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적자에도 '눈치게임'된 車 보험료 인상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20.01.08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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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4' 손해율 처음으로 모두 100% 넘어…요율 자체 검증 후 내달 초 줄줄이 인상할 듯

빠르면 다음 달 초부터 자동차보험료가 3.5~4%가량 인상된다. 다만 보험료 인상을 자제하라는 정부의 '압박'이 거세 어느 회사가 먼저, 언제부터 올릴지는 '눈치게임' 양상이 돼 버렸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손해보험사들은 내달 자동차보험 보험료 인상을 위해 전산 작업을 준비 중이다.



역대급 적자에도 '눈치게임'된 車 보험료 인상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 보험료 인상을 위해 지난해 11월 말 KB손보와 현대해상을 시작으로 줄줄이 보험개발원에 자동차보험 기본 보험료율 검증을 의뢰했다. 하지만 해를 넘겨도 회신이 오지 않자 자체 검증한 요율에 따라 보험료를 올리기로 한 것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각 사별로 3.5~4%가량 요율 인상을 확정하고 전산에 반영할 준비를 마친 상태"라며 "어느 보험사든 전산 반영을 시작하면 줄줄이 따라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보험료는 조정 폭이 결정되면 손해보험협회를 통해 요율을 공시한 후 1주일 후 전산에 자동 반영되는 구조다.



보험업계는 자동차보험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 악화로 보험료 인상을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2월 가마감 기준으로 손해율이 100%를 넘지 않은 곳은 메리츠화재(99%)가 유일하다. 삼성화재(100.1%), 현대해상(101%), DB손해보험(101%), KB손해보험(100.5%) 등 '빅4'의 손해율이 모두 100%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손보업계의 12월 평균 손해율은 107.3%다.

손해율이 107.3%라는 것은 보험료로 100원을 받아 107.3원을 지급했다는 의미인데, 자동차 보험의 적정 손해율인 77~78% 임을 감안하면 심각한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자동차보험에서 총 1조원대 적자를 예상하면서 손해율이 85% 전후일 것으로 추정했으나 이를 크게 웃돈 것이다. 대형사 기준, 연초 예상했던 손실 폭이 1000억~2000억원 이상 확대된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올해도 상황이 개선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일부 자동차보험 관련 제도가 개선되면 1~1.5%의 보험료 인하 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한다. 현재 추진 중인 제도 개선은 음주운전 사고부담금 인상과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심사 절차와 기구 신설 등이다. 하지만 음주운전 사고부담금 인상은 국토교통부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이하 자배법) 시행규칙 등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으로 실제 시행까지 상당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정비수가 등 원가가 계속 오르는 데다 경상환자의 한방진료비가 급증하고 있어 올해도 손해율이 개선될 기미가 없다"며 "원가상승에 대한 적절한 수준의 보험료 반영과 자동차보험 한방진료에 대한 규제 개선 등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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