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7 사태'로 빚더미 앉은 보잉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20.01.07 14:19
글자크기

아메리칸항공·에어로멕시코 등 일부 항공사들과 배상 합의 완료

보잉 737맥스. /사진=로이터보잉 737맥스. /사진=로이터


두 번의 추락 사고를 내고 전세계에서 운항이 정지된 '737 맥스'의 복귀가 늦어지면서 미 항공기제조업체 보잉이 상당한 비용 리스크를 짊어지게 됐다. 보잉은 각국 항공사의 손실금과 정비 비용 등을 부담하기 위해 부채를 더욱 늘릴 예정이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잉이 올해 상반기 150억 달러가 넘는 손실보전금 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채권 발행 등을 통해 50억 달러의 부채를 추가로 끌어올 것"이라고 전했다. 또 보잉은 가지고 있는 브라질 항공기제조업체 엠브라이어의 지분 80%를 매각해 40억달러를 조달할 계획이다.



보잉은 현재 약 200억달러의 가용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 WSJ는 "당장 현금이 부족하지는 않지만 737맥스 위기와 관련된 비용이 증가해 외부 차입이 증가할 것"이라면서 "이와 함께 자본 지출 연기, 인수 동결, 연구개발 지출 삭감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잉의 737맥스 기종은 두 차례 추락사고 이후 전세계에서 운항이 중단된 상태다. 보잉은 737맥스 기종의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인해 2018년 10월 인도네시아 라이온에어 여객기와 지난해 3월 에티오피아 항공 소속 여객기가 각각 추락하면서 총 346명이 숨지는 참사를 초래했다.



보잉은 737맥스의 운항이 중단된 이후에도 한달에 42대씩 생산을 계속해왔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운항 허가를 재발급하면 선주문을 받았던 737맥스를 각국 항공사에 인도한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운항 재허가가 늦어지면서 대금을 받지 못해 부채가 확 늘었다. 보잉의 지난해 4분기 총부채(추정치)는 257억달러(약 30조원)로, 1분기에 비해 70% 급증했다. 보잉은 결국 이달부터 737맥스 기종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보잉은 고객사인 전세계 항공사들이 운항 중단 등으로 입은 매출 타격과 정비 비용 등을 대부분 부담해야 한다. 이날 아메리칸항공과 에어로멕시코는 보잉과 보상 문제 합의를 마쳤다고 밝혔다. 양사 모두 합의 조건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아메리칸 항공은 "보상금 일부인 3000만달러(약 350억원)를 3월 직원들의 성과급으로 분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보잉과 보상합의를 마친 사우스웨스트항공 역시 보상금 일부인 1억2500만달러를 전체 직원들에게 나눠 지급한 바 있다.

일부 항공사들은 여전히 보잉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들 중 몇몇은 보상금을 요구하기 전에 737맥스의 운항이 재개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보잉이 올해 하반기 이전에 737맥스의 생산을 재개하지 못할 경우 막대한 부채 부담과 불확실성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