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맨들 '돈 보이는' 롯데타워로 뛰어간다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2020.01.05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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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롯데 실적 개선 나타나며 IPO 가능성 제기…대형 IB "롯데 잡아라" 눈치싸움

증권맨들 '돈 보이는' 롯데타워로 뛰어간다


최근 자본시장에서 호텔롯데가 화제다. 2016년 철회한 IPO(기업공개) 카드를 다시 꺼낼 시기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적 개선이 이뤄지고 있는데다 지난해 롯데리츠 공모에 성공하며 그룹 차원에서 자신감이 붙었다는 평가다. 호텔롯데 외 다른 계열사 IPO도 검토하고 있어 국내 IB(투자은행) 사이에서 롯데를 잡기 위한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IB들이 잇따라 롯데그룹에 대한 영업력을 강화하고 있다. 호텔롯데를 비롯한 계열사 IPO 딜(거래)을 따내기 위한 행보다.



호텔롯데는 2015년 IPO를 추진할 때 대표 주관사로 KDB대우증권, 메릴린치인터내셔널, 시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선정했다. 공동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골드만삭스증권회사, 노무라금융투자이 꼽혔다. 2015년 12월 유가증권상장을 위한 상장심사를 청구하고, 2016년 1월 한국거래소의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검찰의 롯데그룹 수사 등에 영향을 받아 2016년 6월 공모를 철회했다.

이후 호텔롯데 IPO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2017년에는 중국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갈등 등으로 사업 성과도 부진했다. 하지만 2018년 신동빈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고, 최근 면세 사업 등에서 실적 개선이 나타나고 있어 IPO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호텔롯데 IPO는 롯데그룹 지배구조 재편의 핵심인 만큼 시장 환경이 마련되는대로 추진될 수밖에 없다. 2018년 롯데정보통신 (31,600원 ▼700 -2.17%), 2019년 롯데리츠 (3,190원 ▲10 +0.31%) IPO에 잇따라 성공하며 호텔롯데 IPO의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는 관측이다.



호텔롯데 IPO는 국내 IB의 실적을 좌우할 '빅매치'다. 호텔롯데 IPO 참여 여부에 따라 IB 리그테이블의 순위가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호텔롯데가 2016년 IPO 추진 과정에서 제시한 밸류에이션 기준 최대 공모 규모는 5조2641억원으로, 국내 IPO 역대 최대 공모인 2010년 삼성생명(4조8881억원)보다 컸다.

우선 2016년 대표 주관사에 이름을 올린 미래에셋대우가 중요한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호텔롯데 IPO 작업을 앞서 경험한 만큼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평가다. 당시 공동 주관사에 포함된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지난해 롯데리츠 IPO 주관을 맡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016년 호텔롯데 IPO 주관사에 들어가지 못 한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등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호텔롯데가 처음 IPO 주관사를 선정할 때와 지금은 국내 IB 간 합병, 인력 이동, 일부 외국계 IB의 철수 등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공략의 여지가 남아 있다.


한 증권사 IB 관계자는 "호텔롯데가 IPO를 추진할 경우 예전 주관사를 그대로 재신임 할지 새로 주관사 선정 작업을 거칠지 알 수 없지만 워낙 규모가 큰 딜이라 주요 IB 대부분이 달려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직 IPO 추진 시기를 구체화 한 단계는 아닌 것으로 보이는데, 최근 실적 개선 등으로 IPO 분위기가 점차 무르익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실적이다. 호텔롯데 입장에선 2010년 삼성생명의 공모 규모를 넘어서는 IPO를 원할 수 있는데, 현재 실적으로는 밸류에이션이 쉽지 않다. 특히 이익 규모의 추가적인 성장이 필요할 것이란 평가다. 중국 정부의 한한령 해소 등 외부 환경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호텔롯데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연결기준 매출액은 5조3979억원, 영업이익 2037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1.4%, 47% 증가했다.

호텔롯데 외 그룹 계열사의 IPO 행보도 기대된다. 롯데 계열사 중 롯데컬처웍스, 롯데건설, 코리아세븐, 롯데렌탈 등이 IPO를 검토하고 있다. 호텔롯데와 별개로 다른 계열사의 IPO 작업도 병행 추진될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롯데그룹 계열사의 사업 영역이 대체로 성장 산업보다 호텔, 유통, 건설 등 전통 산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밸류에이션 작업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는 평가다. 올해 SK바이오팜 등 대형 IPO 거래가 예년보다 많이 예고돼 있다는 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그룹 지주회사 출범 때부터 시장에 밝힌대로 호텔롯데 상장은 언제나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하지만 IPO는 기업가치가 제대로 반영돼야 하는 작업인데, 면세점 등 주요 사업의 실적에서 의미있는 성과가 나와야 구체적인 시기 등 방식을 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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