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옆집 애 엄마는 전세대출 받아 강남 갔더라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이학렬 기자, 변휘 기자, 박광범 기자 2020.01.1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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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출의 배신](종합)

편집자주 전세대출이 최근 수년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한 전세대출이 ‘갭투자’에 활용되면서 집값상승을 촉발시켰고 이는 전세금 앙등으로 이어졌다. ‘주거불안’이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온 것이다. 당국이 전세대출 규제에 나섰지만 그 규제에 대해서도 논란은 적지 않다.

서민대출이라며? 강남에 몰린 전세대출
'나랏돈' 공적 전세보증 강남3구에 집중…'반전세'로 규제 우회도

[MT리포트] 옆집 애 엄마는 전세대출 받아 강남 갔더라


지난해 말 서울 지역 전세자금 대출의 17.6%가 강남 3구에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나랏돈이 들어가는 주택금융공사의 공적 보증 비중을 통해 유추한 결과다. 공적 보증의 혜택이 서민들에게 돌아가게 하려고 전세보증금 상한을 5억원 이하로 뒀지만 반전세 등으로 회피하면서 ‘갭투자’에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서울지역 주금공 전세자금 보증은 총 20만3346건이다. 구별로 살펴보면 송파구 전세보증이 1만7979건으로 25개 구 중에서 가장 많았다. 구별 평균 보증건수(8133건)의 2배였다. 강남구는 9845건을 기록해 역시 평균보다 많았다. 서초구(7983건)를 포함한 강남3구 전세보증은 서울지역 전체 보증의 17.6%를 차지했다.

이는 나랏돈이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 3구 전세자금대출에 활용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은행 전세대출은 공공기관인 주금공이나 HUG(주택도시보증공사), 예금보험공사가 대주주인 서울보증보험 등 3곳의 전세보증이 있어야 받을 수 있다. 이중 주금공의 비중이 약 50~60% 이상이다.



강남3구 전세(반전세 포함) 거래 중 주금공 보증 전세대출 비중은 꾸준히 늘었다. 강남구는 2016년 31.5%에서 2019년 42.2%로 증가했다. 서초구와 송파구는 각각 33.2%, 41.2%에서 46.8%, 56.5%로 확대됐다. 강남3구 전세거래의 절반은 주금공 전세보증을 끼고 이뤄진 것이다.

정부는 서민실수요자 지원을 위해 주금공 전세보증금 상한을 5억원으로 제한했다. 반면 서울보증은 전세보증금 상한이 없다. 하지만 강남 고가 주택 세입자에게 주금공 보증이 집중됐다. 정부가 ‘캡’을 씌웠음에도 강남권에 주금공 보증이 집중된 이유는 2가지로 꼽힌다. 송파구는 재건축을 앞둔 주택이 많아 집주인보다 전세 세입자 비중이 높고 강남3구는 교육 목적의 전세 수요가 높기 때문이라는 것이 첫째다. 자율형 사립고 등 특수목적 고등학교 폐지 발표로 강남권으로 이사하는 ‘맹모’들은 더 늘었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보증료가 저렴한 주금공 보증을 받기 위해 전세를 반전세로 전환한 경우도 상당수라는 게 둘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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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관계자는 “강남3구 은행 지점에서 전세대출 영업을 할 때는 집주인과 상의해 반전세로 전환하면 주금공 보증이 가능하다고 안내해 왔다”며 “서울보증 상품은 보증금 상한은 없지만 총 비용이 주금공보다 비싼 만큼 반전세로 전환하는 게 유리한지 따져보고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보증 통계를 ‘대외비’로 하고 있는 서울보증은 강남권 비중이 주금공보다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보증의 보증은 주택가격이나 보증금이 아무리 높더라도 2주택자가 아니라면 누구나 받을 수 있다. 전세보증 한도도 5억원까지로 2억원인 주금공 한도보다 높다. 정부가 공적보증에 일부 소득요건과 주택보유 요건을 추가한 2018년 이후 서울보증으로 전세보증 수요가 몰렸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전세대출 일부는 고가주택 매입을 위한 ‘갭투자’로 활용된다. 이 때문에 정부가 이달 말부터 1주택자의 경우 보유주택 가격 9억원 초과시 전세대출을 즉시 회수하기로 했다. 서울보증도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을 보유한 사람에게 보증을 해주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보증기관의 보증을 낀 ‘갭투자’로 이미 집값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나온 ‘뒷북’ 규제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다.

