 유행입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은 보다 더 매운맛 찾아 영상 찍기에 한창일 정도죠. 사회가 각박해질수록 매운맛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분석이 있을 정도인데요. 최근에는 정도가 지나친 매운맛이 유행하면서 각종 에피소드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특히 매운맛 마니아들 사이에선 성지로 불리는 한 돈가스집의 '디진다돈가스'가 유행인데요. 유튜브 크리에이터 '영국남자' 같이 이름 좀 알려진 유튜버들은 이미 진작 영상을 올렸고, 여러 케이블TV에서도 다뤘습니다.



디진다돈까스는 워낙 맵기로 유명하다보니 시식 전 경고문이 있을 정도인데요. 여기서 궁금한 점. 그렇다면 이같은 경고문은 법적 효력이 있을까요. 네이버 법률이 알아봤습니다.
/사진=유튜버 영국남자 디진다돈가스편 캡처/사진=유튜버 영국남자 디진다돈가스편 캡처


결론부터 말하면 '디진다돈까스' 경고문 효력은 없을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경고문이라고 해서 모두 다 법적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법적 효력이 있는 문구를 썼다면 문제가 없죠.

찜질방에서 "가져갈 경우 절도죄로 처벌 받습니다" 라던가 "무임승차시 철도사업법에 따라 수십배의 운임을 부과합니다"라는 경고문은 효력이 있습니다. 이 경고문은 법률이 명시한 내용을 거의 그대로 옮긴 셈이나 마찬가지죠.



◇경고문 효력 있으려면 법률이 명시한 내용이어야

'디진다돈까스' 경고문은 문제가 생겼을 때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라는 내용이 핵심인데요.

고객이 이를 인지하고 나서 먹은 다음 문제가 생겼다고 하더라도 사업주의 책임이 면책되진 않습니다. 앞서 언급한 사례와 달리 법률을 그대로 명시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신발을 분실할 경우 책임지지 않는다는 경고문 역시 사업주의 책임이 면책되는 근거가 되진 않습니다. 공중접객업자에 대한 상법 제152조에 따른 내용이 아니죠. 결국 경고문의 효력이 있으려면 법률적인 내용이 그대로 명시돼야 한다고 봐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매운 돈가스를 먹고 아파도 법적 효력이 없다는 경고문은 민법에서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불법행위의 내용(제750조)이 아니죠. 형사상 책임이 없다는 경고문 역시 효력이 없다고 봐야 합니다. 알려진 대로 우유나 소화제를 준다고 해도 업주의 책임이 면책되는 것은 아닙니다.

면책되지 않는다고 해서 법적으로 끝이 아닙니다. 만약 '디진다돈가스'를 먹고 실제로 사상자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돈가스 섭취와 사망 또는 상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밝히는 과정은 매우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참고로 일본 롯데리아에서는 매운맛 햄버거를 먹기 전에 면책동의서에 서명하는 유튜브 영상이 돌면서 유행을 하고 있는데요. ''디진다돈까스' 경고문 보다는 형식적인 절차를 갖췄지만 국내에서 효력을 갖으려면 동의서에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사진=얼간김준호 유튜브 캡처/사진=얼간김준호 유튜브 캡처
◇매운맛에도 규제가 필요할까

만약 매운맛 돈가스에 식약당국이 허가하지 않은 제품을 첨가했다면 당연히 업주 책임이 훨씬 분명해집니다. 그런데 디진다돈가스에 첨가되는 '부트졸로키아'는 현재 정부에서 별다른 규제나 사용기준을 내건 적이 없는 상황입니다.

최근에는 점점 더 매운맛을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은 캐롤라이나 리퍼처럼 극단적인 매운맛 식품을 먹고 후기를 남기기도 하는데요. 마땅한 규제가 없어 위험천만한 '놀이'가 방치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불과 얼마전 까지만 하더라도 멕시코 고추 '레드사비나아바네로'(Red Savina Habanero)가 기네스북에서 수년간 가장 매운맛을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매운맛 단위인 스코빌지수(SHU)로 따지면 57만 정도입니다. 매운 청양고추의 스코빌지수가 1만SHU라고 하니 맵기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죠.

레드사비나아바네로는 2007년 스코빌지수 100만이 넘는 부트졸로키아에 '가장 매운맛 고추' 자리를 내주었습니다. 2013년엔 캐롤라이나 리퍼(약 200만SHU)가 가장 매운맛을 내는 고추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잘못먹을 경우 쇼크 장애를 일으킬 정도라고 알려져 있는데요.

이처럼 보다 더 매운맛을 찾는 젊은이들이 늘면서 재미 있기 보다는 너무 지나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요. 매운맛에도 구체적인 규제를 만들어야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글 : 법률N미디어 이창명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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