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콕' 집은 은성수 "증권사IB 부동산대출 막겠다"

머니투데이 조준영 기자, 김소연 기자, 임동욱 기자 2020.01.07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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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신용공여대상인 중소기업에서 SPC·부동산 관련법인 제외키로..업계 "부동산PF 자체를 막는 것" 반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청사에서 열린 '금융투자업계 CEO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은성수 금융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청사에서 열린 '금융투자업계 CEO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7일 IB(투자은행)의 부동산에 집중된 영업행위를 지적하며 "IB의 신용공여대상으로 규정된 중소기업의 범위에서 특수목적회사(SPC)와 부동산 관련 법인을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은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금융투자업계 CEO 간담회'에서 "혁신기업의 발굴과 자본시장의 발전을 선도해 나가야 할 투자은행의 영업이 벤처·중소기업이 아닌 부동산에 집중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IB제도 도입 취지는 당초 성장잠재력이 있지만 아직 재무성과가 좋지 않아 자금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는 기업을 발굴하고, 국내기업들이 해외SOC(사회간접자본) 등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주할 때 필요한 자금조달구조를 설계하는 데 있다"며 "이러한 취지와 다르게 벤처·중소기업에 공급돼야 할 자금이 명목상으로만 중소기업인 SPC를 통해 부동산 개발사업 등에 제공된 규모가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증권사의 경우 SPC에 5조원 이상 대출됐고 이 중 약 40%가 부동산 분야에 제공되고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 부동산금융 규제 강화...이유는
지난해 말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규제에 이어 IB 신용공여 관련 규제를 통해 금융당국은 부동산 규제압박 수위를 높이는 모습이다.

앞서 금융위는 증권사의 부동산 PF채무보증 한도를 자기자본의 100%로 설정하는 내용의 규제를 2021년 7월 도입키로 했다. 내년 7월부터 PF보증 한도가 차차 줄어든다. NCR(영업용순자본비율)에 반영하는 신용위험액 산정시 적용하는 위험비율도 12%에서 18%로 높이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최근 증권사들이 다른 업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규제 수준과 고수익 추구 등으로 부동산PF 대출 및 채무보증 관련 익스포져의 규모가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경계한다.


전체 금융권의 부동산PF 채무보증 규모는 지난해 6월말 기준 28조1000억원인데, 이중 증권사는 26조20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특히 부동산PF 대출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를 중심으로 증가세를 보였는데, 종투사의 부동산PF 대출규모는 2016년말 3조4000억원에서 2018년말 4조1000억원, 지난해 6월말 4조5000억원으로 늘어났다.

부동산 '콕' 집은 은성수 "증권사IB 부동산대출 막겠다"
이에 금융위는 지난해말 종투사에 부여한 기업신용공여 추가한도에서 부동산 관련 대출을 제외하고 부동산대출 신용위험 특례를 폐지키로 한데 이어, 새해 들어 일반증권사도 규제 대상에 넣어 규제의 강도를 높이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도 지난달 12월 '자본시장 부동산그림자금융 종합관리시스템 구축' 방안을 발표하고, 체계적인 감시, 감독에 나설 계획임을 밝혔다.

부동산그림자금융이란 전형적인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등을 제외한 은행시스템에 속하지 않는 여타 부동산금융을 통칭한다.

지난해 6월말 기준 자본시장 그림자금융 규모는 275조7000억원으로, △증권사 PF대출 4조9000억원 △증권사 채무보증 26조2000억원 △부동산펀드 86조1000억원 △부동산신탁 3조5000억원 △부동산 유동화증권 155조원 등이다.

자본시장 그림자금융은 2017년말 223조6000억원, 2018년말 260조원 등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시장은 반발..."시장논리 무시"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조치와 관련 "시장 영향이 PF대출 총량 규제만큼 크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부동산 투자를 투기로 보고 족쇄를 채우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일반 대출이 아닌 기업 대출한도에서 SPC를 뺀다는 내용이라 다소 다행이지만, PF 대출 총량 규제에 이은 조치여서 파장이 클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결국 금융당국이 증권사의 부동산 파이낸싱 자체를 막겠다는 뜻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당국이 수요와 공급 시장논리를 무시한다는 지적도 있다. 시장 관계자는 "공급을 늘려서 수요를 가라앉히는 것이 정석인데 금융당국은 부동산에 유동성 흐름을 끊어 공급을 줄이고 수요 자체를 틀어막겠다는 것"이라며 "부동산 대신 벤처·중소기업 투자를 하라는데 회수도 오래 걸릴 뿐더러, 투자액 자체를 날릴 우려도 있는데 금융당국이 책임지지 않을 발언만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2008년 리먼사태 때 국내부동산 가격이 27% 내린 데 비해 금융투자자산들은 45~50%정도 내렸다. 다시 하락 전 가격으로 돌아가는 데 부동산이 3년도 걸리지 않았고 금융투자자산은 5~6년이 걸리고 돌아가지 못한 것들도 많았다"며 "그러다보니 금융투자회사들에게 부동산이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커 자금이 쏠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와 관련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는 데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바꾸라고 해서 바로 바꿀 수 있는 성격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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