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정부가 쿠데타 개입했다" 대형폭로 예고한 곤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20.01.07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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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기자회견에 앞서 폭스뉴스 인터뷰 통해 일부 내용 공개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카를로스 곤 전 닛산자동차 회장이 닛산의 쿠데타와 함께 일본 정부가 자신의 축출에 개입한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곤 전 회장은 지난달 29일 오사카의 간사이 공항에서 음향기기 상자에 몸을 숨겨 전용기를 탄 후 레바논으로 도주했다. 여기에는 미국 특수부대 출신도 가담해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日정부도 개입" 후폭풍 예고한 곤
6일(현지시간) 곤 전 회장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를 축출하기 위해 닛산이 쿠데타를 벌였다는 실질적 증거와 서류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주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인 이름들을 밝힐 것이며 여기에는 일본 정부 관계자들도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곤 전 회장은 오는 8일 레바논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곤 전 회장은 "내가 닛산과 르노를 합병하려고 했기 때문에 그들은 날 제거하려고 했다"고 주장했으며, 가장 후회하는 일로 "CEO 자리에서 물러나자마자 후계자인 사이카와 히로토를 지원한 것"을 꼽았다. "바로 일본을 떠났어야 했다"는 것이다.

곤 전 회장은 자신의 사이카와 닛산 사장을 직접 키우고 후계자로까지 지목했지만, 정작 사이카와 사장은 곤 전 회장을 임금 축소 등 개인 비리 혐의로 일본 검찰에 넘기는 '쿠데타'를 주도한 인물로 전해진다. 곤 전 회장은 사이카와 사장에게 "배신당했다"라는 말까지 했다.



그는 자신이 탈출을 결심할 정도로 분노한 일로 부인과의 대화조차 금지됐을 때를 지목하고, 일본 사법체계의 불공정함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그는 "더이상은 참을 수 없었다(straw that broke the camel’s back)"고 했다.

곤 전 회장은 또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도쿄의 집에 앉아 감시를 받으며 기다리는 건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면서 "일본만 아니라면 그 어느 법정에 서서라도 이번 재판을 받을 용의가 있다"고 했다.

탈출극에 수십억원… 3개월간 준비했다
NHK 방송뉴스 갈무리NHK 방송뉴스 갈무리
NHK, 아사히신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을 종합하면, 곤 전 회장은 지난달 29일 밤 11시를 넘어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서 전용기를 타고 일본을 탈출해 레바논으로 향했다.


WSJ는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곤 전 회장 탈출 3개월 전부터 10~15명의 다른 국적을 가진 탈출준비팀이 일본을 20번 이상 방문해 공항 10여곳을 수시로 조사했다고 전했다. 이 결과 간사이 공항의 개인 전용기 터미널이 인적이 드물며, 공항 검색 스캐너보다 큰 수화물은 검색을 안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공항 보안검색 체계의 '큰 구멍'이 곤 탈출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간사이공항 제2터미널의 개인 전용기(PJ)게이트 관계자는 아사히신문에 "제2터미널은 별도의 전용출입구가 있고, 심야에는 출발 항공편이 거의 없다. 눈길을 피하기엔 가장 좋은 환경"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간사이 공항은 하네다, 나리타 공항 등과 함께 항공기 운항사나 기장의 판단으로 개인 전용기 보안검사를 생략할 수 있다.

최종 탈출구를 확보한 곤 전 회장은 지난달 29일 오후 2시반쯤 도쿄 미나토구의 자신의 주택에서 혼자 외출해 800m 떨어진 고급호텔에 도착했다. 여기서 미국인 남성 2명과 합류했다.

NHK는 두 명의 남성이 이날 오전 10시쯤 전용기를 통해 두바이에서 간사이 공항에 도착했으며, 이미 곤 회장이 숨기 위해 사용한 큰 상자를 들고왔다고 전했다.

FNN 방송뉴스 갈무리.FNN 방송뉴스 갈무리.
3인은 오후 4시반쯤 도쿄 시나가와역에 도착, 신칸센행에 몸을 실었다. 오후 7시반쯤 오사카에 도착한 이들은 택시를 타고 간사이 공항 인근 호텔로 이동했다. 이후 밤 10시쯤 곤 회장의 일행 두 명이 호텔을 나왔는데, 이들은 커다란 상자 두 개를 들고 있었다. 곤 전 회장의 모습은 없었다.

밤 10시반쯤 간사이 공항에 도착한 이들은 개인 전용기에 탑승했고, 비행기는 11시 10분쯤 이륙해 터키에 들렀다. WSJ는 곤 전 회장과 동행한 2인 중 한 명은 미국 특수부대 그린베레 출신 마이클 테일러라고 보도했다.

전용기는 이후 터키 이스탄불에 도착했고, 곤 전 회장은 다른 비행기로 갈아탄 뒤 30일 레바논 베이루트에 도착했다.

WSJ는 터키 당국이 현재 곤 전 회장이 몸을 숨겼을 것으로 추정되는 커다란 음향기기 상자에서 지문 등을 확보하기 위해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주로 콘서트용 대형 스피커를 담는 검은 상자의 바닥엔 숨구멍이 뚫려 있었다고 WSJ는 전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경비업체 관계자를 인용, 곤 전 회장은 수십명의 탈출준비팀을 고용하고, 탈출을 실행하기까지 수백만달러는 족히 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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