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래 작가. 천년-소나무 2019-15. /사진=김고금평 기자
우연의 발견은 어느 한순간으로 끝나기도 하지만, 때론 필연의 걸작으로 연결된다. 특히 예술가들이 가진 예민한 오감이 투영하는 ‘우연’은 좀 남다를 듯하다.
사비나미술관이 준비한 신년특별기획전 ‘뜻밖의 발견, 세렌디피티’는 이들 예술가들이 창작에 영감을 준 최초의 이미지를 발견한 생생한 순간을 실행으로 옮겨 창의적 성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보여준다.
함명수 작가. 'Alive' 캔버스에 유채, 240×300cm, 2019(왼쪽), 'Pistol' 캔버스에 유채 112.1×162.2cm, 2008. /사진=김고금평 기자
10년 전 몽골에 방문했다가 우연히 마을의 수호신으로 추앙받는 야생 산양을 발견한 성동훈 작가는 산양에서 과거와 현재의 만남, 진실과 거짓의 가치를 이입했다. 이를 위해 청화백자와 전근대 동전 등 '원형'의 재료를 이용해 산양의 몸과 뿔을 만들었다.
1996년 미국 뉴욕 유학 시절, 상업용 영화필름을 우연히 발견한 김범수 작가는 필름에 담긴 다양한 색감과 영상 속 인물들의 미묘한 변화에 영감을 얻어 조형적 시각언어로 재탄생시켰다.
성둥훈 작가. 산할아버지 스테인레스스틸, 동, 청화백자, 130×60×180cm, 2016. /사진=김고금평 기자
어릴 때 어머니가 만들어준 계란 프라이의 강렬한 시각과 후각의 경험을 꽃으로 형상화한 최현주 작가의 작품, 창밖에 흐르는 구름에서 회화의 3대 요소를 발견하고 ‘구름 전문가’로 태어난 강운 작가의 작품도 뜻밖의 발견이 낳은 예술 세계다.
발견을 창조물로 변형시킨 76점이 필연의 걸작이 될 운명인지는 미지수다. 다만 미학과 예술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오는 4월 25일까지 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