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반도체' 배터리…화재·소송전에 실적 부진 지속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2020.01.05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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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 화재·LG-SK 소송으로 업계 '방전'…"2021년 이후 안정적 이익"

'포스트 반도체' 배터리…화재·소송전에 실적 부진 지속


ESS(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 발화로 인한 국내 판매 중단, 대손충당금 반영 등으로 인해 배터리 업계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올 초 정부의 ESS 2차 조사결과 발표에서 원인이 특정되고 해결방법이 나오면 국내 수주가 시작되면서 적자를 줄일 수 있어 내년엔 흑자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LG화학·삼성SDI, ESS 관련 수천억 대손충당금 반영=5일 업계와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 등에 따르면 LG화학 (370,500원 ▼8,000 -2.11%)은 ESS 대손충당금 반영, 폴란드공장 수율 문제 등으로 인해 2019년 4분기 실적에서 1000억원 이상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사는 지난해 1분기 1479억원 적자, 2분기 1280억원 적자를 기록하다가 3분기에 712억원 흑자를 냈다. 앞서 2018년 4분기엔 최초로 흑자를 내기도 했다.



LG화학은 폴란드공장 신규라인의 수율을 끌어올리는 게 숙제다. 폴란드 브로츠와프 신규라인의 경우 LG화학 마더팩토리인 오창공장과 달리 옆으로 긴 광폭의 배터리를 고속으로 생산하는 최신 라인을 구축해 수율을 높이고 안정화시키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율이 70~80%(10개 생산에 7~8개 완제품)는 돼야 하는데, 신규라인이어서 이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태다.

SK이노베이션 (103,800원 ▼2,400 -2.26%)은 배터리 사업부가 지난해 1분기 869억원 적자, 2분기 671억원 적자, 3분기 427억원 적자에 이어 4분기에 헝가리·중국공장 신규가동을 앞두고 적자 폭이 보다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ESS 사업을 하지 않아 이로 인한 화재사고 발생이나 대손충당금 문제는 없다. 소형 배터리 사업이 없어 이로 인한 이익 기여나 흑자전환도 아직 없다.



SK이노베이션은 헝가리·중국 창저우공장이 본격 가동돼 2021년 20GWh(기가와트시)로 규모의 경제가 확보되면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은 폭스바겐과 조인트벤처(JV) 설립을 추진중인데 성사될 경우 배터리 사업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I (401,000원 ▼4,500 -1.11%) 역시 배터리사업에서 지난해 1분기 325억원, 2분기 625억원, 3분기 655억원을 낸데 이어 4분기엔 특수 소화 시스템에 2000억원을 투입하는 고강도 발화 예방 대책을 내놓으면서 그만큼의 대손충당금을 반영해 이익감소가 예상된다.

◇소송 '피로감' 누적되지만…전기차 배터리 확대 '원년'=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전은 양사의 이익에 당장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연구원들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제출 자료를 준비하는 등 양사의 소송 피로감은 누적된 상태다.


소송전은 작년 4월 LG화학이 영업비밀 침해로 SK이노베이션을 미국 ITC에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LG화학이 ITC에 요청한 조기 패소 판결은 올해 초에 나올 예정이다. 요청대로 SK가 조기 패소하는 것으로 인정되면 이는 오는 6월로 예정된 예비판결을 대신하게 된다. 최종 판결은 오는 10월에 나온다. LG화학이 최종판결에서 승소하더라도 SK이노베이션은 항소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올해는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 확대의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는 3000유로(약 3200만원)대 대중형 전기차가 본격 출시된다.

테슬라 '세미트럭', 아마존 '리비안 밴' 등 상용 전기차 시제품 출시도 앞두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볼보와 상용 전기트럭에 대한 전략적 제휴를 맺고 고용량 배터리를 공급키로 한 바 있다.

삼성SDI가 파나소닉에 이어 세계 2위인 소형 배터리 사업에서는 에어팟, 갤럭시버즈 등 스마트폰용 블루투스 헤드셋 시장이 확대돼 배터리 이익을 높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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