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최대 마라톤서 사라진 '국뽕'…아식스의 눈물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20.01.07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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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통신. /사진=로이터통신.


매년 새해 열리는 일본 최대 마라톤 대회에서도 '국뽕'은 더이상 통하지 않았다. 지난 2~3일 열린 하코네 역전 마라톤 대회에서 일본 스포츠웨어 브랜드 아식스가 자취를 감춘 것이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열린 하코네 역전 마라톤(하코네 에키덴)에서 아식스 운동화를 신은 선수들은 단 7명에 불과해 전년 대회 51명에서 크게 줄었다고 보도했다. 경쟁 일본 브랜드인 미즈노 역시 전년 24명에서 9명으로 크게 줄었는데, 아식스는 미즈노에도 뒤처지는 신세가 됐다.



이 빈 자리를 채운 건 마라톤 '2시간'의 벽을 깬 것으로 유명한 나이키의 '베이퍼플라이' 운동화였다. 지난해 10월 케냐 마라톤 선수 엘리우드 킵초게가 사상 최초로 마라톤 풀코스 42.195㎞를 1시간59분40.2초 만에 완주하면서 이 신발은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당시엔 공식 대회가 아니라 2시간 기록을 단축하기 위해 기획된 행사였고, 운동화 역시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이 아닌 특수 제작된 제품이었지만 올해 일본 최대 마라톤 대회에서 그 인기는 그대로 반영됐다.

에키덴뉴스에 따르면 올해 출전 선수 210명 중 178명(84.7%)가 나이키의 베이퍼 플라이를 착용했다. 2018년 대회만 해도 나이키와 아식스 신발을 신은 선수들은 각 50여명씩으로 엇비슷했는데, 불과 2년 만에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일본 겐다이비즈니스는 이번 마라톤 대회를 "나이키의 '마법의 신발'이 지배했다"고 했다. 팀원 5명 전원이 나이키 운동화를 신은 아오야마 가쿠인 대학팀이 대회 기록을 7분 가까이 단축하면서 우승 차지했고, 총 10구간 중 7구간에 신기록이 나왔다. 올해 96회를 맞은 하코네 역전 마라톤 대회는 각 대학에서 선수 10명씩 한팀을 이뤄 200km 구간을 이틀에 걸쳐서 뛰는 대회이다.

이번 일이 전해지며 6일 새해 첫 거래를 시작한 일본 증시에서 아식스 주가는 크게 빠졌다. 장중 한 때 5.7%까지 하락했던 주가는 3.8% 하락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두 달 만에 가장 큰 낙폭이었다.

믿었던 안방시장에서마저도 아식스의 존재감이 사라지면서 아식스의 실적 부담도 더 커지게 됐다.


아식스는 이미 2018년에 순손실 약 203억엔(약 2200억원)을 기록했다. 20년 만의 적자 전환이자 1964년 상장 이후 가장 부진한 실적이었다.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누적 포괄이익도 전년대비 75.9%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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