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상 받은 날, 제작사 주가 10% 떨어졌다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0.01.07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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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에 사고 뉴스에 파는' 전형적 테마주…펀더멘털 개선 시급 지적

영화 '기생충'으로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이 지난해 5월28일 오후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주연배우들과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봉 감독, 배우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조여정, 이선균, 송강호.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영화 '기생충'으로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이 지난해 5월28일 오후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주연배우들과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봉 감독, 배우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조여정, 이선균, 송강호.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영화 '기생충'이 한국 영화 최초 골든글로브 수상이라는 쾌거를 올렸지만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 (604원 ▼6 -0.98%)의 투자자들은 웃지 못했다. 이날 주가는 10% 급락했고 대규모 공매도가 쏟아졌다. '이슈에 사고 뉴스에 파는' 전형적인 테마주 양상이 나타난 것이다. 영업적자가 이어지고 있어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한 이슈에 따라 주가가 요동치는 테마주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일 바른손이앤에이의 주가는 전일 대비 185원(10.45%) 하락한 1585원에 마감했고 현재는 이보다 더 하락한 1575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영화 기생충이 한국 영화 최초로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했다는 희소식이 들려왔지만 제작사의 주가는 오히려 급락한 것이다. 앞서 지난해 5월26일 기생충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이후 다음날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한 것과 정 반대 양상이다.

황금종려상 수상 당시는 영화 개봉 전이라 흥행 대박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된 것이라면, 이번 골든글로브는 전세계 영화 상영이 거의 끝난 시점이었다는게 문제였다. 수상 외에 더 기대할 재료가 없는 상황이라 주가가 급격하게 빠진 것이다.



주가가 요동치는 와중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영화상 수상을 재료로 투자해 이익을 올렸다. 바른손이앤에이 주가는 기생충이 골든글로브 후보에 오른 지난달 9일부터 반등해 지난 3일 까지 25% 올랐고 이 기간 외국인은 15억원 어치를 순매수 했다. 그리고 수상이 발표된 지난 6일 한꺼번에 12억원 어치를 순매도해 차익을 실현했다. 지난달 일평균 공매도 물량보다 16배나 많은 27만6692주의 공매도 물량이 이날 하루만에 쏟아지면서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바른손이앤에이가 이슈에 따라 주가가 요동치는 것은 시가총액이 작고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약한 전형적인 테마주 양상을 띄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바른손이앤에이는 영화 제작 외 모바일 게임 사업 등을 하고 있는데, 연 매출액은 300억~400억원 수준이고 최근 2년 동안에는 2017년 13억원, 2018년 23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기생충' 상 받은 날, 제작사 주가 10% 떨어졌다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손실은 168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적자 규모가 17% 늘었다. 3분기까지 기생충 매출이 반영되지 않은 영향이다. 바른손이앤에이 관계자는 "기생충 국내 상영분 매출은 최근 정산이 완료돼 4분기 실적으로 반영될 것"이라며 "해외 매출은 올해 반영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기생충 매출의 정산으로 실적이 반짝 개선 될 여지는 있다. 글로벌 박스오피스 집계 사이트 모조(Mojo)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기생충의 글로벌 매출은 1억2974만달러(1500억원)로 역대 한국 영화 중 글로벌 흥행 1위를 기록했다.

국내 영화 수익 배분 구조는 매출의 13%를 세금(부가가치세 10%, 영화 발전기금 3%)으로 제하고 남은 금액의 절반(43.5%)을 영화관이 가져간다. 배급사가 수수료 10%를 떼고 남은 수익 33.5%를 투자자와 제작사가 6(20.1%)대4(13.4%) 정도로 나눠 갖는다. 기생충의 국내 매출이 860억원임을 감안하면 이중 바른손이앤에이 몫은 약 115억원으로 추정된다.

오는 10일 기생충의 일본 개봉이 예정돼 있고, 해외 매출과 향후 IP(지적재산권) 수익까지 고려하면 수익은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중요한 것은 지속성이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마더' '방자전' 등 이름을 알린 작품도 여럿 만들었지만 2010년 방자전 이후 이렇다 할 흥행작이 없다. 불확실성이 큰 영화 콘텐츠 사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캐시카우 역할을 할 만한 사업을 육성해야 하는데 현재 게임 사업부문의 성적도 부진하긴 마찬가지다.

영화가 상을 타고 흥행에 성공하더라도 꾸준히 실적을 내지 못한다면 증권시장에서 좋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기대하기 어렵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이미 기생충의 기대감은 주가에 다 반영돼 더 오를 여지는 많지 않아 보인다"며 "적자인 기업의 적정 주가를 산정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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