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투데이](https://thumb.mt.co.kr/06/2020/01/2020010715124575300_2.jpg/dims/optimize/)
# 김 대리는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극장 나들이를 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연애할 때 얘기를 하며 웃었다. 부모님은 표를 못 구해서 왼쪽 제일 구석진 자리에 앉았는데 자막은 오른쪽 끝에 있어서 읽기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생각해보니 김 대리가 어렸을 때만 해도 영화관 자막은 오른쪽에 세로쓰기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가로쓰기로 바뀌었다. 언제부터일까? 왜 그랬을까?
![시대별 판결문으로 보는 우리나라 글쓰기 변화/사진=뉴시스](https://thumb.mt.co.kr/06/2020/01/2020010715124575300_4.jpg/dims/optimize/)
그러다 시간이 지나며 현재의 자막 위치가 고정이 됐고 정말 특별한 경우(가령 영화 내에서 또 다른 외국어가 나올 때 구별을 위해 그 부분만 세로 쓰기)가 아니면 세로쓰기 방식은 쓰이지 않는다. 이제 오른쪽 세로쓰기 자막으로 상영되는 영화는 한국영상자료원이나 서울아트시네마에서나 볼 수 있다.
서적 신문 등에선 이미 1990년대에 들어 가로쓰기가 대세가 됐다. 영화관 자막은 왜 그 이후에도 한동안 세로쓰기가 유지했을까?
이유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관행이 계속 이어진 것이라는 설도 있고, 스크린의 비율을 고려했을 때 세로로 읽는 것이 더 시선 이동이 적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https://thumb.mt.co.kr/06/2020/01/2020010715124575300_1.jpg/dims/optim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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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설득력 있는 의견은 앞 좌석 사람의 뒤통수에 가려서 가로자막을 읽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과거 극장 환경의 열악함 때문이기도 하다. 멀티플렉스가 등장하기 전 우리나라의 영화관은 시설이 낙후된 곳이 많았다.
이러한 구식 극장의 큰 단점은 좌석 단차가 거의 없다는 것, 그러니 앞사람 때문에 화면 아래쪽이 가려지기 일쑤였다. 이런 환경에서 자막을 아래쪽에 가로로 위치시키면 자막을 읽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이 뿐 아니라 필름 상영 당시에는 자막을 가로로 쓰는 공정이 세로로 쓰는 것보다 더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들었다고 한다. 실제로 시간이 지나며 필름 상영 대신 디지털 상영이 대세가 되고 멀티플렉스가 늘어나면서 자막 또한 현재의 아래쪽 가로쓰기로 바뀌었다.
가로 자막이 번역의 질 향상 불러와
![물론 가로 자막이든 세로 자막이든 번역가의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사진=온라인 커뮤니티](https://thumb.mt.co.kr/06/2020/01/2020010715124575300_5.jpg/dims/optimize/)
이런 변화는 영화 번역의 질 향상에 영향을 미쳤다. 통상 2줄을 넘지 않는 자막에서 이 몇 글자의 차이는 크게 작용한다. 자막이 2줄이 넘어가 화면이 바뀌게 되면 아무래도 한 화면에 자막을 다 보여주는 것보다 이해가 떨어지게 되고 인물 간 대화를 넣는 데 문제가 생긴다. 세로자막에서 가로자막으로의 변화가 번역을 보다 풍부하게 해 영화의 깊이를 더해주는데 일조를 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