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심장부서 펼쳐진 G2 패권전쟁…기로에 선 한국

머니투데이 라스베이거스(미국)=심재현 기자, 최석환 기자 2020.01.09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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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0]

美심장부서 펼쳐진 G2 패권전쟁…기로에 선 한국


'오성기'는 옅어지고 '성조기'는 진해졌다.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0'이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현장의 미·중 참가기업 얘기다.

개막 이틀째를 맞은 8일(현지시간) CES 전시관에선 1~2년 전까지만 해도 두려울 정도였던 중국 굴기의 위세가 확연하게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BAT 빠진 BATH…소방수로 등판한 GAFA
중국 IT업계를 대표하는 BATH(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화웨이) 가운데 화웨이 홀로 전시장을 꾸린 데서부터 달라진 분위기가 뚜렷이 드러났다. 화웨이는 그나마 전시장 규모(518㎡)도 지난해보다 40% 가까이 줄였다.

이름을 알만한 업체 중에선 TCL·하이센스·창훙 정도가 라스베이거스를 찾았다. 중국 전체 참가기업이 1368개사로 2년 전인 2018년 1551개사에 한참 못 미쳤다.



중국기업의 빈자리는 미국업체들이 채웠다. 대표 기술업체인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가 총출동했다. 페이스북은 올해가 CES 데뷔다. 애플은 28년만에 복귀전을 치렀다. 2010년대 들어 CES가 '차이나 가전쇼'로 전락했다며 외면했던 이들이 '소방수'로 등장한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이 CES 개막 첫날 기조연설자로 참석했던 것을 두고 일각에선 IT 분야와 무관한 인사인데 특권을 누렸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백악관이 올해 CES에 그만큼 관심을 기울였다는 평가도 적잖은 분위기다.

발빼는 中 속내는…갈등 뒤 G2 딜레마
美심장부서 펼쳐진 G2 패권전쟁…기로에 선 한국
미·중 기업들의 이런 극적인 변신의 배경으론 무엇보다 햇수로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양국의 무역분쟁과 그 뒤에 자리한 정치·기술패권 다툼이 꼽힌다. CES가 기술력을 뽐내는 한편 새로운 협력 기회를 모색하는 자리인 만큼 중국 입장에선 참가 목표를 기대하기가 여의치 않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강도 압박으로 좀처럼 사태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중국기업들이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자제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TCL·하이센스 등 중국 가전업계의 '삼성·LG 베끼기'는 올해도 여전했지만 바이두·알리바바 같은 메이저업체가 불참하면서 기술력에서 위협을 느낄 만한 신제품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중국이 '기술 자립' 가속화를 위해 미국(CES)과 유럽(IFA) 등 해외에서 열리는 IT 전시회 참가 규모를 줄이고 자국 전시회에 집중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분석과 맞닿아 있다. 지난해 8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국제 게임전시회 '차이나조이'엔 35만명 이상이 다녀갔다. 같은 해 6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게임쇼 'E3' 관람객(6만6100명)의 5배 규모다.

정치적 갈등이 복잡하게 엮였지만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은 미국과 중국이 적대적 공생관계라는 사실이다. 기술산업을 키우고 싶은 중국과 중국시장에서 수익을 올리고 싶은 미국기업의 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갈림길 선 韓…"변화 방향 고민할 때"
이 지점에서 올해 CES 참가기업 4400여개사 가운데 중국이 여전히 미국(1933개사)에 이어 두번째라는 점 역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옅어진 오성기'라도 우리에겐 여전히 쉽게 볼 수 없는 상대라는 얘기다. 국내 기업은 삼성과 현대차 (250,000원 ▼2,500 -0.99%), SK (161,300원 ▼700 -0.43%), LG (77,900원 ▼1,200 -1.52%) 등 4대 그룹을 포함해 총 390개사가 CES에 참가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머니투데이 기자와 만나 "국제정치와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변화의 방향과 내용을 깊이 생각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전시관을 찾은 한 통상 전문가는 "'G2'의 신경전이 격화할수록 우리의 운명은 기로에 설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국내기업들이 올해 CES에서 자체 사업 기회를 확장하는 것과 별개로 중국이 CES라는 무대를 통해 미국의 불신과 우려를 어느만큼 해소하는지도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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