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세장 오는 거 맞죠?"…대출 받아 주식매수하는 청년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20.01.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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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291>올해 첫 이틀간 개인 순매수 1조2700억원, '역대 최대' 기록…강세장 베팅하는 사람들

편집자주 투자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알면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강세장 오는 거 맞죠?"…대출 받아 주식매수하는 청년


“1월에 증시가 조정받으면 곧바로 매수할 겁니다. 신용대출까지 받고 기다리고 있어요.”

지난해 연말 해외에 나갔다가 새해 첫날 귀국하던 필자는 비행기 안에서 주식투자에 엄청 관심이 많은 한 20대 청년을 만났습니다. 주식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거의 사라진 요즘 같은 때에 주식투자를 하는 청년을 보니 필자의 호기심이 급발동했습니다.

20대 청년은 주식투자를 한 지 2년이 조금 넘었는데, 그동안 투자성적을 물으니 총수익률이 25%가 넘는다고 말했습니다. 다섯 종목 가량을 장기 투자하고 있는데, 배당투자하는 법도 알고 있었고 단타매매를 하면 안된다는 것도 잘 알고 그대로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그 결과 현재 그의 포트폴리오 총액이 2000만원을 넘었다고 자랑했습니다. 매우 우량한 투자성적이었습니다.



그런데 필자를 더 놀라게 만든 것은 이 청년이 지난해 말 신용대출을 2000만원을 받고 지금 주식매수 기회를 노리고 있다고 말한 대목이었습니다. 그는 올해 국내 증시가 강세장이 올 것이라고 잔뜩 기대하고 있었는데, 신용대출을 받아 투자금을 2배로 늘려서 투자수익을 극대화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필자는 그 청년에게 주식투자를 할 때 레버리지(=대출)를 사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말하자, 그 청년은 강세장이 올 때 기회를 최대한 이용하는 게 옳지 않냐며 필자에게 “올해 강세장 오는 거 맞죠?”라고 되물었습니다. 다만 대출 받은 투자금을 한 번에 다 매수할 생각은 없고 1월에 증시가 조정을 받을 때마다 우량주에 나눠서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솔직히 필자도 이 청년과 마찬가지로 올해 강세장이 올 것으로 전망하기에 더 이상 반박하지 못했습니다. 보통 때 같으면 신용대출을 받아 주식투자에 나서는 사람을 보면 무모하다고 적극 말릴 텐데, 이번 만큼은 필자도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필자도 이 청년 만큼이나 올해 강세장이 올 것으로 자기최면에 단단히 걸려 있는지 모릅니다.

나아가 이 청년이 너무 진지하고 듬직해 보이는 터라 필자도 덩달아 들떠서 배당수익률이 높고 저평가된 2~3종목을 추천했고, 그 청년은 자신이 주목하고 있는 우량주 1~2종목에 대한 필자의 의견을 물으며 귀국길 비행기 안에서 아주 즐거운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런데 올해 강세장이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개인투자자가 이 청년만은 아니었습니다. 올해 증시 첫날 개인들은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순매수를 기록했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증시 첫날 개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5305억원을 순매수하고 코스닥에선 1834억원을 순매수해 총 7135억원을 순매수했는데, 이는 한국거래소의 투자자별 거래실적 데이터가 존재하는 2001년 이래 최대 순매수 기록입니다. 지금까지 증시 첫날 개인 최대 순매수 규모는 2014년에 기록한 4913억원이었습니다.


둘째 날에도 개인은 대규모 매수행진을 이어갔는데, 코스피 시장에서 2738억원을 순매수하고 코스닥에선 2799억원을 순매수해 총 5535억원을 순매수했습니다. 증시 둘째 날 개인 순매수 규모도 역대 최대입니다. 결국 올해 증시 첫날과 둘째 날 개인은 총 1조2670억원을 순매수해 연초 이틀간 역대 최대 순매수를 기록했습니다.

이러한 통계는 필자가 새해 첫날 귀국길에서 만난 20대 청년이 신용대출까지 받아 강세장에 베팅하려는 모습이 결코 예외적인 게 아니라는 걸 방증합니다. 연초 개인 순매수 규모로만 보면 올해 강세장을 전망하는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증시 역사상 최대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 합니다.

투자 전문가들은 올해 글로벌 경기와 기업이익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며 대체로 강세장을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MSCI EM 지수 변경으로 이탈했던 외국인 자금이 올해 상반기 내 10조원 가량 재유입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증시 수급도 우호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 이후 위험선호 심리가 재개되고 외국인이 대량 순매수로 전환했다"며 "글로벌 제조업과 반도체 업황 회복, 경기선행지수 반등, 기업이익 모멘턴 안정화 등 주식에 긍정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상승 추세가 유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개인이 올해 증시 첫날과 둘째 날 역대 최대 순매수를 기록한 배경에는 올해 강세장이 올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이 워낙 강하기도 하지만 기관이 역대 최대 순매도에 나섰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올해 증시 첫날 기관은 코스피 시장에서 –5401억원을 순매도하고 코스닥에서는 –1171억원을 순매도해 총 –6566억원을 순매도했습니다. 이는 증시 첫날 기관 순매도 규모론 역대 최대입니다.

증시 둘째 날인 3일에도 기관은 코스피 시장에서 –5239억원을 순매도하고 코스닥에선 –1465억원을 순매도해 총 –6702억원을 순매도했는데, 증시 둘째 날 기관 순매도 규모로 역대 최대입니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것은 기관이 어떤 이유로 올해 증시 첫날과 둘째 날 연이어 역대 최대 규모로 주식을 처분하고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 올해 증시 개장 후 이틀간 기관은 총 –1조3268억원을 순매도했는데, 이는 한국거래소의 데이터가 존재하는 2001년 이래 최대 순매도 규모입니다.

개인투자자들이 올해 강세장을 예견하고 증시 첫날과 둘째 날에 역대 최대 규모인 총 1조2670억원을 순매수한 것과 대조적으로 기관은 지난해 주가가 많이 오른 시총 상위 종목을 중심으로 총 –1조3268억원을 순매도했습니다.

투자 전문가들은 기관의 연초 대규모 매도를 코스피가 지난해 12월에만 5.25% 급등한데 따른 차익 실현 매물이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1월 단기 조정이 있더라도 오히려 매수 확대의 기회로 삼을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스피 하락은 단기 과열이 해소되는 자연스런 과정"이라며 "코스피가 정상화된 후에는 재차 상승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기 때문에 2100선 초반에서는 적극적인 매수 대응을 권고한다"고 말했습니다.

개인은 올해 증시 개장 후 이틀간 기관이 내다 판 종목을 주로 사들였습니다. 아마 새해 첫날 귀국길에 만난 20대 청년도 증시 첫날과 둘째 날 자신이 주목하던 종목을 조금씩 매수하기 시작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올해 강세장이 올 것이라는 믿음이 굳건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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