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앱'은 왜 '미운오리새끼'가 됐나

머니투데이 김지영 기자, 서진욱 기자 2020.01.06 16:48
글자크기

딜리버리히어로, 우아한형제들 기업결합 반발 확산, 그 이유 뜯어보니...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장,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참여연대, 라이더유니온 회원들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배달의민족-딜리버리히어로 기업결합 공정한 심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제공=뉴스1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장,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참여연대, 라이더유니온 회원들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배달의민족-딜리버리히어로 기업결합 공정한 심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국내 1위 모바일 배달 앱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이하 DH)에 매각되는 것을 두고 자영업자들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결국 ‘요기요’를 소유한 DH가 국내 배달 앱 시장을 사실상 장악할 것이고 이로 인한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비판이다. 그러나 그 이면을 뜯어보면 배달 앱 업계에 깔린 사회적 반감이 일시에 터져 나왔다는 분석이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6일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참여연대, 라이더유니온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 배달서비스지부 등과 함께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배민과 DH가 기업결합할 경우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의 90%를 독과점하게 된다”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엄격한 심사를 촉구했다. 앞서 소상공인연합회는 배민 불매 운동 등 단체행동까지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를 앞두고 배민이 사면초가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시장 독과점 우려…"경쟁 사라질 경우 점주·소비자 피해"
DH의 배민 인수는 유니콘 기업의 성공적인 엑시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또 한국과 독일 간판 배달앱끼리 힘을 합쳐 아시아 혁신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M&A(인수합병) 명분도 나쁘지 않다.

“민간 혁신기업 성장을 훼방 놓는다”는 시선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사실상 M&A 반대 목소리를 내는 데는 시장 독과점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배민을 인수할 경우 DH는 단숨에 국내 배달앱 시장을 장악하게 된다. 2~3위 배달앱 서비스인 ‘요기요’, ‘배달통’도 DH 계열이다. 이렇게 될 경우 시장 경쟁이 사라지며 배달료 인상, 할인정책 축소 등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자영업자와 배달원들의 DH 배달앱 플랫폼 종속도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박홍근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은 “배달앱 시장 참여자는 배민과 DH만 있는 게 아니라 피자, 치킨, 자장면 등 우리가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요식업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포함돼 있다”며 “전체 시장의 90% 가량이 하나의 기업에 종속되면 기업의 의사결정에 자영업 소상공인들과 최종 소비자인 국민들, 배달 라이더들은 어떤 방어력도 가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독과점 우려에 대해 “인수 후에도 독자 운영될 것”, “수수료 인상은 없다”고 반박해왔지만, 과연 본사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지 회의적인 시각이 더 많다.

배달의 민족 광고 스틸 컷 / 사진제공=HS애드 배달의 민족 광고 스틸 컷 / 사진제공=HS애드
배달앱은 왜 ‘미운오래새끼’가 됐나
양사 빅딜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않은 데는 배달앱 서비스에 깔린 뿌리깊은 반감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모바일 배달 앱이 국내 음식 자영업 및 배달 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킨 건 분명하다. 음식 맛만 좋다면 전단지를 뿌리지 않아도 손쉽게 이용자들의 주문을 받을 수 있다. 이용자들도 리뷰를 보며 동네 숨은 맛집을 찾는다. 하지만 배달 앱이 음식 자영업 세계를 좌우할 ‘갑(甲)’으로 바뀌면서 인식이 달라졌다. 소상공인연합회의 실태조사 결과(2018년 기준)에 따르면 소상공인들 중 배달 앱이 순이익 증가에 기여했다고 보지 않는다는 부정적 답변이 49.3%나 됐다. 수수료 등 자영업자들이 체감하는 비용 부담이 늘어서다.

배달앱 ‘갑질’ 비판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중개 수수료를 없애거나 광고·결제 수수료를 낮추는 시도들이 이어져왔지만, 자영업자들이 너나 구분없이 배달앱을 주된 창구로 이용하는 현실에서 "앱 운영사에 수익을 거져 내주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전단지’나 ‘포털 검색’보다 싸고 효율적이라는 배민 자체 결과까지 내놨지만 모든 점주들의 불만을 잠재우긴 역부족했다. ‘배달비 유료화’ 로 이제는 이용자들의 불만도 늘고 있다. 배달비 유료정책이 사실상 전반적인 음식값 인상으로 이어졌다는 하소연이다. 배달 앱에대한 부정적 여론을 두고 초기 앱 수익화 경쟁에 몰두한 나머지 상생을 뒷전에 둔 결과라는 시각도 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현재 업계와 정치권의 의견을 귀담아 듣고 지켜보고 있다”며 “공정위에서 현재 기업결합을 위한 정식 절차가 진행 중이고 결과를 기다리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배달 앱'은 왜 '미운오리새끼'가 됐나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