'땜질식’ 대응이 아니라 전세보증과 전세대출제도 전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재원의 공적 보증이나 공적자금이 투입된 서울보증에서 무주택자라면 억대 연봉자에게도 보증을 제공하는게 맞는지 따져야 한다는 논리다. 1주택자도 주택가격 9억원이 넘지 않으면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어 ‘서민용’ 취지에 맞지않다는 주장도 있다. 물론 반론도 만만찮다. 소득에 상관없이 무주택자의 주거안정을 위한 공적보증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권화순 이학렬 기자

'강북 주담대'보다 '강남 전세대출'이 낫다…은행의 속내
'갭투자' 원하는 고객, '떼일걱정 없는' 은행

전세대출이 급증한 것은 이용자들과 은행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고강도 규제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어려워진 이용자들은 대출한도가 높은 전세대출을 활용해 ‘갭투자’를 노릴 수 있다. 은행은 줄어든 주담대 대신 전세대출을 늘려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보증대출’인 탓에 돈을 떼일 염려도 없어 은행에선 ‘저가 주담대보다 고가 전세대출이 여러모로 낫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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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이 취급한 전세대출 잔액은 작년 말 기준 81조2978억원이다. 1년 전보다 17조1624억원(26.8%) 증가했다.

당국의 전세대출 규제가 본격화된 2018년에도 연간 전세대출 잔액은 18조4434억원(40.4%) 늘었다. 직전 2년(2016·2017년)의 전세대출 증가액이 10조~11조원 대였던 것과 비교할 때 최근 2년의 상승폭이 컸다. 5대 은행의 주담대 증가율과 비교해도 전세대출의 급증은 눈에 띈다. 주담대 연간 증가율(잔액 기준)은 작년 7.08%(40조3927억원), 2018년 7.96%(42조556억원)였다.

가파른 집값 상승으로 매매를 포기해 전세를 선택한 경우가 많았지만 업계에선 문턱이 높아진 주담대 대신 전세대출을 주택 구매에 활용한 이용자들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금융권은 추정한다. 주담대와 비교하면 전세대출 금리가 비싸지만 이용자로선 ‘자고 나면 오르는’ 집값을 두고 보기보다 어떻게든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게 이득이라는 계산을 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서울 고가 아파트의 주담대는 여러 제한을 둬 한도가 크게 줄었지만 SGI서울보증의 전세대출은 소득규모 또는 다주택자 여부를 따지지 않고 보증금의 80%까지 내줬다”며 “자신은 보증금 대출을 받아 전세를 살면서 ‘갭투자’로 집을 사는 방식이 가능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역시 전세대출 판매는 크게 밑질 것 없는 장사다. 담보는 없지만 공공기관인 주택금융공사(보증비율 90%)·주택도시보증공사(HUG, 100%), 예금보험공사가 최대주주인 서울보증(100%) 등이 대출금의 대부분을 보증해 떼일 확률이 제로에 가깝다. 주담대보다 만기가 짧은 게 단점이지만 날로 주담대가 위축되는 상황에선 은행의 이자이익을 지탱해주는 기둥 중 하나다.

마진율도 전세대출이 더 높다. A은행의 경우 지난해 11월 신규 기준 전세대출의 ‘위험조정수익률’(이자수익률-대손률)은 주담대보다 1.23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세대출 1억원을 빌려줘 30만원의 이자이익을 벌어들인다면 같은 액수의 주담대를 내줘도 이자이익이 24만3900원에 그친다는 계산이다.

