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보험 가입, 엄마가 대신 서명해도 될까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20.01.04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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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와 보아요]미성년 자녀라도 동의 없이 부모가 대신 서명시 계약무효, 반드시 본인과 부모 모두 서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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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보험 가입, 엄마가 대신 서명해도 될까


#40대 주부인 이보영씨(가명)는 암보험에 가입하면서 고등학생인 딸 김은지양(가명)의 보험도 함께 가입했다. 나이가 어리면 같은 보장이라도 보험료가 더 저렴하다는 설계사의 말에 솔깃해져 딸에게 선물을 준다는 마음으로 대신 보험계약에 서명한 후 가입해 보험료를 내왔다. 그로부터 몇년 후 김양은 친구들과 운동을 하며 놀다 갑자기 쓰러졌고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하고 말았다.

이씨는 딸의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까. 몇년 전 실제로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져 소송까지 갔던 적이 있다. 결론적으로 미성년자인 자녀를 대신해 서명한 보험은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



미성년자 신분이라고 하더라도 딸의 동의 없이 엄마가 대신 서명한 것은 계약 인정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상법 제731조 1항에는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 하는 보험계약에는 보험계약 체결 시에 그 타인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돼 있다. 다른 사람이 보험금을 받을 목적으로 피보험자를 살해하거나 사행성 있는 행위를 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이씨는 딸의 동의 없이 대신 서명한 것이 인정돼 사망보험계약이 무효가 된다. 실제 소송에서도 엄마가 친권자로서 딸의 서명을 대신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이 경우 해당 보험은 계약 자체가 무효라 보험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 낸 보험료는 계약자가 돌려받았다.



이처럼 미성년자가 보험 대상자가 될 때는 미성년자 본인의 동의가 꼭 필요하다. 아울러 미성년자의 법률행위이기 때문에 법정대리인, 즉 친권자인 부모의 서명도 있어야 한다. 미성년자인 자녀와 부모 각각의 동의가 필요해 총 3명의 서명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미성년자가 보험에 가입할 때 유의점이 또 있다. 상법 제732조에 따라 15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을 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많은 보험사들이 사망보험에 15세 미만은 가입할 수 없도록 사전에 제한하고 있다.

미성년자가 보험대상자가 아닌 계약자인 경우에도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계약자는 수익자 변경, 보험계약 해지, 계약내용의 변경 등 다양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미성년자가 계약자인 경우에 해당 권리는 친권자(법정대리인)의 동의가 있어야 행사할 수 있다.


만약 부모가 이혼하거나 부득이한 사유로 친권자 중 한 명의 동의를 얻을 수 없는 경우에는 계약자의 권리를 정상적으로 행사하기 어렵다. 실제로 이혼한 후 사이가 좋지 않은 배우자에게 친권자 동의를 받기 어려워서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미성년자 계약의 경우 대부분 보험사는 청약서에 미성년자 본인과 친권자 2인의 서명란을 구비하고 있다”며 “사소한 것이라 생각하고 서명을 대필했다가 정작 보장을 받아야 할 때 계약이 무효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꼭 자필서명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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