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하늘 나는 자동차’ 발표일에 주가는 땅에 추락 왜?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20.01.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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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292>52주 신저가로 떨어진 현대차…추가 하락 위험 vs 저가 매수 기회

편집자주 투자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알면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정의선 ‘하늘 나는 자동차’ 발표일에 주가는 땅에 추락 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7일 미국 라이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전시회 ‘CES 2020’에서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선보여 전 세계인의 큰 관심을 받았다.



정 수석부회장은 ‘CES 2020’ 개막 하루 전인 6일 현대차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모빌리티 환승 거점(Hub) 등 현대차의 미래 스마트 모빌리티(이동수단) 구현을 위한 3가지 솔루션을 제시했다.

그리고 다음날 ‘CES 2020’ 개막일에 우버와 함께 개발한 개인용 비행체(PAV) 콘셉트 모델 ‘S-A1’을 처음 공개했다. S-A1은 날개 15m, 전장 10.7m 크기의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전기 추진 방식의 ‘하늘을 나는 자동차’다. 정 수석부회장은 “오는 2028년에 개인용 비행체(PAV)를 이용한 도심 공항 모빌리티(UAM)가 상용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정 수석부회장이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공개한 날 공교롭게도 한국 증시에서 현대차 주가는 3% 급락하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고 다음날에도 하락해 이틀 연속 추락했다.

최근 2주간 현대차 주가는 –7.9% 급락했다. 지난해 12월 27일부터 8거래일간 하락세에 머무르다 10일에 처음으로 상승 마감했다. 기아차 주가도 이 기간동안 –10.4% 빠졌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가 0.4%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현대자동차그룹 주가는 전체 시장 움직임과 거꾸로 가는 셈이다. 연초 국내 증시에서 진행되는 강세장에서 현대차는 완전 소외돼 있다.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한 지난해 12월 27일부터 1월 10일까지 기관은 현대차를 -1168억원 순매도하고 외국인은 –690억원 순매도했다.


9일 현대차 주가는 장중 한 때 11만원까지 떨어졌는데, 현대차 주가가 10만원선 위로 올라간 2010년 1월 이후 11만원 아래로 떨어진 경우는 지난 2018년 10~11월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의 세타2 엔진 추가 리콜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주가가 급락한 때를 제외하곤 단 한 번도 없었다. 따라서 지금 현대차 주가는 세타2 엔진 추가 리콜 문제로 급락했던 2018년 10~11월을 제외하고 10년 내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2018년 3분기(7~9월)에 현대차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6% 줄어든 2889억원으로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세타2 엔진 리콜 추가충당금 등 품질 관련 일회성 비용 5000억원이 반영된 여파였다. 현대차 주가는 당시 3분기 실적 발표 후 급락해 10만원선이 깨졌다. 그러다 11월 말부터 급반등하기 시작해 두달 후에는 하락분 거의 대부분을 회복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대형 SUV인 팰리세이드를 출시하고 신형 쏘나타(풀체인지)와 소형 SUV 베뉴, 더뉴그랜저(페이스리프트) 등 신차를 연속 출시하면서 주가가 한 때 연초 대비 21% 넘게 상승했지만, 6월 중순 이후 줄곧 내리막을 걷다가 현재는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52주 신저가 수준까지 내려 앉았다.

2018년 10~11월 현대차 주가 급락의 원인은 세타2 엔진 결함에 따른 품질 문제였다면, 올해 초 현대차 주가 급락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현대차가 직면한 문제는 자동차 수요가 늘지 않는 가운데 수소전기차, 자율주행, 미래 스마트 모빌리티 등에 대규모 투자가 들어간다는 점이다. 수요가 줄면서 매출이 감소하는데 새로운 투자비용은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아울러 세타2 엔진 리콜 비용 또한 변수로 작용해 수익성 개선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리고 미래 현대차의 경쟁력에 대해서도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짙다. 단기 수익성을 떠나 향후 현대차가 수소전기차, 자율주행 등 미래 자동차 시장과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등 스마트 모빌리티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냐가 더욱 중요한 포인트다. 과연 현대차가 새로운 변화에 경쟁력을 갖추면서 대응할 수 있는지에 대해 투자자들은 100% 확신이 없다.

정 수석부회장이 2년 만에 미국 라이베이거스로 날아가 ‘CES 2020’에서 세련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미래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을 발표한 것은 상당히 인상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의구심 많은 투자자들을 달래고 희망에 찬 확신을 주기엔 역부족이었던 모양이다. CES 2020 관람객들과 전 세계 언론은 환호했지만, 현대차 투자자들은 냉담했다.

그래서 정 수석부회장이 미국 라이베이거스 ‘CES 2020’에서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처음 선보이며 미래 스마트 모빌리티 구현에 대한 비전을 멋지게 제시했음에도 현대차 주가는 오르기는커녕 오히려 52주 신저가까지 떨어졌다. 현대차 주가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처럼 왜 날지 못했을까?

같은 날 미국 전기차 테슬라는 주가가 500달러선 문턱까지 치솟으며 GM과 포드(Ford) 자동차의 시가총액을 합친 것보다 더 커졌다. 10일 현재 테슬라 시가총액은 현대차보다 3.5배 가량 크다.

전통재무학은 회사 실적이 개선되지 않는 한 주가 반등은 이뤄지지 않는다고 가르친다. 행동재무학은 회사 실적과 상관없이 투자자들의 주관적인 심리에 따라 주가가 크게 변동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올해 초 현대차 주가 하락을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아직 현대차의 업황 호전이나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전통재무학의 말대로 주가 하락은 더 이어질 수 있다. 현대차 주가는 2018년 11월에 9만2500원까지 추락한 적이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현대차에 대해 너무 비관적이어서 과잉 반응을 보이는 거라면 어떨까. 만약 그렇다면, 2018년 10~11월을 제외하고 10년 내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현대차는 지금 매력적인 매수 기회가 된다. 게다가 정 수석부회장이 2년 만에 직접 ‘CES 2020’에 참가해 발표할 정도로 현대차의 미래에 열정을 보였다는 사실은 그가 떨어진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서도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임을 시사한다. 정 수석부회장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실적 개선을 이끌면서 주가도 함께 띄워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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