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사 "파병 희망"·이란 '美우방 경고장'…韓 호르무즈 딜레마(종합)

머니투데이 권다희 , 최경민 기자 2020.01.08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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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정부 파병 '신중론'…"교민안전이 최우선"

美대사 "파병 희망"·이란 '美우방 경고장'…韓 호르무즈 딜레마(종합)


8일 이라크 미군기지를 겨냥한 이란의 미사일 발사로 호르무즈 파병을 저울질 하던 정부의 고심이 더 깊어지게 됐다. 미국의 요구에 마냥 미룰 수 없지만 이란과 관계 악화가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중동 상황과 관련해 교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일단 "예의주시 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 정부 호르무즈 파병 딜레마 = 미국은 지난해 여름부터 호르무즈 해협 호위연합체 구성에 한국이 동참할 것을 요구했고, 정부는 다음달 강감찬함과 임무 교대하는 청해부대 31진 왕건함의 작전지역을 아덴만에서 호르무즈 해협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 3일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사망으로 미-이란간 갈등이 치달으며 이 역시 어려운 선택지가 됐다.



그럼에도 미국은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전날 밤 KBS인터뷰에서 "한국도 중동에서 많은 에너지 자원을 얻고 있다"면서 "한국이 그곳에 병력을 보내길 희망한다"고 했다. 언론 인터뷰이긴 하나 주한 미 대사가 미-이란간 갈등이 일촉즉발인 시점에 파병요청을 공개적으로 했다는 점에서 정부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발언으로 평가됐다.

8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전보장간 한미일 안보 고위급협의에서도 관련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 특히 일본은 자국 선박 안전확보를 이유로 해상자위대 호위함 파견을 결정한 상태라 군사협력 요구가 한국에 집중될 수 있다.



◇정부 "교민안전 최우선" = 정부는 호르무즈에서 미-이란간 갈등에 휘말릴 경우 인근 지역 교민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한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날 미사일 발사 후 "미국의 우방이 우리의 미사일 공격에 대한 미국의 반격에 가담하면 그들의 영토가 우리 공격목표가 될 것"이라 경고했다.

현재로선 정부 내 분위기는 준전시 상태로 치달은 미국과 이란간 갈등에 휘말려선 안 된다는 '신중론'이 우세한 것으로 파악된다. 청와대는 지난 6일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에서 "이란 등 중동 지역 정세 안정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기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밝힌 뒤 현재까지 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미국과 연합하는 형태가 아닌, 한국 선박 보호를 위해 청해부대가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관측은 제기된다.

정부는 중동 현지 교민안전 및 국내경제 영향 등을 최우선으로 두고 상황을 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라크에는 1600여 명의 우리 국민이 체류 중이며, 이란에는 290여 명이 머물고 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교민들 안전을 최우선으로 외교부가 중심이 돼 현지 당국과 긴밀히 협의 중"이라 밝혔다.


외교부는 이날 조세영 제1차관 주재로 2차 대책반 회의를 열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5일 출범한 외교부 내 1차관 주재 대책반이 가동되고 있다"며 "피해규모 등 공격 관련 사항 파악과 함께 추가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국방부 역시 "중동지역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우리 국민의 안전과 관련된 유사시 상황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긴밀히 공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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