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소주값 인상 도미노속 '동결' 외친 보해양조, 왜?

머니투데이 정혜윤 기자 2020.01.0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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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보해양조 홈페이지/사진제공=보해양조 홈페이지


지역 소주 업체들의 도미노 가격 인상이 시작된 가운데 광주·전남을 기반으로 한 보해양조는 연초부터 '올해 가격 동결'을 외쳤다. 2016년 8월 이후 4년째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고 밝혀 업계에서도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8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구·경북 기반의 금복주가 '맛있는참' 등 주요 제품 출고가를 평균 6.45% 인상한 것을 시작으로 대전·충남 맥키스컴퍼니 '이젠우린'(6.4%), 부산·경남 무학 '좋은데이'(6.4%)가 줄줄이 출고가를 인상하기로 했다.



지난해 참이슬, 처음처럼 등 전국구 소주 가격이 올랐을 때만 해도 가격 동결을 선언했던 이들도 원부자재·인건비 인상 등 부담을 견디지 못하면서 가격을 올린 것이다.

이 와중에 보해양조는 "올해 잎새주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2016년 8월 이후 4년째 잎새주 출고가는 1016.9원에 머물러 있다.



보해양조의 이 같은 결정에는 임지선 대표의 뚝심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보해양조 관계자는 "가격 인상 요인이 없는 건 아니지만, 올해 회사 70주년을 맞아 지역민들과 고통을 계속 분담하자는 차원에서 가격 동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회사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2017년과 2018년 구조조정을 강행하는 등 몸집을 줄이면서 내실을 강화한 덕분에 지난해 1분기부터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매출액은 574억원으로 전년동기(609억원)대비 6% 가량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년 전 -82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11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또 가격 동결 마케팅이 매출을 소폭 올리는 데도 기여했다는 내부 분석이다. 보해양조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소줏값을 올리지 않는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1분기 대비 3분기 매출이 5%p 가량 늘었다. 보통 소주 매출이 겨울철 더 높은데, 지난해 1분기보다 3분기 매출이 늘어난 건 가격 동결 효과가 컸다고 분석한다.


물론 일각에선 가격을 올리지 않는 대신 알코올 도수를 낮춰 가격 인상 효과를 얻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보해양조는 잎새주 알코올 도수를 17.8도에서 17.3도로 0.5도 내렸다.

이와 관련 보해양조 관계자는 "잎새주가 (시중 판매되는 소주 중)가장 높은 도수를 유지하고 있어 독하다는 이미지가 강해 내린 것뿐"이라며 "(도수 하락으로)얻을 수 있는 이익은 전체 매출의 1억원 안팎으로 가격 인상 효과를 대체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보해양조는 올해 70주년을 맞아 '미스트롯'으로 유명해진 가수 송가인을 모델로 선정하는 등 성장 드라이브를 걸 예정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하이트진로 참이슬의 공습으로 보해양조 광주·전남 점유율이 40%안팎까지 떨어졌지만, 대중적 인기를 끈 송가인을 앞세운 광고와 가격 동결 마케팅이 어느정도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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