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美, 우리한테 '북핵 해결' 아웃소싱해달라"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20.01.10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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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방문 중 기자간담회 "남북 정상이 공동 방안 마련해 미국 설득할 수도"…"호르무즈 파병 신중해야"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이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소재 한미 친선 비영리단체인 '코리아소사이어티' 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이상배 뉴욕특파원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이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소재 한미 친선 비영리단체인 '코리아소사이어티' 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이상배 뉴욕특파원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특보)이 "미국이 혼자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한국에 아웃소싱(외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문 특보는 9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소재 한미 친선 비영리단체인 '코리아소사이어티' 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개인적 견해를 전제로 이 같이 말했다.



문 특보는 "오래 알고 지낸 미 국무부 고위 관리가 '미국의 외교 정책에는 아웃소싱이 없다'고 하더라"며 "미국도 이젠 생각의 틀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못 한다고 다른 국가들도 못 하는 건 아니다"며 "미국은 전부 자기 손으로 직접 해야 한다고 하는데, 미국도 북핵 등 외교정책을 아웃소싱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문 특보는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게 되면 공동의 방안이 나오고 그걸로 미국을 설득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그래야 북미 관계도 잘 되고 다시 남북 관계도 더 좋아지는 선순환이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문 특보는 "물론 북미 대화가 제일 중요한 게 맞다"면서도 "그동안 북미 관계가 잘 돼야 남북, 한미 관계가 잘 된다는 '북미 우선주의' 접근으로 해왔는데 잘 안 풀렸다. 이젠 남북 관계라도 잘 되게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만약 북미 간에 풀리지 않으면 제2, 제3의 방법이 필요하다"며 "한국이 북한과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미국도 중국, 러시아와 긴밀한 협의해서 북핵 문제의 돌파구를 만드는 등 유연성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특보는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대북제제 완화 결의안에 대해 "북한이 상응조치를 취한다면 해볼만한 카드"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이 혼자서 하다가 진전이 없고, 다른 주체들 블로킹만하다가 파국적 결론이 나온다면 우리 입장에선 정말 걱정"이라며 "우리에겐 사활이 걸린 문제다. 미국이 전향적으로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 주도의 대북제제와 관련, 문 특보는 "유엔과 미국 전·현직 관료들 사이에서 대북제재의 기본적 한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제재를 계속하면서 북한 주민의 인도주의적 위기만 가져오고 북한 정권의 행태 변화는 못 시켰다. 제재 정책에 대한 획기적인 발상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그들의 얘기다"라고 전했다.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호위함대 참여 요구와 관련, 문 특보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신중한 입장을 밝혔는데 백번 맞는 말"이라며 "전장의 형태가 안 잡혀 있고, 전투가 어디서 벌어질지도 모르는데 군대를 어디로 보내느냐. 북한의 위협도 있는데 현역 군인을 보낼 수는 없다"고 했다.

이어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전투의 형태가 구체화되면 미국이 공식 요청할 것"이라며 "그때 가서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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