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외압 벗어난 KT, 신임 CEO가 벗어나야 할 두가지

머니투데이 임지수 기자 2020.01.07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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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지난해 통신업계 최대 관심사였던 KT 차기 사령탑 선임절차가 얼마 전 마무리됐다. KT 이사회는 구현모 현 KT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을 차기 CEO(최고경영자)로 내정했다. 구 사장은 오는 3월 주주총회 선임과정을 거쳐 정식 CEO로 임명될 예정이다.

 구 사장의 CEO 내정이 주목받는 이유는 남중수 전 KT 사장 이후 12년 만에 KT 내부인사가 사령탑에 올랐기 때문이다. 구 사장은 1987년 KT에 연구원으로 입사해 CEO직까지 오른 33년차 ‘KT맨’이란 점에서 업계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구 사장의 경우 30여년을 KT에서 일한 ICT(정보통신기술) 전문가일 뿐 아니라 KT그룹 전반에 걸친 이해도도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럼에도 그의 앞에 놓인 과제들은 결코 만만치 않다.



 우선 구 사장 개인으론 황창규 현 회장의 그늘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구 사장은 2014년 황창규 회장 취임 이후 첫 비서실장으로 발탁된 이력 등을 이유로 황 회장의 최측근 인사로 분류된다. 구 사장이 황 회장과 함께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선상에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구 사장 입장에선 황 회장의 색채를 빼고 독자적인 리더십을 확보해야만 하는 이유다. 이달로 예정된 KT 정기 임원인사가 그 첫 단추가 될 것이다.

 사업적인 부분에선 ‘탈(脫)통신’이 시급한 과제다. 통신업에 국한되지 않는 차세대 먹거리를 제시해야 한다. 지난해 KT가 2018년 발생한 아현국사 화재 수습과 차기 CEO 선정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경쟁사들은 탈통신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미디어사업이 대표적이다. SK텔레콤의 경우 지난해 ‘푹’과 ‘옥수수’를 통합한 ‘웨이브’ 출범, 카카오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 등으로 탈통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역시 지난해 CJ헬로(현 LG헬로비전)를 인수하는 등 통신 이외 먹거리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과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7일(현지시간) 개막하는 세계 최대 가전·IT(정보기술)전시회 ‘CES 2020’을 찾아 글로벌 기술동향을 파악하고 미래 비전을 구상한다. 반면 KT는 유료방송 합산규제(시장점유율 제한조치) 법조항이 일몰됐음에도 국회 재도입 논의에 가로막혀 통신 3사 중 유일하게 케이블방송 인수에 난항을 겪어왔다.

이대로라면 내년 유료방송시장에서 KT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 이제라도 후발경쟁사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한 대비에 나서야 한다. KT는 이번 CEO 선임으로 그간 이어진 낙하산 인사 고리를 끊고 외압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는 구 사장이 개인적으로는 ‘탈황창규 그늘’, 사업적으로는 ‘탈통신’이란 과제를 풀어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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