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發 '유가 난기류', 항공업계 흔들린다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2020.01.06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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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갈등으로 국제 유가 오름세...항공사, 유류비가 영업비용 중 가장 큰 비중

5일(현지시간) 이란인들이 시아파 성지 마슈하드에서 미군의 공습으로 사망한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추모를 하고 있다.  /사진=AFP(뉴스1)5일(현지시간) 이란인들이 시아파 성지 마슈하드에서 미군의 공습으로 사망한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추모를 하고 있다. /사진=AFP(뉴스1)


'국제 유가 상승'이라는 난기류가 항공 업계에 다가오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일촉즉발의 갈등 상황으로 유가가 들썩이고 있다. 유류비는 항공사 운영 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6일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일 WTI(서부텍사스유) 가격은 전일보다 3.1% 오른 배럴당 63.05달러에 거래됐다. 지난해 5월 이후 8개월 만의 최고 가격이다. 이날도 세계 선물시장에 원유 가격이 상승세를 탔다.



미국이 이란의 군부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를 미사일 요격한 이후 양국의 전운이 고조되면서 국제 유가가 널뛰고 있다. 이란은 이슬람 사원에 보복을 예고하는 붉은 깃발을 내걸었고,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보복할 경우 이란의 주요 지역 52곳을 타격할 수 있다며 맞선 상태다.

대한항공·아시아나, 항공유 사용만 연 5000만배럴 이상
이란發 '유가 난기류', 항공업계 흔들린다
항공산업은 유가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항공사를 운영하는데 드는 영업비용 중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제일 크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3분기 기름값으로만 2조3770억원을 썼다. 전체 영업비용 중 유류비가 25.9%를 차지한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과 제주항공은 유류비가 영업비용의 28%가량을 차지했다. 항공사가 1000원을 쓰면 그중 250~300원은 기름 넣는데 쓰는 셈이다.

대한항공이 연간 쓰는 항공유는 약 3300만배럴로 배럴당 1달러만 올라도 385억원의 비용이 더들어간다. 아시아나항공은 1년에 약 1800만배럴의 기름을 쓴다. 제주항공은 유가가 5% 오르면 150억원의 추가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한다.

지난해 2, 3분기에 이어 4분기도 적자가 예상되는 항공사에 유가 상승은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주식시장에도 이런 우려가 반영돼 6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장중 한 때 각각 4.8%, 3.5%까지 주가가 내려갔다.


국제선 수요 둔화에 엎친 데 덮친 격...달러 강세도 부담
인천국제공항의 한 일본 항공사 체크인 카운터의 한산한 모습/사진=뉴스1인천국제공항의 한 일본 항공사 체크인 카운터의 한산한 모습/사진=뉴스1
항공사는 유가가 오르면 유류할증료 인상 등을 통해 대응하지만 현재로서는 녹록지 않다. 기본적으로 국제선 수요가 둔화하고 있어서다.

일본 여행 보이콧과 홍콩 시위의 영향으로 지난해 11월 국제선 이용객은 28개월 만에 역성장했고, 지난달에도 0.3% 증가에 그쳤다. 특히 LCC(저비용항공사) 지난달 여객수가 8.3% 줄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유류할증료를 내는 승객이 많아야 유가 상승에 대응할 수 있다"며 "현재 상황에서 유가 상승은 항공사에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것도 항공사에게는 부담이다. 원화가 약세를 보이면 해외여행 수요가 줄고, 항공사는 환차손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대한항공의 경우 원화 가격이 달러당 10원 하락할 경우 연간 850억원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한다.

이란 원유 생산 차질은 영향 미미...최악은 '호르무즈해협 봉쇄'
5일(현지시간) 이란인들이 시아파 성지 마슈하드에서 미군의 공습으로 사망한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장례행렬을 뒤따르며 추모를 하고 있다.  /사진= AFP(뉴스1)5일(현지시간) 이란인들이 시아파 성지 마슈하드에서 미군의 공습으로 사망한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장례행렬을 뒤따르며 추모를 하고 있다. /사진= AFP(뉴스1)
전문가들은 현재 유가 급등은 투기 세력이 집중된 영향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당장 원유 생산과 공급에는 큰 차질이 없어서다.

이란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약 200만배럴로 전 세계 생산량의 2%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2000만배럴에 달하고, 전략비축유도 6억3000만배럴에 이른다. 이란이 원유 생산에 차질을 빚더라도 미국이 충분히 유가를 안정시킬 수 있는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는 이란이 세계 원유 수송량의 30%가 지나는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는 것이다. 미국이 한국 등에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요청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70%가 이 해협을 지난다.

다만 한윤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란은 과거에도 미국의 제재에 반발해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경고한적 있지만 실제로 실행한 적은 없다"며 "이 해협을 통해 원유를 수출하는 사우디, 이라크, UAE 등 중동 국가들의 보복 위험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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