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2021년 나스닥 상장?…"수익성 확보 못하면 실패"

머니투데이 이강준 기자 2020.01.0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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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美 블룸버그 "2021년 IPO 할 것" 보도…쿠팡 "아직 정해진 바 없다"

김범석 쿠팡 대표 인터뷰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김범석 쿠팡 대표 인터뷰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쿠팡이 2021년 해외 상장을 목표로 준비를 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가운데 상장의 성공여부는 대규모 적자를 벗어나 수익성을 확보하는데 달려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한국시간) 블룸버그뉴스는 "쿠팡이 2021년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라고 관계자를 인용, 보도했다. 이 매체는 "쿠팡이 내년 상장을 위한 세금 구조 개편 등의 작업에 이미 착수했다"고 밝혔다.



쿠팡이 상장을 추진한다는 소문은 업계에 이미 파다하다. 2018년 11월 최대주주인 손정의 회장 주도 비전펀드로부터 20억달러의 신규 투자를 유치해 한숨을 돌렸지만 올해 자금소진 가능성이 높아서다. 비전펀드가 투자한 우버, 위워크 등의 상황이 녹록치 않아 추가 수혈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쿠팡이 지난해 거물급 인사와 상장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한 것도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싣고있다. 지난해 피아트그룹·페루자저축은행서 일했던 알베르토 포나로 최고재무관리자(CFO)와 나이키·월마트 출신의 마이클 파커 최고회계책임자(CAO)를 영입한 게 대표적이다. 특히 미국법인 쿠팡 LLC 이사회 멤버에 경제계 거물급 인사인 케빈 워시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를 영입한 것도 상장을 위한 사전정지작업이라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쿠팡이 구체적 상장 계획이 밝히진 않았지만 한국보다는 나스닥 등 해외시장 상장이 유력하다고 본다.

실제 기술기업이 도전하는 나스닥의 경우 상장을 위한 문턱이 낮은 편이다. 나스닥 시장은 기업이 적자인 상태여도 자기자본 500만달러(약 58억원), 유통주식 시가총액 1500만달러(174억원)만 넘으면 누구나 상장에 도전할 수 있다. 2006년 중국 IT기업 바이두도 만성적자였지만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나스닥에 안착했다.

문제는 쿠팡의 향후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 시장이 어떻게 평가할지다. 시장에서 기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면 기대했던 공모가에 도달하지 못해 상장이 무산될 수 있다. 지난해 사무실 공유업체인 위워크도 투자자들이 수익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상장이 무산되는 등 시장여건도 좋지않다.


증권가에서는 쿠팡의 수익성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본다. 쿠팡은 물류전문 인력 쿠팡맨과 당일배송 서비스 로켓배송 등으로 한국 e커머스 시장에 혁신을 일으켰지만 2013년 창립 이후 누적적자가 3조원에 달할 정도로 수익성 제고에 애를 먹고 있다. 지난해 적자도 1조50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쿠팡이 확실한 수익 모델을 갖췄다는 점을 보여주기위해 '아마존식 풀필먼스서비스'를 개시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아마존은 판매자가 판매할 상품을 자사로 보내주면 주문에서 출하, 배송, 재고 관리까지 모두 대행해주는 풀필먼트센터(FBA)를 운영해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폭발적 성장성과 동시에 이익 가시성을 높여 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쿠팡이 풀필먼트서비스 개시를 앞당길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상황에서 확실한 수익 모델을 제시하지 않고서는 나스닥 상장에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말했다.

쿠팡 관계자는 "적절한 시기에 IPO를 추진할 것"이라면서도 "어디에 상장하고 언제 어떻게 진행할 지는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며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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