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이틀째를 맞은 8일(현지시간) CES 전시관에선 1~2년 전까지만 해도 두려울 정도였던 중국 굴기의 위세가 확연하게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름을 알만한 업체 중에선 TCL·하이센스·창훙 정도가 라스베이거스를 찾았다. 중국 전체 참가기업이 1368개사로 2년 전인 2018년 1551개사에 한참 못 미쳤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이 CES 개막 첫날 기조연설자로 참석했던 것을 두고 일각에선 IT 분야와 무관한 인사인데 특권을 누렸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백악관이 올해 CES에 그만큼 관심을 기울였다는 평가도 적잖은 분위기다.
발빼는 中 속내는…갈등 뒤 G2 딜레마
이 시각 인기 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고강도 압박으로 좀처럼 사태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중국기업들이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자제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TCL·하이센스 등 중국 가전업계의 '삼성·LG 베끼기'는 올해도 여전했지만 바이두·알리바바 같은 메이저업체가 불참하면서 기술력에서 위협을 느낄 만한 신제품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중국이 '기술 자립' 가속화를 위해 미국(CES)과 유럽(IFA) 등 해외에서 열리는 IT 전시회 참가 규모를 줄이고 자국 전시회에 집중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분석과 맞닿아 있다. 지난해 8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국제 게임전시회 '차이나조이'엔 35만명 이상이 다녀갔다. 같은 해 6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게임쇼 'E3' 관람객(6만6100명)의 5배 규모다.
정치적 갈등이 복잡하게 엮였지만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은 미국과 중국이 적대적 공생관계라는 사실이다. 기술산업을 키우고 싶은 중국과 중국시장에서 수익을 올리고 싶은 미국기업의 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갈림길 선 韓…"변화 방향 고민할 때"이 지점에서 올해 CES 참가기업 4400여개사 가운데 중국이 여전히 미국(1933개사)에 이어 두번째라는 점 역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옅어진 오성기'라도 우리에겐 여전히 쉽게 볼 수 없는 상대라는 얘기다. 국내 기업은 삼성과 현대차 (250,000원 ▼2,500 -0.99%), SK (161,300원 ▼700 -0.43%), LG (77,900원 ▼1,200 -1.52%) 등 4대 그룹을 포함해 총 390개사가 CES에 참가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머니투데이 기자와 만나 "국제정치와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변화의 방향과 내용을 깊이 생각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전시관을 찾은 한 통상 전문가는 "'G2'의 신경전이 격화할수록 우리의 운명은 기로에 설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국내기업들이 올해 CES에서 자체 사업 기회를 확장하는 것과 별개로 중국이 CES라는 무대를 통해 미국의 불신과 우려를 어느만큼 해소하는지도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