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그린 수소의 딜레마, 수입이냐 생산이냐"

머니투데이 진행=장시복 차장, 정리=우경희 기자 2020.01.09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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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경·김창희·유영돈 박사 "수입 필연적이나 국내 R&D기반도 필요…대기업 시장진입 시급"

3일 오후 열린 머니투데이 신년기획 수소 전문가 좌담회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3일 오후 열린 머니투데이 신년기획 수소 전문가 좌담회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친환경 그린수소, 수입이냐 생산이냐. 수소경제로의 대전환을 정부와 민간이 함께 준비하는 가운데 이르면 2030년부터 수소 수요가 크게 늘어난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시장에 수소를 어떻게 공급할지를 결정해야 할 시점이 다가온다는 의미다.



해법 모색을 위해 지난 3일 진행된 머니투데이 그린수소 좌담회에서 3인의 전문가가 머리를 맞댔다. 그린수소의 국내 생산에는 한계가 있으며 수입 루트를 개척해야 한다는데 의견이 모였다. 그러면서도 수소기술 자립과 에너지안보 면에서 국내 생산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호주 등이 수소 대량수출을 계획하는 가운데 초기 공급조건 결정이 중요하다는데도 뜻을 모았다. 수소경제 초반 정부가 강하게 주도하는 방식으로 국내 정유화학사들이 수소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진행=장시복 머니투데이 차장

◆패널토론(가나다순)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경제학박사)


-김창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공학박사)

-유영돈 고등기술연구원 플랜트엔지니어링센터장(공학박사)

"미래 수소경제, 구체적 실행방안 필요"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경제학박사)/사진=이기범 기자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경제학박사)/사진=이기범 기자
▶장시복 머니투데이 차장(진행)=청와대와 정부가 적극적으로 수소경제 육성에 나서고 있다. 수소경제 로드맵이 나온만큼 구체적 실행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 그리고 정부가 앞세우고 있는 그린수소에 대한 불분명한 정의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재경=로드맵은 기본적으로 경제성에 중점을 뒀다. 수소자동차나 연료전지, 발전용 수소 산업을 키워서 혁신산업으로 이어가고, 이를 수출해 세계 1위 자리를 선점하자는게 테마다. 그러다보니 수요를 어떻게 충족할건지, 그린수소를 어떻게 정의할건지 등 각론은 뒤로 좀 미뤄진 상태다.

▶김창희=수소 분야에서 앞서가는 유럽의 경우를 벤치마킹을 할 수도 있겠지만 한국형 수소산업, 우리만의 수소산업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그린수소 쪽에 R&D(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든지, 이런 부분에 초점을 맞추되 우리나라의 상황에 맞춰 짜임새 있게 가야 한다.

▶유영돈=두 분 의견에 동의한다. 로드맵에는 2030년에 당장 어디서 어떻게 수소를 쓸건지 세분화돼 있지 않다. 그냥 전반적인 수소 수요량만 예측돼 있다. 당장이라도 수소의 생산방식 등에 대한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

"그린수소 인증제 도입해야"
유영돈 고등기술연구원 플랜트엔지니어링센터장(공학박사)/사진=이기범 기자유영돈 고등기술연구원 플랜트엔지니어링센터장(공학박사)/사진=이기범 기자
▶유영돈=유럽은 2030년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의 40%로 줄인다는 거대한 목표를 갖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60% 저감한걸 그린수소로 보는 기준이 여기서 나왔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천연가스 추출 수소 등을 기준으로 삼아서 단계적으로 별표를 1~4개 주는 방식까지 인증을 준비하고 있더라. 나중엔 이걸로 규제하거나 인센티브를 줄 수도 있다.

▶김재경=이게 꼭 필요한 이유는 수소가 '1물1가'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수소상품들이 있는게 아니라 수소는 그냥 수소다. 그러면 저렴하게 생산한 쪽이 시장을 지배한다. 등급제를 두자는 이유는 시장을 구분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저탄소 수소는 가격을 더 비싸게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정부가 인센티브를 줄 때도 등급이 있어야 기준을 만들 수 있다.

▶김창희=유럽은 목표를 이산화탄소 감축으로 가고 있고, 그 과정에서 수소가 한 수단으로 맞춰져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는 수소사회로 먼저 비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우리는 경제성에 대해 좀 더 중요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수소가격이 별도로 매겨지면 수소가 부족하거나 비쌀 때 다시 화석연료로 수소를 생산할거고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나올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수소, 현명한 수입 방안 마련해야"
(왼쪽부터) 김창희, 김재경, 유영돈 박사가 3일 열린 수소 전문가 좌담회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왼쪽부터) 김창희, 김재경, 유영돈 박사가 3일 열린 수소 전문가 좌담회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장시복=한국형 그린수소로 전체 수요를 충족하기엔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비중이 너무 작다는 고민이 있다. 대안은 무엇일까.

