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급제→점수제, 꼼꼼해진 대출심사 대처 방법은?

머니투데이 진경진 기자 2020.01.11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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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가족]신용점수제, 개인 특성 맞춘 대출 가능...신용관리 중요성은 더 커져

편집자주 머니가족은 50대의 나머니 씨 가족이 일상생활에서 좌충우돌 겪을 수 있는 경제이야기를 알기 쉽게 전하기 위해 탄생한 캐릭터입니다. 머니가족은 50대 가장 나머니씨(55세)와 알뜰주부 대표격인 아내 오알뜰 씨(52세), 30대 직장인 장녀 나신상 씨(30세), 취업준비생인 아들 나정보 씨(27세)입니다. 그리고 나씨의 어머니 엄청나 씨(78세)와 미혼인 막내 동생 나신용 씨(41세)도 함께 삽니다. 머니가족은 급변하는 금융시장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올바른 상식을 전해주는 것은 물론 재테크방법, 주의사항 등 재미있는 금융생활을 여러분과 함께 할 것입니다.

등급제→점수제, 꼼꼼해진 대출심사 대처 방법은?


#나정보(27세)씨는 오랜 노력 끝에 드디어 취업에 성공했다. 하지만 회사와 집이 멀어 직장 근처에 방을 구해야 하는 상황. 나씨는 총 1억5000만원의 전세금 중 80%(1억2000만원)는 은행에서 전세자금대출을 받고 2500만원은 어머니 알뜰씨에게 빌리기로 했다. 남은 500만원은 신용대출로 해결할 생각이다. 나씨는 그동안 학자금대출 이자 납입을 깜빡하고 연체하기도 해 신용등급이 5등급(750~804점), 신용점수로는 804점(NICE 기준)이 나왔다. 신용점수는 해당 등급의 상위에 속하지만 신용등급이 5등급인 만큼 은행이자는 4% 후반대로 책정됐다.

올해부터는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신용등급이 아닌 신용점수로 심사를 받게 된다. 개인 신용을 1~10등급으로 포괄적으로 묶는 게 아닌 개인의 신용을 각각 1점 단위로 환산해 불합리한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이다. 만약 나정보씨가 신용점수제에 따라 대출을 받았다면 대출 이자는 4등급(805~839점) 수준(3%대)에서도 책정될 수 있었다. 하지만 개인 신용의 평가방식이 정교해지고 까다로워지는 만큼 신용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올해부터 신용등급제가 신용점수제로
신용점수제는 개인 신용을 등급에 따라 평가받는 것이 아닌 실제 신용상태를 반영해 점수로 환산하는 제도다. 그동안에는 CB(신용평가)사가 1~10등급으로 매긴 등급에 따라 획일적으로 금융서비스가 제공됐다면, 앞으로는 개인 특성에 맞는 대출금리 산정이 이뤄질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신용등급이 일정 수준 이하인 경우 대출이 거절되거나 대출 기한 연장 시 소득 정보 추가 확인이 필요했지만 점수제를 활용하면 유연한 여신승인이나 기한 연장, 기준 적용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금리 면에서도 할인 수준을 보다 세분화해 운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신용평점이 664점인 A씨는 기존 등급제에선 7등급(600~664점)에 해당해 금융사에선 대출 신청이 어려울 수 있지만 점수제로는 6등급과 유사한 금리를 적용받게 되는 식이다.

신용점수제는지난해부터 5개 시중은행(우리·국민·신한·하나·농협)에서 우선적으로 시범적용됐고 올해 내 보험이나 금융투자, 여신전문금융업 등 전 금융권으로 확대된다.

신용,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신용점수제는 신용등급제보다 평가 방식이 더욱 세밀해진 만큼 보다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에 금융소비자는 일단 자신의 신용점수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고 대처해야 한다. NICE신용평가나 올크레딧(KCB) 등 신용평가사에서는 물론 카카오뱅크나 토스 앱에서도 신용점수를 무료로 확인할 수 있다.


가장 실천하기 쉬운 신용 관리는 신용카드를 쓰며 금융 거래 이력을 쌓아가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카드 개수가 아닌 꾸준한 금융거래 실적이다.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의 경우 체크카드를 월 30만원·6개월 이상 사용한 기록이 있다면 신용평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6개월 이상 납부한 공공요금이나 보험료, 통신비 등을 등록하면 신용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또 여러 은행에서 거래를 하기보다 주거래 은행을 만들어 오랜 기간 거래하는 것이 대출 시 저금리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은행을 먼저 찾아가보는 게 좋다. 은행이 아닌 2금융권(카드사·캐피탈·저축은행·대부업)에서 대출이나 현금서비스를 받으면 신용평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에서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정부정책 상품도 지원해주는 만큼 이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연체된 대출이 여러 건 있다면 금액이 적은 대출보다 연체기간이 긴 대출을 먼저 상환하는 편이 낫다. 연체기간이 같다면 금액이 큰 것부터 상환해야 한다.

신용관리 O, X
신용 관리에 있어 떠돌아다니는 여러가지 상식들 중에는 맞는 것도 있고 틀린 것도 있다.

신용조회를 하면 무조건 신용이 떨어질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신용정보조회기록은 신용평가에 반영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신용점수를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신용을 관리하는 것이 좋다.

대출이 없거나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아도 신용도가 낮을 수 있을까. 그렇다. 신용거래가 전혀 없으면 오히려 등급이 낮을 수 있다. 때문에 신용카드를 쓰며 금융 거래 이력을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단, 소득보다 과도한 지출은 오히려 신용 관리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연체 대금을 다 갚으면 신용 등급이 오를까. 아니다. 연체 사유나 연체 금액, 기간에 따라 최장 5년까지 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따라 연체액을 다 갚은 후에도 꾸준히 신용을 관리해야 한다.

소득이나 자산이 많아도 신용등급이 낮을 수 있나. 그렇다. 신용거래 실적이 없거나 연체기록 등이 있으면 소득과 상관없이 신용등급이 낮아진다.

한번 떨어진 신용등급은 올라가지 않을까. 아니다. 등급 하락 원인을 해결하고 연체하지 않는다면 신용등급을 올릴 수 있다. 신용을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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