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이야기]채이배는 왜 4차 산업 발전의 '빌런'이 됐을까

머니투데이 백지수 , 이수연 이세윤 인턴 기자 2020.01.09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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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시민단체 '데이터 3법'·인터넷전문은행법 반대 대변…금융소비자보호법까지 가로막은 아이러니

채이배 바른미래당 정책위의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데이터3법 처리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채이배 바른미래당 정책위의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데이터3법 처리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회와 산업계의 숙원 법안 '데이터 3법'이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를 통과했다. 앞서 국회 교섭단체 원내대표 간에 합의가 있던 법안이라 쉽게 통과할 줄 알았는데 진통이 적잖았다. 고비마다 '빌런(villain·악당)'을 자처한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때문이다.

법사위 전체회의 때 채 의원의 필사적인 반대로 데이터 3법 의결이 잠시 가로막혔다. 데이터 3법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과 개인정보보호법(개인정보법) 개정안,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신용정보법) 개정안 등 3건을 뜻한다.



현행법상 기업이 이같은 개인정보 활용이 금지돼 있어 빅데이터 연구와 활용에 한계가 있었다. 데이터 3법은 이들 개인정보를 익명 처리하는 '비식별화 조치'를 한 후 상업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만드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각 상임위원회를 통과된 법안이라 이견도 없었다.

하지만 채 의원은 세 법안 모두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 중에도 데이터 3법 내용의 골자를 이루는 개인정보법과 신용정보법에 대해서는 언성을 높여가며 반대했다. 비식별화 조치를 해도 개인정보 유출이 일어날 수 있다는 논리였다.



채 의원은 "가명처리 정보도 개인정보 보호 대상인데 실명정보를 갖고 있는 정보 처리자가 보통 가명정보를 같이 갖고 있다"며 "그 경우 최초 정보 처리자는 가명정보를 실명 정보로 다시 전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보주체가 자기 정보에 대해 직접 파기·열람할 권리가 개정안에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진영 행정안전부장관은 "재식별 자체가 금지돼 있고 재식별 처리라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별도 중앙 기관으로 설립되니까 혹시 부족한 것은 거기서 더 강화하면 된다. 데이터 연구를 더 발전시키고 사회를 발전시키자는 것이라 법 통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 의원은 이 과정에서 이미 가결이 선포된 법의 의결을 물리자는 주장까지 했다. 여상규 법사위원장이 '망법'에 이어 개인정보법 개정안을 바로 상정해 가결을 선포했다며 반대 토론을 이어갔다.


이후 이미 가결이 선포된 개인정보법 개정안을 법안심사 2소위로 보내고 의결 직전이던 신용정보법 개정안은 아예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원회로 반려시키자고 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이미 표결이 선포된 법안은 그 안건에 대해 발언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채 의원은 데이터 3법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려 했던 지난해 11월29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법안 처리를 가로막은 전례가 있다. 채 의원이 데이터 3법의 '악당'을 자처해 온 것은 '친정'인 시민단체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채 의원은 이날 법사위 개의 전 국회 정론관에서 한 때 자신이 몸 담았던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데이터 3법 반대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참여연대·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보건의료단체연합·한국소비자연맹·진보네트워크센터 등이 참여했다.

이들 시민단체의 논리도 채 의원 논리와 비슷했다. 개인에 대한 감시가 이뤄지는 일종의 '빅브라더' 사회에 대한 우려였다. 한상희 참여연대 정보인권사업단장은 "개인정보를 데이터로 바꾸겠다는 것은 우리의 삶과 인권 문제를 기업의 눈 위한 상품의 문제로 바꾸는 것"이라며 "우리의 삶을 기업의 이윤 추구를 위한 도구로 만들어 놓고 일거수일투족을 들여다보게 만들게 된다"고 말했다.

채 의원은 이날 다른 4차 산업 발전법의 처리도 반대했다. 지난해 한 차례 법사위 전체회의에 계류됐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은 채 의원의 반대에 다시 계류됐다.

이 법은 IT 기업의 인터넷은행 대주주 요건을 완화하는 법안이었다. 인터넷 전문은행이라는 신산업 육성을 위한 법이라 정부와 여야 모두 시급한 법안으로 꼽았다. 채 의원은 "금융관련법 대부분 공정거래법 위반일 때는 대주주 자격 심사에 문제가 된다"며 반대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기업 편의 봐주기'식 법안을 막자던 채 의원은 이날 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안까지 같이 가로막게 됐다. 당초 법사위는 인터넷은행법과 함께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을 엮어서 논의하기로 했다. 다만 인터넷은행법 처리가 불발하면서 금소법도 함께 법사위에 계류됐다.

금소법은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한 기본법으로 제정되는 법이다. 금융 소비자 권리 강화, 금융회사의 영업행위 규제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지난해 대규모 원금 손실로 투자자 피해를 초래한 DLF(해외금리연계파생결합펀드) 사태를 계기로 2011년부터 논의됐다가 최근에야 논의에 탄력이 붙었다.

이날 채 의원은 오로지 '4차 산업 법안 저지'에만 있던 것 같은 행보도 보였다. 이날 법사위에는 금소법 이후에도 △주택법 개정안 △집합건물법 개정안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 개정안 △DNA법 개정안 등 다수의 민생법안 상정이 예정돼 있었다. 채 의원은 인터넷은행법에까지만 의결에 참여하고 이후 자리를 떠 이들 법안 처리에 참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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