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혐 논란 '웅앵웅', 어떻게 쓰였나 보니…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2020.01.06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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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이스 지효 '웅앵웅', 남혐 발언이라며 논란, SNS선 의외로 다양하게 쓰여

인스타그램서 '웅앵웅'을 검색한 결과, 혐오 의미 없이 일상적으로 쓰이는 글이 다수였다./사진=인스타그램 검색 화면 캡쳐인스타그램서 '웅앵웅'을 검색한 결과, 혐오 의미 없이 일상적으로 쓰이는 글이 다수였다./사진=인스타그램 검색 화면 캡쳐


그룹 트와이스 지효가 팬들과 대화하다 '웅앵웅'이란 표현을 썼다. 2019 MAMA 시상식서 자리 비운 이유를 설명하다 "자꾸 관종 같으신 분이 '웅앵웅' 하시길래 말씀 드리는데 그냥 몸이 아팠다"고 했다. 그러면서 "죄송하네. 저격거리 하나 있어서 재밌으셨을텐데, 제가 몸이 아픈 걸 어떻게 할 수는 없더라"라고 덧붙였다.



이에 일각에선 '웅앵웅'이란 표현을 문제 삼았다. 남혐(남자 혐오) 표현이란 것. 여성 커뮤니티에서 주로 남성을 비하하기 위해 쓰인단 얘기였다. 이에 '웅앵웅' 어원이 그게 아니란 반박도 이어졌다. 한 트위터 유저가 한국 영화 대사가 웅얼웅얼 들리는 걸 '웅앵웅 쵸키포키'라 표현했고, 그게 '웅앵웅'이란 말로 유행을 탔단 얘기였다.

SNS·포털 찾아보니, 일상적으로 쓰여




남혐 논란 '웅앵웅', 어떻게 쓰였나 보니…


'웅앵웅'이 실제 어떻게 쓰이는지, 6일 오전 주요 포털사이트와 SNS 등에서 검색해봤다. 유행어의 시작지인, 트위터에서 인기 게시글을 우선 살펴봤다.

주로 '실없는 소리', '헛소리' 등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았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OOO가 내 비타민이고 에너지고 웅앵웅"이라고 했고, 또 다른 이는 보이스피싱 사례를 언급하며 "내 통장이 불법에 연루되었다 웅앵웅 이 XX"이란 표현을 썼다. 유기견 신고를 했다는 한 트위터 사용자는 "정부 종합민원 웅앵웅까지 연결됐다"고 하기도 했다.


인스타그램도 마찬가지였다. 주로 사진 한 장을 올려놓고, 댓글 등에 해시태그(#)를 달아 #웅앵웅이라 붙이는 게시글이었다. 한 인스타 사용자는 셀카를 올려놓고 #할말없어 #웅앵웅이라 달았고, 또 다른 사용자는 아침 식사 사진을 올려놓고 #웅앵웅이라 덧붙였다. 자신의 반려견 사진을 올려놓은 뒤 #웅앵웅이라 단 사람도 있었다. 별뜻 없이 쓰이는 것처럼 보였다.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봤다. 역시 일상적으로, 다양하게 쓰이는 분위기였다. 한 남성 블로거는 "웅앵웅은 요즘에 그냥 많이 쓰는 말"이라고 했고, 또 다른 게시글을 봐도 "어쩌구 저쩌구 웅앵웅", "밀린 일상 웅앵웅", "그릇과 주방 웅앵웅 구매하기", "공시생 웅앵웅 일기", "술 때문에 웅앵웅" 등으로 쓰이고 있었다.

남혐 표현은, 남혐 사이트에서 주로 쓰여
남혐 논란 '웅앵웅', 어떻게 쓰였나 보니…


반면, 남성혐오 커뮤니티라 불리는 워마드에선 웅앵웅이 남혐 의미로 쓰이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워마드에서 웅앵웅을 검색해보니, 남혐 게시글과 함께 올라온 '웅앵웅' 표현을 손쉽게 볼 수 있었다. 한 사용자는 "내 OO는 쎄, 웅앵웅"이라 올렸고, "OOO 웅앵웅은 믿거다", "OO(남혐 표현)가 웅앵웅하는 유툽 발견", "여행도 혼자 못 다니는 한남국자 웅앵웅" 등이었다.

요약하면, 웅앵웅이란 표현은 트위터에서 시작됐지만 대다수 사용자들이 별뜻 없이 일상적으로 쓰이고 있으며, 그중 일부 남혐 커뮤니티에서만 남혐 표현 용도로 쓰이는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대중문화평론가는 "웅앵웅이란 표현이 남혐 표현으로 안 쓰이더라도, 그렇게 쓰는 이들이 있기 때문에 일부 팬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라며 "의미 자체가 다양하게 쓰이는 만큼, 무조건 잘못했단 식의 여론몰이는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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