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백두산' 흥행…제작사 덱스터 주가는 왜 떨어질까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0.01.03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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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제작비 부담 우려…덱스터, 제작사로서 성공 여부에 주목

배우 이병헌, 배수지, 전혜진, 하정우, 감독 이해준,  김병서(왼쪽부터)가 지난해 11월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 CGV에서 열린 영화 '백두산'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강민석 기자 msphoto94@배우 이병헌, 배수지, 전혜진, 하정우, 감독 이해준, 김병서(왼쪽부터)가 지난해 11월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 CGV에서 열린 영화 '백두산'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강민석 기자 msphoto94@


영화 백두산이 양호한 흥행 성적을 올리고 있지만 제작사 덱스터 (6,990원 ▼100 -1.41%)의 주가는 지지부진하다. 과도한 제작비 우려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는데, 향후 제작사로서의 성공 여부에 따라 덱스터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3일 오후 1시 기준 덱스터 주가는 전일 대비 80원(1.02%) 하락한 7740원에 거래 중이다. 지난해 11월12일 963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기록했을 때보다 약 20% 하락한 가격이다.



덱스터가 제작한 영화 '백두산'이 투입한 제작비 대비 '대박' 흥행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주가가 약세를 나타낸 것으로 분석된다. VFX(Visual Effect·특수효과영상) 제작업체인 덱스터는 이번 백두산 영화 제작에 참여하면서 단순히 특수효과영상만 납품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와 배급까지 맡았다.

백두산은 덱스터의 자회사 덱스터픽쳐스와 퍼펙트스톰필름 , CJ 엔터테인먼트가 공동제작했다. 제작비로 260억원이 투입됐는데 이중 덱스터가 150억원을 투자했다.



현재까지 흥행 성적은 순조롭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개봉한 백두한은 약 열흘만에 629만 관객을 모으며 '겨울왕국2'를 제치고 12월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지난 2일 기준 누적 관객은 691만명, 누적 매출은 583억원이다.

세금과 영화관과의 수익배분 등을 고려하면 손익분기점 관객수는 750만명 수준으로 추정된다. 손익분기점은 무난히 넘을 것으로 보이지만 관건은 손익분기점을 넘어 얼마나 더 수익을 낼 수 있느냐다. 증권업계에서는 적어도 1000만 관객은 넘어야 어느정도 흥행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한다.

일각에서는 백두산의 시나리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실망감이 주가에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특수효과는 훌륭했지만 뻔한 스토리와 빈약한 이야기 구성으로 재미를 반감시켰다는 지적이다.


백두산 개봉 전까지만 해도 영화에 대한 기대감에 주가는 8월 6000원 초반대에서 11월 9000원 이상으로 30% 가량 급등했다. 하지만 개봉일이 다가올수록 기대감은 줄었고 개봉 이후 양호한 관객몰이에도 주가 부진은 이어지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향후 덱스터가 제작사로서 영화 제작 역량을 얼마나 잘 보여줄지가 중요한 포인트라고 보고 있다. 덱스터는 그동안 VFX 외주제작 위주로 사업을 해왔는데, 제작에 참여했던 '신과함께' 1·2편의 성공 이후 본격적인 제작사로서의 변신을 준비 중이다. 현재 '더 문' '사일런스' '탈출' 등 덱스터가 제작한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상 외주제작을 넘어 투자까지 참여함으로써 흥행에 따른 수익을 배분받게 되면 기업 이익 성장 속도는 한층 빨리질 것으로 분석된다.

영화 배급사 CJ ENM과의 협력관계도 변수다. 시장에서는 지속적으로 CJ ENM이 덱스터를 인수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덱스터는 이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면서도 "CJ ENM과 사업적 제휴, 전략적 투자(SI)등에 관해 다양한 협력 관계를 지속 논의 중"이라고 해명했다. 국내 영화 배급망을 쥐고 있는 CJ ENM과의 협력 여부에 따라 덱스터의 영화 흥행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서형석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덱스터는 VFX 특수영상 제작사에서 뉴미디어,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콘텐츠, 테마파크, 영화 IP(지적재산권) 제작사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며 "영화 흥행에 지속적으로 성공하고 CJ ENM과의 협력관계를 잘 유지한다면 기업 밸류에이션 상승도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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