주담대는 필수인 근저당권 설정 등의 절차도 생략할 수 있어 은행의 업무 처리 비용도 적다. 시중은행에 이어 인터넷전문은행까지 전세대출에 뛰어든 이유 중 하나다. 보증기관도 전세대출을 연장하는 2년마다 보증료를 챙길 수 있어 쏠쏠하다. 특히 서울보증은 주택금융공사·HUG 대비 보증료가 높지만 보증 대상자의 문턱이 낮은 탓에 비교적 고소득자들이 몰렸을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갭투자에 활용됐을 가능성도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의 전세대출 급증은 주담대가 막힌 상황에서 갭투자를 해 보려는 이용자, 리스크 없이 이자이익을 늘리려는 은행, 보증료를 챙기려는 보증기관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고 평가했다.

변휘 기자

정부가 밀어준 전세대출..집값 올린 주범됐다
주담대 LTV 낮추자 늘어난 전세대출...주택가격 상승 '부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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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출이 최근 몇 년 사이 급증하면서 결과적으로 전세가격 뿐 아니라 주택가격 상승을 부추겼다는 지적은 그동안 거듭 나왔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규제에 집중한 사이 전세대출이 부동산 시장에 풀려 새로운 ‘돈줄’이 됐다는 것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17년 8·2 대책, 2018년 9·13 대책, 2019년 12·16 대책 순으로 대출규제를 강화해 왔다. LTV(주택담보인정비율)를 60%에서 40%로 낮추고, 다주택자 주담대를 막았다. 이어 시가 15억원짜리 아파트에 대한 주담대를 아예 금지했다. 부동산 가격을 잡으려는 게 1차 목표였고 가계부채 증가속도 억제는 덤으로 따라 왔다.

“더 나올 대출 규제가 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강력했지만 정부가 ‘손 보는데’ 극도로 신중한 가계대출도 있었다. 바로 전세대출이다. 전세대출은 무주택 세입자에게 주거안정의 버팀목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전세제도가 뿌리 내릴 수 있었던 것은 전세대출을 해 준 은행 덕분만은 아니다. 정부가 공적보증을 통해 신용대출에 해당하는 전세대출을 ‘대놓고’ 지원했기 때문이다. 자기 돈이 부족하더라도 대출받아 전세집을 구하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이로 인해 전세대출이 최근 몇 년 새 급증했다. 전세대출 잔액은 2013년 30조원에서 2015년 46조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는 110조원을 초과한 것으로 추산된다. 4년 새 139%가 늘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이 23%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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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가격 상승으로 대출 잔액이 늘어난 효과도 없지 않지만 인구 구조상 갑자기 전세수요가 늘 수 없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2017년부터 늘어난 전세대출은 전세금을 낀 ‘갭 투자’ 요인이 작용했을 것으로 당국과 금융권에서 보는 이유다. 전세대출이 주택가격을 올리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부연하면 정부가 2017년 LTV 규제를 강화해 주담대로 고가 주택을 사는 게 어려워지자 전세대출이 새로운 유동성 공급원이 된 것이다. 예컨대 시가 10억원 아파트를 담보로 주담대를 받으면 종전에는 대출액이 최대 6억원이었으나 규제 강화 후엔 4억원으로 줄었다. 그런데 전세대출을 받으면 이론상 4억8000만원까지 가능하다. 평균 전세가율 60%에 전세보증금의 8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가정한 수치다. 추가로 신용대출까지 받는다면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는 더 커진다. LTV를 강화하기 시작한 2017년 월평균 1조원씩 늘어난 전세대출은 2018년 2조2000억원, 2019년 2조5000원씩 불었다.

전세대출을 받으려면 보증서를 받아야 한다. 정부는 서민 실수요자 지원 목적의 전세보증 문턱을 크게 높이지 않았다. 전세대출을 받기 쉬워질수록 집 주인은 전세가격을 올릴 유인이 커진다. 전세보증금이 집값의 절반을 차지하다 보니 어렵지 않게 집값도 올릴 수 있다. 전세보증금을 승계한 주택 매매 비중은 서울지역은 50.1%고 특히 고가 주택이 밀집한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는 63.5%에 달한다.

