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 넘은 K뷰티, 올해 볕들까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2020.01.0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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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 난징동루 중심가에 위치한 이니스프리 매장/사진=양성희 기자중국 상하이 난징동루 중심가에 위치한 이니스프리 매장/사진=양성희 기자


올해 K뷰티가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지난 2~3년의 부진을 털고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내수시장은 여전히 어려워 브랜드와 편집숍의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화장품 기업들은 올해 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상반기 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예정됐고 신남방정책으로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와 협력을 강화하는 등 대내외적인 상황이 긍정적이어서다.



화장품 기업들은 지난 2~3년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중국 시장에서 성장세가 꺾이거나 둔화했다. 그러면서 동남아시아, 북미, 러시아 등 '중국 외 국가'로 눈을 돌려 진출 국가 다변화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중국에서는 회복세를 안정적으로 이어가고 그 외 국가에서는 뿌려놓은 씨앗을 키우는 일에 힘쓸 계획이다.

중국 온라인서 K뷰티 명성 회복?…신시장 성과 기대감 솔솔
호주에 진출한 AHC가 지난해 10월 시드니 한 백화점에서 론칭행사를 진행한 모습/사진제공=카버코리아호주에 진출한 AHC가 지난해 10월 시드니 한 백화점에서 론칭행사를 진행한 모습/사진제공=카버코리아


국내 기업들은 지난해 중국에서 급성장하는 온라인 시장에 대응하며 회복 발판을 마련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알리바바그룹, AS왓슨 등과 손잡았다. 알리바바 티몰과 공동 개발한 현지 전용 제품을 라네즈, 마몽드 등 브랜드에서 올해 초 선보일 예정이다. 회복 움직임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중국 최대 쇼핑축제 광군제에서 카버코리아 AHC는 업종 구분 없이 전체 브랜드 매출 순위 4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올해는 화장품 기업들이 다양하게 진출한 국가에서 조금씩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한해 화두는 신시장 개척이었다. 해외 매출의 90%가량이 중국에서 발생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LG생활건강은 미국 기업 뉴에이본을 인수하며 북미 사업의 기반을 마련했고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러시아 등에 새롭게 진출했다. 올해도 브랜드를 추가로 진출시키며 입지를 다질 계획이다. 코스맥스는 지난해 러시아에 이어 올해 터키, 스페인의 유통회사와 손잡고 현지 시장을 공략한다.

내수시장은 막막…멀티 브랜드숍 포화, 옥석 가리기 시작되나
지난 10월 서울 삼성동 파르나스몰에 첫 매장을 열며 한국에 진출한 세포라/사진제공=세포라코리아 지난 10월 서울 삼성동 파르나스몰에 첫 매장을 열며 한국에 진출한 세포라/사진제공=세포라코리아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은 기대해볼만 하지만 내수시장은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인 시장 침체에 더해 화장품 업체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 상황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화장품 책임판매업체는 2013년 3884개에 불과했지만 5년 만인 지난해 1만2673개로 3배 이상 급증했다.


원브랜드숍은 계속해서 살 길 마련에 급급한 한편, 멀티 브랜드숍도 포화 상태여서 옥석 가리기가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뷰티 공룡 세포라가 지난해 국내에 진출하면서 멀티 브랜드숍의 경쟁이 심화했다. 세포라는 이달 중 신촌 현대백화점 유플렉스에 3호점을 오픈하고 연내 7개 매장을 추가로 연다. 시코르, 올리브영, 아리따움, 네이처컬렉션, 눙크 등 기존 멀티 브랜드숍은 차별화 전략을 고심해서 짜고 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H&B(헬스앤드뷰티) 스토어, 멀티 브랜드숍이 쭉쭉 성장하던 시기는 지났고 국내에서는 대박 아이템이 탄생하지 않는 한 반전 카드를 마련하기가 어렵다"면서 "결국 성장 동력은 글로벌, 특히 글로벌 온라인 시장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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