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아베 신조 총리 SNS.
일본에서 때아닌 음식배달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미국, 유럽, 한국, 중국 등 전세계에서 배달 서비스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긴 하지만, 일본에서 뜨는 이유는 사뭇 다릅니다.
일본의 한 슈퍼마켓 앞. /AFPBBNews=뉴스1
일본의 소비자들은 소비세 증세 이후 혼란스러워서 하고 있습니다. 외신들이 소비자들의 지갑을 닫게 한 '재앙'이라고 평가했던 2014년 4월(5%→8%) 소비세 인상 이후 5년반 만에 추가 인상을 단행하면서, 정부가 반발을 최소화하려고 마련한 보완책이 오히려 혼란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업체들도 불편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손님이 테이크아웃을 한다고 말했다가 가게 앞 벤치에서 먹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해 아예 벤치에 앉지 못하게 막는 상황이 벌어지고, 새로운 세율에 따른 관리시스템 개선에 필요한 자금이 모자라 폐업한 업체들도 생기고 있습니다.
복잡한 세율에, 식당에 앉아서 먹으면 '비싸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일본에서 테이크아웃과 배달에 소비가 몰리고 있는 것입니다.
한달 새 달라진 업계 희비
/AFPBBNews=뉴스1
특히 외식기업들은 테이크아웃과 배달 매출이 12.5% 증가하는 등 새로운 호황을 맞고 있습니다. 이들은 소비세 인상 이후 테이크아웃, 배달 주문이 크게 늘자 이에 맞는 서비스도 선보이고 있습니다.
'호토모토' 등 일본 최대 도시락업체를 운영하는 플레너스는 '우버이츠'와 손잡고 음식배달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11월 기준 100여개인 배달 가능 점포를 다음달 말까지 500여개로 늘릴 예정입니다. 배달료가 200~400엔 정도 더 들어가지만, 증세 이후 기존의 20~30대 싱글족에 이어 40~50대 고객들까지 배달을 선호하기 시작했다고 업체는 설명했습니다.
일본의 반찬업체 오리진도 2016년 수요가 없어 중단했던 배달서비스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이 역시 소비세 증세 덕택으로, 지난해말까지 전체 매장의 40%인 200여개 점포에서 배달을 시작해 점포당 매출이 두자릿수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또 편의점 로손은 지난해 8월부터 음식 배달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증세 직후인 10월 한 달간 배달 매출이 전달보다 20%나 증가했습니다. 아직 직영점 13곳에서만 하는 실험 서비스이지만, 수요가 커 적용 점포수를 늘릴 계획입니다.
배달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던 술집들도 테이크아웃, 배달로 변하고 있습니다. 일본 이자카야 브랜드인 와타미는 테이크아웃하고 배달할 수 있는 전문점을 늘리고 있고, 쿠시카츠다나카도 아예 매장 내 테이블이 없는 가게를 선보였습니다.
배달업체 전쟁은 지금부터
/AFPBBNews=뉴스1
올해 일본의 음식배달 시장은 2936억엔(약 3조1600억원)으로 전년대비 4.9% 성장했는데, 내년에는 6% 이상의 고성장이 기대됩니다.
닛케이는 일본에선 최근 몇 년 사이 네모난 가방(음식배달가방)을 메고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명물이 됐다면서 "우버이츠는 지난해 배달의 상식을 뒤바꿨다"고 호평했습니다.
그동안 도시락이나 편의점 문화가 정착된 일본에선 음식배달 산업이 크게 성장하지 못했고, 여전히 '배달=출장요리' 정도로 인식됐는데, 몇년 사이 배달업이 성장한 데 이어 아베 총리의 증세 때문에 더 급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불확실한 미래도 있습니다. 현재 일본의 음식배달원 숫자는 약 1만5000명 수준. 시장을 키우려면 배달원 확보가 시급한데 일본은 저출산·고령화에 실업률까지 낮아 일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입니다. 배달시장은 이미 유효구인배율이 4배를 넘습니다. 구직자 1명당 일자리가 4개가 넘는다는 뜻으로 그만큼 사람 구하기가 힘들다는 얘기입니다.
이 때문에 배달업체들은 노인들로 인원을 확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데마에칸은 60세 이상 시니어 배달원을 전체의 30%까지 늘린다는 계획이고, 우버이츠 역시 노인 배달원들을 교육하기 위해 VR기술을 활용한 자전거 운전 시뮬레이션까지 마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