정부도 심각하게 보고 있다. 12·16 부동산 대책에 ‘시가 9억원 이상 1주택자 전세대출을 즉시 회수’하기로 한 것은 부동산 가격을 부추긴 주범이 전세대출이라는 점을 어느 정도 인정한 것이다. 특히 서울보증에 1주택자 주택가격 상한을 첫 적용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전세대출은 서민의 주거안정 측면에서 그동안 큰 역할을 해 왔다”며 “일부 갭투자로 악용된 사례에 대해 최근 규제가 나온 만큼 집값 안정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대출이 단기 급증했지만 당장 부실화 위험이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주택가격이 하락 반전하면 집을 내다 팔더라도 전세보증금을 못 돌려주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일부 지방에서는 주택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인 전세가율 하락세가 시작됐다. 지난해 말 기준 주택금융공사의 전세보증 건수는 62만9924건으로 이 중에서 서울을 제외한 비중이 32%였다.

권화순 기자

전세대출 규제의 딜레마…옥죄면 "월세 살란 말이냐?"
정부, 전세대출 보증 조건 '연소득 7000만원 이하' 도입하려다 역풍

사진=머니투데이 DB사진=머니투데이 DB
'부동산 투기'와의 전면전을 선언한 정부지만 전세자금대출 규제를 놓고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갭투자에 활용되는 자금원이 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서민의 주거 안정 관점에서 전세대출의 순기능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의 딜레마가 있다.

정부는 부분적으로 '갭 투자'를 막기 위한 전세대출 규제를 진행해 왔다. 그런데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전세보증을 통한 전세대출이 과연 서민 실수요자에게 공급되고 있는지, 제도 취지에 부합하기 위해 개선할 방안이 없는지에 대해선 진척이 없다.

이는 과거 전세대출 전반에 대한 보증 제도를 개선하려고 검토해봤지만 실수요자들의 거센 반발을 경험한 '트라우마' 때문이다.

정부는 전세보증을 서민 중심 지원체계로 개편하기 위해 전세대출에 소득 조건을 도입하려다 역풍을 맞은 적이 있다. 2018년 보증대상자의 소득기준을 연소득 7000만원 이하로 제한하려 했다. 무주택자에게 적용하는 방안도 고려했다. 사실상 정부 차원에서 전세대출의 '정체성'을 고민한 첫 시도였다. 고소득자의 전세보증 한도를 두면서 연간 1조8000억원 규모의 취약계층 전세자금 보증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계획도 담았다.

하지만 실수요자들은 연소득 7000만원 이하로 전세대출 보증을 제한하면 대부분의 맞벌이 봉급 생활자들의 전세대출길이 막힌다며 반발했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서울에서 내집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전세에서도 쫓겨나 '월세에 살라는 말이냐'는 항의가 들끓었다. 정부가 한발 물러서야 했던 사정이다.

실제로 올해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을 알아보고 있는 한 실수요자는 "올해 입사 9년차로, 지방에서 올라와 아직도 원룸에 살고 있다"며 "맞벌이를 하고 있는 예비 배우자와 합산 소득이 1억원을 넘지만 우리가 고소득자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우리 같은 사람들이 전세대출이 막힌다고 생각하면 억울할 것 같다"고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보증재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점, 전세대출이 부동산 가격 상승을 주도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는 점에서는 누구나 이견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세입자 입장에선 훌륭한 전세제도가 부동산 시장 등 사회 전체적으로는 반드시 긍정적이지 않다는 데서 '구성의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정부가 이달 말 부터 시가 9억원 고과 주택 보유자에 전세대출 즉시회수 규제를 하기로 한 것을 계기로 다시 전세보증과 전세대출제도 전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재원의 공적 보증이나 공적자금이 투입된 서울보증에서 무주택자라면 억대 연봉자에게도 보증을 제공하는게 맞는지 따져야 한다는 논리다. 1주택자도 주택가격 9억원이 넘지 않으면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어 '서민용' 취지에 맞지않다는 주장도 있다.

