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이 만든 최악의 오해 ‘비만의 원인’…“과식이 아닌, 인슐린”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20.01.10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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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왜 우리는 살찌는가'…비만에 대한 모든 과학

의학이 만든 최악의 오해 ‘비만의 원인’…“과식이 아닌, 인슐린”


2차 세계대전 이전의 유럽 의학계는 비만을 ‘신체적 질병’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의학 연구의 중심이 미국으로 옮겨가면서 비만은 ‘도착된 식육’이라는 정신의 문제로 바뀌었다.

비만인은 “노력할 생각이 조금도 없으며 의지가 부족하거나 그저 뭘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으로 정의됐다.



비만은 과식과 나태의 결과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오로지 ‘지방 조직의 조절 기능’에 달려있다고 주장한다.

이를테면 비만 상태가 되도록 설계된 새끼 쥐에 다이어트를 시키면 쥐는 살이 찌려는 유전적 충동을 충족하기 위해 근육과 장기를 희생한다. 심지어 정상적으로 일상 활동에 사용할 에너지조차 쓰지 않는다. 이 쥐들을 죽을 때까지 굶긴 실험에서 공통적으로 보고된 결과는 죽는 순간까지 지방 조직이 상당 부분 그대로 보존됐다는 것이다.



지방 조직은 동물이 얼마나 많이 먹느냐가 아니라 지방을 저장하도록 만드는 힘에만 반응한다. 비만한 동물에서 지방 조직은 신체 다른 곳에 사용해야 할 에너지와 영양소까지 체지방을 늘리는 데 끌어다 쓰기 때문에 비만한 동물은 가능하면 항상 더 많이 먹으려고 한다. 이 동물들은 반쯤 굶겨도 여전히 칼로리를 지방으로 저장할 방법을 찾아낸다. 지방 조직이 그렇게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과식이 비만의 원인이 아니라 비만이라는 증상이 이미 시작됐기 때문에 과식을 한다고 말한다. 탄수화물을 많이 먹어도 칼로리를 쉽게 에너지원으로 소비하는 사람은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지만, 탄수화물을 지방조직에 저장하는 사람은 쉽게 살이 찌고 신체 활동에 쓸 에너지가 항상 부족하다는 것이다.

후자는 인슐린 수치가 높아 몸속 저장 지방이 에너지원으로 쓰기 전에 또 먹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 쉽다. 즉, 우리는 너무 많이 먹기 때문에 살찌는 것이 아니라, 살이 찌기 때문에 많이 먹는 것이다. 비만의 원인은 칼로리가 아닌, 호르몬의 불균형에 있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날씬해지고 싶다면 반드시 인슐린 수치를 낮춰야 한다”며 “낮은 인슐린 수치를 통해 몸속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왜 우리는 살찌는가=게리 타우브스 지음. 강병철 옮김. 알마 펴냄. 332쪽/1만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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