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안전진단 잇단 D등급 "통과라고 하기엔…"

머니투데이 이소은 기자 2020.01.1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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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기대감에 호가 치솟지만 낙관은 무리…적정성 검토 절차 거쳐야

재건축 안전진단 잇단 D등급 "통과라고 하기엔…"


재건축 첫 관문인 안전진단을 신청한 아파트들이 잇따라 D등급 판정을 받고 있다.

이들 단지는 재건축 기대감에 호가가 치솟고 있지만 낙관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안전진단 기준 강화에 따라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 절차가 남아서다. 작년 10월 오류동 '동부그린' 아파트도 정밀진단에서 D등급을 받았으나 적정성 검사에서 최종 C등급을 통보 받아 재건축 추진이 상당기간 어려워진 상태다.



◇재건축 기대감에 호가↑=1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마포구청은 최근 마포구 성산동 '성산시영' 재건축 예비추진위원회에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결과 D등급이 나왔다고 통보했다. 1986년 지어져 올해로 준공 35년차를 맞는 단지다. 3710 가구 규모로 강북권 최대 노후 단지로 꼽힌다. 재건축 후 5000여 가구 규모의 매머드급 단지로 거듭날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정밀안전진단 결과를 통보 받은 단지들은 C등급을 받은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를 제외하면 대부분 D등급 판정을 받았다. 작년 11월 불광미성 아파트, 12월에는 목동 6단지가 D등급을 통보 받았다. 각각 1988년, 1986년 준공된 단지로 준공 33년차, 35년차를 맞는다.



이들 단지는 안전진단 결과 발표를 기점으로 재건축 사업 기대감이 높아지며 호가가 치솟았다. 일대 중개업소에 따르면 현재 불광미성 전용 84㎡ 매물은 6억8000만~7억3000만원 수준에 나와있다. D등급 판정 소식이 알려진 후 8층 매물이 6억8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다. 목동 6단지 전용 95㎡도 지난 10월 15억9500만원(1층)에 실거래 됐으나 현재 매물 시세는 17억6000만~18억5000만원 수준이다.

◇오류동 동부그린, 적정성 검토서 'C등급'=호가가 오르고 있지만 정밀안전진단 결과로만 재건축 가능성을 낙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안전진단이란 시장·군수 등이 안전진단전문기관으로 하여금 구조안정성, 주거환경, 비용편익, 설비노후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재건축 실시여부를 최종 판정하는 절차다. 안전진단 결과 A~E 등 5개 단계 중 A~C등급일 경우 유지보수, D등급은 조건부 재건축, E등급은 재건축으로 나눠 진행된다.

종전에는 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아도 E등급 판정과 동일하게 운영됐다. 그러나 2018년 3월에 발표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정상화' 방안에 따라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는 경우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우선적으로 거치고 재건축을 추진하도록 제도가 강화됐다.


1차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은 불광미성, 목동 6단지, 성산시영도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인 한국시설안전공단 또는 한국기술연구원에서 적정성검토를 거쳐야 최종 등급이 확정된다. 불광미성은 올 상반기 중 2차 안전진단을 준비 중이다.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는 통상 6개월 가량 소요된다.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아도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재건축이 불가능하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서울 구로구 오류동 '동부그린'이 공공기관 적정성 검사에서 C등급(유지보수) 통보를 받았다. 이 단지는 민간업체가 실시한 정밀진단에서 D등급을 받았지만 결국 적정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안전진단 기준이 강화된 후 서울에서 최종적으로 안전진단을 통과한 아파트는 서초구 방배동 '삼호'가 유일하다. 이 아파트는 1975~1976년 사이 준공돼 만 44~45년이 된 단지로 재건축 가능 연한인 30년을 훌쩍 넘긴 곳이다. 2018년 8월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은 후 작년 3월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사까지 통과해 재건축이 가능하다.

안전진단이 재건축의 첫 관문인 만큼 적정성 검사를 통과한다고 해도 재건축 사업이 본격 진행되기까지는 많은 절차가 남아있다. 재건축 사업은 기본적으로 사업준비단계, 사업시행단계, 관리처분계획단계, 완료단계 등으로 나뉘는데 이 중 안전진단은 사업준비단계에 포함되는 초기절차다. 안전진단 통과 후 정비구역 지정, 추진위 구성, 조합 설립, 시공사 선정, 사업시행인가, 조합원분양신청, 관리처분인가(이주·철거), 착공(일반분양), 준공·입주 등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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