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확성기 사업' 로비 업체 대표, 징역 3년 확정

뉴스1 제공 2019.12.3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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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군도 무작정 사업진행 급급해 부실 자초"

서울 서초동 대법원. © News1 유승관 기자서울 서초동 대법원.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 = 박근혜정부 당시 대북 확성기 사업 비리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업체 대표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음향기기 제조업체 인터엠 대표 조모씨(68)에게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에 대해선 징역 3년의 실형을, 정치자금법 위반 등에 대해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1일 밝혔다.

조씨와 국군심리전단 사이 브로커 역할을 한 차모씨(57)는 징역 1년6월에 4365만원 추징을, 전 경기 양주시의회 의원 임모씨(59)는 징역 2년6월과 벌금 4000만원에 4233만여원 추징을 원심 선고대로 확정받는 등 이 사건에 연루된 8명은 상고심에서 각각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실형 등을 선고받았다.



대북 확성기 사업은 2015년 8월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을 계기로 대북 심리전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됐다.

사업자로 선정된 인터엠은 2016년 말 고정형 24대·기동형 16대 등 확성기 40대를 공급했으나 입찰비리 의혹이 제기돼왔다. 감사원 요청으로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브로커와 업체, 군 사이 유착이 있던 것으로 파악했다.

조씨는 입찰 선정을 위해 국군심리전단의 대북 확성기 사업추진 태스크포스(TF) 계약담당자에게 로비를 벌여 낙찰을 시도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를 비롯한 인터엠 임직원들은 브로커 차씨 등을 통해 입찰 관련 정보를 입수하고 자사에 유리한 사항이 평가기준에 반영되도록 해 166억원 상당의 계약을 맺은 것으로 조사됐다.


조씨는 군의 스피커 평가표 작성에 개입하고 주요 부품이 독일산인데도 모두 국산인 것처럼 라벨과 원산지 증명서에 허위 표기한 혐의도 받았다.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엠과 음향영상기기 제조업체 아이엠피 자금 약 30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적용됐다.

1심은 "국가주도 사업에 대한 신뢰가 크게 실추됐고, 국방 관련 비리는 그 자체로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줄 수 있어 죄책이 무겁다"며 조씨에게 징역 3년, 차씨에게 징역 2년에 11억6677만원 추징, 임씨에게 징역 2년6월에 벌금 3500만원 및 4083만여원 추징을 각 선고했다. 인터엠엔 벌금 1000만원, 아이엠피엔 벌금 500만원이 각각 선고됐다.

2심은 정치자금법 위반죄 분리선고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1심을 깨고 조씨에게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에 대해선 징역 3년, 임씨에게 4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에 대해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차씨에겐 알선수재 혐의 일부를 무죄로 판단해 1심보다 낮은 징역 1년6월을 선고하고 4365만원 추징을 명령했고, 임씨에겐 징역 2년6월에 벌금 4000만원 및 4233만여원 추징을 각 선고했다. 대외무역법 위반 혐의로 유죄선고를 받았던 인터엠은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아이엠피에 대해선 1심 판단이 유지됐다.

2심은 "국방예산이 이 사건 범행으로 소홀히 집행됐다"면서도 "사업 발주처인 국군심리전단에서조차도 무작정 사업을 서둘러 진행하는 데 급급해, 군당국 스스로 부실한 사업진행을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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