▶유영돈=로드맵 상 2040년 기준 수소 비중은 5%다. 5%는 작아보이지만 알고보면 엄청난 양이다. 나머지 95%의 화석연료와 원자력 등을 어떻게 줄일지도 고민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수입수소를 대단히 의미있게 본다. 화석연료를 이용해 만드는 수소라면 그린수소로서의 당위성이 없다. 2030년 이후 수소는 수입해야 할 것이다.

▶김재경=호주가 수소 수출을 적극적으로 이를 어필하고 있다. 많은 부분 동의한다. 수입을 위해서도 준비를 해야 한다. 항만건설과 액화, 기화기술을 연구해야 한다. 또 국내에 안정적 수소 수요처를 만들어야 한다. 발전용 수소연료전지 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 좋다.

▶유영돈=수소 수입 협상을 잘해야 한다. LNG(액화천연가스) 도입의 사례를 보면 원유의 황 함량 문제가 불거지면서 1981년에 LNG도입이 결정됐고 평택에 들어온게 1986년이다. 당시에 협상이 잘못됐다. 우리와 일본이 LNG를 세계에서 제일 비싸게 사온다. 가격구조 때문인데, 그런 선례를 밟지 않도록 그 문제에 대해서도 전략적인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

▶김창희=수소사회로 가는데 환경과 경제문제 뿐 아니라 에너지 안보 문제도 굉장히 중요하게 봐야 한다. 화석연료도 전부 수입해오는 입장이다. LNG를 카타르와 인도네시아 등으로 다변화한 것 처럼 수소도 호주 뿐 아니라 다양한 공급선을 찾는 연구를 해야 한다.

"앞서가는 日, 우리도 대기업이 나서야"
김창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공학박사)/사진=이기범 기자김창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공학박사)/사진=이기범 기자
▶장시복=일본이 이번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수소경제 전환에 매우 집중하고 있다.

▶김창희=일본 아사히카세이가 대용량의 수전해설비에 투자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한화케미칼과 롯데케미칼 등이 사업을 진행 중인데 아직 관망 정도로 봐야 한다. 국내 대기업들이 수전해시설에 투자해야 한다.

▶유영돈=일본을 방문하면서 가장 부러웠던 것은 수소산업에 대한 주민 수용성이었다. 시내 한가운데 충전소를 짓는 과정에서 주민 민원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더라. 정부의 설명을 그대로 수용하는 일본 특유의 문화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김재경=일본에 비해 한국의 수용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게 사실이다. 네오포비아적 측면이 있다. 새로운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다. 사실 수소보다 가솔린이나 도시가스가 더 위험할 수 있지만 주유소 폭발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은 없다. 수소는 아직 그 단계에 오지 못했을 뿐이다. 우리 삶에 익숙해지는 단계가 필요하다.

"수소법 이후는 민간의 몫"
(왼쪽부터) 김창희, 김재경, 유영돈 박사/사진=이기범 기자(왼쪽부터) 김창희, 김재경, 유영돈 박사/사진=이기범 기자
▶장시복=정부와 민간이 그린수소와 관련해 앞으로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김재경=수소법(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만 통과되면 웬만큼 정부가 할 일은 다 끝난다. 한 단계 더 가려면 민간의 대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원자력과 태양광이 정치이념화돼 싸우고 있는건 정책에 너무 의존해서다. 시장이 알아서 했으면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유사와 석유화학사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유영돈=역시 민간에서 주도해야 한다고 본다. 정부에선 큰 목표치를 세우고 인프라를 지원하면 된다. 대기업에 아무리 들어오라 해도 돈이 안 되면 안 들어온다. 메리트를 줘야 한다. 에너지를 많이 쓰는 분야에는 수소든 뭐든 청정에너지를 쓰라고 강제해야 한다.

▶김재경=우리가 수전해기술을 개발하려면 어느정도는 국내서 소비가 돼야 한다. 수입을 하되 국내 시장도 존재해야 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정책밸런스가 지금 잘 맞지 않는다. 이걸 맞춰가는 고민이 필요하다. 수소법이 1월 내 통과되면 연내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재생에너지를 지금 계획잡힌 것 보다 더 많이 할지, 아니면 어느 정도 비율을 수소에 할애할지가 시급히 논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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