박광범, 권화순 기자

전세보증 대상 같은데...경쟁하는 공공기관
전세대출 보증 주금공-HUG 경쟁구도..그때그때 규제 달라지는 서울보증

전세대출이 빠르게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전세보증이 많이 공급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세보증은 공공기관인 주택금융공사와 HUG(주택도시보증공사), 공적자금이 투입된 민간회사인 서울보증보험 등 3곳이 담당한다. 두 공공기관은 동일한 보증 대상을 놓고 경쟁을 벌인다. 서울보증은 겉으로는 민간 영역이라고 놔두다가 부작용이 날 때마다 정부가 개입해 일관성이 떨어진다.

◇주금공-HUG 전세시장 놓고 경쟁구도 “비효율”=전세보증 기관 중 주금공 점유율이 50~60%로 가장 높고 나머지를 두 기관이 나눠 갖고 있다. 이 가운데 공적보증을 담당하는 주금공과 HUG는 최대 보증한도가 각각 2억원, 4억원이라는 점을 빼고는 보증대상이 동일하다. 이 때문에 굳이 서로 다른 공공기관이 전세보증을 경쟁적으로 취급할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 나온다.

원래 HUG는 ‘이행보증’을 해주는 기관이다. 건설사와 입주자, 혹은 집 주인과 세입자 간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 보증 해 준다. 그런데 2015년부터 전세보증을 취급하면서 이행보증을 넘어 ‘금융’ 영역까지 치고 들어 왔다. 주금공 전세보증은 세입자가 대출금을 못 갚게 되면 은행에 대출금의 90%를 대신 갚아 준다. 그런데 HUG가 이 영역으로 ‘침범’하자 주금공도 HUG가 취급하는 ‘전세금 반환보증’ 시장을 열어 달라고 요구하는 중이다. 전세금 반환보증은 집 주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떼일 것에 대비해 세입자가 가입하는 상품으로 HUG와 서울보증만 취급한다.

주금공과 HUG는 담당 정부 부처도 다르다. 각각 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인데 전세보증 정책을 놓고 비효율을 빚을 수 있는 구조가 돼 있는 것이다. 세입자는 어차피 은행을 통해 전세대출을 받고 전세보증도 은행 전산으로 이뤄지는 만큼 양기관이 같은 고객을 두고 싸울 이유는 없다. 전세보증 뿐이 아니다. 저소득·저신용자 대상 정책성 대출도 양 기관 모두 취급한다.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높으면 주금공이, 낮으면 HUG가 대출해 주는데 양 기관이 시장금리 반영 주기가 달라 금리가 역전되는 현상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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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회사라며? 정체성 ‘혼란’ 서울보증=서울보증은 보증보험 시장을 ‘독점’한다. 공적자금이 투입돼 현재 예금보험공사가 최대 주주다. 서울보증은 공적보증과 달리 소득제한이나 주택가격 제한이 없다. 2주택자가 아니라면 보증을 해주는데 비용은 비싼 편이다.

정부는 서울보증을 “민간회사”라고 했다가 필요하면 규제 수단으로 활용하는 ‘애매한’ 입장을 취해 왔다. 2018년 공적보증에 소득요건과 주택보유 요건이 일부 추가됐을 때 서울보증은 예외로 했다. 민간회사란 이유였지만 사실은 전세보증에 일괄 규제를 적용할 경우 부정적인 여론이 나올 것을 우려해서다. 반대로 정부는 12·16 대책을 내놓으면서 서울보증의 전세보증 가입 대상을 공적보증 수준에 일부 맞추도록 했다. ‘갭투자’ 목적의 전세수요가 서울보증 전세보증으로 몰리자 뒷짐 지고 볼 수 없어서다. 민간회사라는 이유로 규제를 느슨하게 적용했다가 이번에는 반대 방향으로 간 셈이다.

서울보증은 지난해 초 전세가격 하락으로 ‘전세금 보장신용보험’의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금금)이 150%로 치솟자 가입 요건을 강화하려 했다. 이번엔 정부가 ‘제동’을 걸었다. 정부가 전세가격 하락에 대비해 보증보험 가입을 적극 권하는 시점이어서다.

권화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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