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연초 증시 강세장 간다"...이유는

머니투데이 박계현 기자 2019.12.3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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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합의 서명식, 수출 역성장폭 개선 등 호재 이벤트 대기

"2020년 연초 증시 강세장 간다"...이유는


12월 증권시장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음에도 불구, 새해 강세장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연초 미중 무역합의 서명식이 진행되는데 이어 오는 2분기부터는 수출 지표가 플러스로 전환하며 국내 증시 펀더멘탈(기초체력)에 대한 자신감이 높아질 전망이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지수는 전년 대비 156.63포인트(7.67%) 오른 2197.67에 거래를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년 말 대비 5.82포인트(0.9%) 하락한 669.83에 장을 마감했다.

미중 1단계 무역합의가 발표된 이후 12월 한 달 동안 코스피는 5.25%, 코스닥은 5.82% 올랐다.



올해도 연초 상승장의 핵심변수는 미중 무역합의다. 일단 1월 둘째주 중 미중 양국이 1단계 무역협상 서명식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지며 증시에도 긍정적 기대감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30일(현지시간) 협상 소식통을 인용해 류허 부총리가 다음 달 4일 워싱턴을 방문해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양국 정부는 서명식 일정 관련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합의문 서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나바로 국장은 "합의는 이뤄졌고 (합의문을) 가방에 집어넣는 일만 남았다"며 "(합의문) 번역을 기다리고 있고 아마도 다음주 정도 서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이 본격화 된 8월 중순 이후 등락을 보면 한국 증시는 결코 여타 국가에 비해 저조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며 "실제 미국이 대 중국 추가 관세 연기를 발표하고, 중국 정부가 미국과의 대화 의지를 표명한 8월 중순 이후 코스피는 13.71% 상승해 글로벌 주요 증시 상승폭(13~15%)에 부족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2019년 4분기 증시가 펀더멘탈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승랠리를 펼쳤다면 내년 1분기는 펀더멘탈 회복을 실제로 확인하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1일 발표되는 한국 수출입 통계가 첫번째 체크 포인트다. 증권시장 전문가들은 전월(-14.4%) 보다 감소폭이 축소돼 한 자릿수 중반대 감소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1월은 설 연휴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 영향으로 수출증가율의 플러스 전환을 기대하기 힘들지만, 2월에는 반도체 수출의 플러스 전환을 중심으로 수출 개선세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수출경기의 반등 가능성은 수출산업 경기전망지수(EBSI)지수에서도 확인된다. 2020년 1분기 EBSI 지수는 102.2로 5 분기만에 100을 상회했다. 이는 1분기 수출증가율이 플러스전환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박상현·이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생산, 설비투자 그리고 소비가 동반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경기사이클 반등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이를 반영해 경기선행지수가 3개월 연속 반등했고 반등 폭도 확대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각종 대외 불확실성 요인이 완화되면서 반도체 등 ICT를 중심으로 국내 경기가 본격적 회복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며 "특히 미중 무역정상화로 부품공급망 복원이 가시화된다면 국내 수출과 경기의 반등이 한층 강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제는 '기대감' 아닌 '펀더멘털' 개선 확인…반도체업종이 주도
2020년 1분기 역시 반도체업종이 코스피 상승흐름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증권가의 시각이다. 비메모리 가격 상승 시기가 당초 2분기에서 1분기로 앞당겨졌으며 이는 1분기 시장추정치에 반영될 예정이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반도체업종 주가가 펀더멘털 요인의 개선흐름을 빠르게 반영하면서 추가 상승여력에 의문을 갖는 일부 투자자들이 있지만 아직 '피크아웃'(peak out, 상승정점) 시기를 논하기에는 이르다"며 "SK하이닉스·삼성전자 등 대형주의 EPS(주당순이익)가 지속적으로 상향되며 펀더멘털 요인이 주가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2020년 1분기의 D램 가격 상승 전망이 이제 시장추정치에 반영되기 시작했다"며 "1월 둘째주 삼성전자 잠정실적 발표 전까지 반도체업종에 대한 전반적인 시장추정치가 상향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박지훈 크레디트스위스 한국 금융 및 전략 담당 부문장은 "경기 순응성이 높은 업종의 경우 경기가 좋아질 때 이익 감소는 지속되는데도 불구하고 주가가 선행하면서 일시적으로 밸류에이션이 높아지는 시기가 생긴다"며 "이번 반도체 상승 사이클이 최소 1년 반 이상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2020년에도 반도체업종의 고밸류에이션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9년 대부분 업종이 비용 통제에 들어가며 구조조정에 나선 것도 2020년 기업의 영업이익률 개선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외국계 증권사인 크레디트스위스는 2020년 선호업종으로 △반도체 △자동차 △화학 △인터넷을 꼽았다.

박 부문장은 "올해 기업의 영업이익이 감소하면서 각 업종에서 부동산 매각, 인력 조정, 점포 조정 등으로 비용 효율화에 나섰다"며 "내년에는 비용 감소효과가 더해지며 전반적으로 영업이익률 개선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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