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공습에 건설업계 '비상'…"제2의 리비아 되나"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20.01.0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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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건설사 10여곳 1400여명 현지근무, 직접 피해는 없으나 해외수주 악영향 우려

한화건설이 공사 중인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 현장/사진=머니투데이 사진DB한화건설이 공사 중인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 현장/사진=머니투데이 사진DB


이란의 미국 이라크 기지 보복 공습으로 건설업계에 먹구름이 일고 있다. 국내 주요 10여곳의 건설사 직원 1400여명이 이라크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는데다 중동의 정세 불안으로 해외수주에도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8일 복수의 외신에 따르면, 이란이 8일(현지시간) 오전 미군이 주둔한 이라크 아인 아사드 공군기지에 지대지 미사일을 발사했다. 현지에 진출해있는 건설사들은 이라크 현장 상황을 체크하고 추가공급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건설 근로자 1400여명 현지 근무, 공습지와 멀어 직접 피해는 없어
공습이 발발한 이라크에는 현재 현대건설, 한화건설,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등 10여개 건설사에서 총 1400여명의 근로자가 근무하고 있다.

현대건설과 GS건설, SK건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시공하는 카르발라 정유공장 현장에 약 660여명이 있고 한화건설의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현장에 390여명이 근무 중이다.



대우건설도 △알포방파제 추가 공사 △알포컨테이너터미널 1단계 △이라크 알포 진입도로 △코르 알 주바이르 침매터널 제작장 조성 등 4개 공사 현장에 협력사를 포함해 60명이 체류하고 있다. 이번 공습지점과는 600여㎞ 떨어져 있어 피해는 없는 상황이다.

포스코건설도 이라크에 도시재생, 화력발전소 2개 현장이 있지만 폭격지점과 200㎞ 떨어져 있어 큰 영향은 없는 상황이다. 현재 주의단계로 대피령이 없어, 정상적으로 현장을 운영 중이다.

한화건설의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현장도 미국 대사관 및 미군부대까지 약 15㎞ 떨어져 있다. 하지만 외교부 지침대로 이라크 입국을 중단했고 현장도 외부 이동을 제한했다.


현대건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사 중인 이라크 카르빌라 정유공장./사진=머니투데이 사진DB현대건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사 중인 이라크 카르빌라 정유공장./사진=머니투데이 사진DB
현대건설도 건설 현장과 공습지역은 상당히 떨어져 있다. 일단 사내 비상대책반을 통해 상황을 지켜보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앞서 2014년 리비아 내전 당시 수백여명의 현장 인력을 항공 및 해상로로 철수시킨 바 있다.

미국과 대치 중인 이란에는 현재 국내 건설사 현장이 없다. 우리 건설업체들은 2016년 이란의 경제 제재 해제 직후 2017년까지 대규모 공사를 수주했으나, 트럼프 정부 출범 후 경제제재가 다시 복원됨에 따라 대부분 계약을 해지했다.

건설업계는 당장 이번 공습에 따른 직접적 피해는 없으나 추후 우리나라가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할 경우 혹시 모를 위험에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이날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는 미-이란 갈등이 일촉즉발로 치닫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에 한국군 파병을 공개 요청했다.

해외수주 또 쪼그라드나…중동 수주환경 악화 우려
가뜩이나 침체 상태인 해외건설 수주에도 악영향이다. 해외건설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기업들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210억 달러 수준에 그친 것으로 예상된다. 2006년(164억 달러) 이후 13년 만에 최저치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이라크 국가 재건을 위한 공사 발주가 늘 것으로 기대했는데, 중동전반에 걸쳐 위기가 확산되면 해외수주 '텃밭'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동지역 경제전문지 MEED는 지난해 9월 중동 국가별 '발주예정 및 시공 중 프로젝트 규모'를 발표하며 이라크는 IS와의 종전 이후 수십억달러규모의 재건사업이 국가차원에서 시행될 것으로 보도한 바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라크,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중동은 추가 수주가 예상됐던 곳"이라며 "인근 국가 현장의 자재 조달이나 공사 발주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벌써부터 미국·이란 간 갈등 아래 국제 유가가 출렁이면서 유연탄 가격도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멘트사를 포함해 대부분의 기업이 유연탄 공급계약을 연간 단위로 체결해 당장은 아니더라도 또 다른 원가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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