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라이더 "무조건 합병 반대 아냐…처우 악화 우려"

머니투데이 최동수 기자 2020.01.06 15:21
글자크기
라이더유니온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배민라이더스 남부센터 앞에서 열린 '2020 배민을 바꾸자 신년 기자회견'에 참석해 근무조건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라이더유니온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배민라이더스 남부센터 앞에서 열린 '2020 배민을 바꾸자 신년 기자회견'에 참석해 근무조건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배달의 민족'의 배달대행 업체인 '배민라이더스' 소속 배달 기사들이 독일계 딜리버리히어로(요기요·배달통)와 배달의 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 합병에 우려감을 드러냈다.

독점적 지위를 가진 회사가 시장지배력을 악용하면 배달 기사의 처우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배달 노동자들이 결성한 '라이더 유니온'과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서비스지부는 6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개최한 '배달의민족-딜리버리히어로 기업결합 공정심사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처우 개선을 촉구했다.


"무조건 합병 반대는 아니야…라이더 기본권 보장돼야"
배민라이더스 배달기사 측은 합병을 전면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열악한 배달기사의 처우를 개선해 달라고 주장했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기획팀장은 "전적으로 합병에 대해 반대한다기보다 합병 후를 우려하는 것"이라며 "한 달짜리 쪼개기 계약을 하고 수수료도 마음대로 조정하고 있는데 시장 지위가 높아지면 횡포가 더 심해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달기사의 요구사항은 크게 △배달 수수료 안정화 △안전배달료 도입 및 일방적 프로모션 변동 축소 △근무조건의 변경 시 노조 및 라이더 동의를 얻을 것 △매니저와 라이더 간 평등한 소통방식 보장 △노조활동 보장 등이다.

배달 기사들은 생계와 직결되는 '배달 수수료'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배민라이더스는 지난달 4일부터 주문 수, 라이더 수, 기상 상황을 근거로 추가 수수료를 매일 다르게 책정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배민라이더스 한 기사는 "수수료를 예측할 수 없다 보니 언제 쉴 지를 계획하기 어렵다"며 " 다음달 생활비로 얼마를 벌 수 있을지도 예상하기 어려워 생활에 애로사항이 크다"고 말했다.

배달기사 "그나마 나았던 배민"…전문가 "불공정행위는 사후제재"

배민라이더스 소속 배달기사들이 합병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건 배달대행 업체 가운데 그나마 배민라이더스의 처우가 나았기 때문이다. 합병을 계기로 배달대행 업계 1위 처우가 낮아지면 전체 배달기사의 처우도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나오고 있다.

박형준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민라이더스지회 인천지역대표는 "여러 배달대행 업체 가운데 배민라이더스가 수수료나 업무환경 등이 가장 좋았다"며 "최근 업무 환경이 어려워지고 분위가 좋지 못해 걱정이 더 큰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합병 후 일어날 부작용은 사후 제재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임채운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혁신성장을 장려하려면 사전 규제는 완화하되 사후 불법행위는 엄벌에 처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시장지배력을 악용해 불공정행위를 저지르면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고 극단적으로는 기업분할까지도 명령할 수 있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