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경영' 뽐낸 우리금융 과점주주…"새해 더 세진다"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20.01.02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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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례 CEO 선임하며 '정부 입김' 차단…"'민영화' 필요 공기업 모범사례 될 것"

'자율경영' 뽐낸 우리금융 과점주주…"새해 더 세진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연임은 우리금융에 경영 안정성 확보와 함께 ‘과점주주 자율경영 체제’의 공고함을 보였다. 국내 금융사에 전례가 없었던 과점주주 체제는 민영화 후 네 차례 그룹 CEO(최고경영자)의 선임을 주도하며 우리금융이 더는 ‘외풍(外風)’에 흔들리지 않음을 보여줬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 회장 연임을 결정한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과점주주 추천 사외이사 5명이다. 임추위원장인 장동우 이사는 IMM PE, 노성태 이사는 한화생명, 박상용 이사는 키움증권, 정찬형 이사는 한국투자증권, 전지평 이사는 동양생명(안방보험)의 추천을 받았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5명 사외이사와 손 회장, 배창식 예금보험공사(예보) 인재개발실장을 합쳐 7명이다. 금융당국은 민영화를 추진하며 과점주주의 자율경영 원칙을 강조해 왔고 정부 입장을 대변할 예보 비상임이사를 임추위에서 제외해 CEO 선임 주도권을 과점주주에 넘겼다.

그러나 예보의 ‘입김’은 CEO 선임 시기마다 변수로 거론됐다. 민영화 직후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의 연임 때는 임종룡 당시 금융위원장이 ‘과점주주의 인사 자율권’을 강조하며 잡음이 없었다. 반면 2017년 말 우리은행장 선임 시기엔 예보 측 비상임이사가 ‘임추위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논란이 됐다.



하지만 민영화 핵심 취지인 자율경영을 해치고, 정·관계 ‘낙하산’ 통로가 된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해 임추위에서 구성은 그대로 유지됐다. 또 올 초 지주사 전환 후 손 회장 선출, 이번 연임까지 네 차례의 CEO 선출 과정에서 예보 입김이 차단되며 과점주주 자율경영 체제는 굳건해졌다.

특히 손 회장의 연임은 DLF(파생결합펀드) 사태로 금융감독원에서 중징계 방침을 통보받은 뒤 강행됐다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점주주가 CEO를 신뢰하면 당국 제재는 큰 변수가 아니란 뜻으로, 우리금융의 주도권이 과점주주로 넘어갔다는 걸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우리금융 과점주주의 주도권은 앞으로 더 강력해질 수 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새해부터 오는 2022년까지 3년에 걸쳐 예보가 보유한 우리금융 잔여지분(17.25%)을 매각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3분기 말 기준 우리금융 과점주주의 지분율은 IMM이 5.62%, 다른 4개 과점주주는 3.74%씩이다. 민영화 직후 IMM이 6.0%, 다른 과점주주가 4.0%씩을 가졌지만 지주사 전환과 우리카드의 지주 자회사 편입 과정에서 지분율이 희석된 결과다. 5개 과점주주의 지분 합계는 20.58%다. 이미 예보 지분을 앞서는 데다 예보의 지분 매각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과점주주 주도권은 더 강력해진다.


금융권에선 우리금융의 과점주주 체제가 중장기적으로 신한금융지주 못지 않은 안정적인 주주권력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신한금융 주도권을 쥔 재일교포 주주 지분이 15% 내외로 추정되는 것과 비교하면 오히려 우리금융 과점주주 지분이 많다.

다만 과점주주 체제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한 금융지주사 고위 관계자는 “정부 입김에 가장 취약하다고 평가받던 우리금융 지배구조의 변화는 ‘민영화’가 필요한 타 공기업에도 참고할 만한 사례가 될 것”이라면서도 “주주권의 무게가 여러 갈래로 나눠 져 주로 보수적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고, 회사와 각 주주사의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 있다는 게 한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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