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다단계 사기에 투자한 라임, 헛발질 덮으려다 '꽈당'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조준영 기자, 송정훈 기자 2019.12.30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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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무역펀드가 투자한 美펀드, 다단계 돌려막기로 SEC적발..."라임은 투자자 알리지 않고 문제 키워"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IFC에서 최근 62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브리핑 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IFC에서 최근 62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브리핑 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국내 1위 사모펀드 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이 해외 부실투자를 감추기 위해 투자자의 눈을 가리는 '꼼수'를 부린 것으로 나타났다. 라임이 최근 환매를 중단한 무역금융펀드는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커졌다.

30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11월26일 글로벌 무역금융 전문투자회사 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그룹(IIG)의 등록을 취소하고 관련 펀드자산을 동결하는 조치를 취했다.뉴욕에 본사를 둔 IIG는 라임펀드가 투자한 헤지펀드(STFF)를 운용했다.



SEC는 IIG가 지난해 투자자산 채무불이행 상황을 속이고 투자자들에게 가짜 대출채권을 판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기존고객의 환매가 들어오면 신규투자금으로 돌려막은 것으로 나타났다.

라임운용은 개인고객 투자금 2436억원과 신한금융투자에서 받은 대출금 3500여억원 등 총 6000억원 가량의 무역금융펀드를 운용했는데, 이 중 약 2억 달러(약 2300억원)를 지난 2017년 IIG가 운용하는 헤지펀드에 투자했다.



그러나, IIG가 이미 2018년 6월부터 펀드 기준가격을 제대로 공지하지 못하는 등 이상 징후를 보였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거액을 투자한 라임도 이같은 상황을 알아차리고 '탈출 전략'을 세웠다.

라임은 올해 6월 IIG에 넣었던 4개 펀드의 투자금을 빼냈다. 이후 싱가포르 R운용사와 미국 무역금융 헤지펀드 지분을 재구조화해 손실을 이연하는 계약을 맺고 약속어음(Promissory Note)으로 갈아탔다.

사실상 펀드 구조가 완전히 바뀐 것임에도 투자자들에게는 이와 관련한 통지가 없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라임은 펀드 구조가 변경된 사실을 알리지 않고 여전히 건실한 투자자산에 투자하고 있는 것처럼 투자자들을 속인 정황이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사기'라고 볼 여지가 있다는 것.

금융당국이 라임 무역금융펀드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경우, R사가 이를 근거로 원금상환을 거부 또는 지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악의 경우 약 2300억원 전액이 손실로 처리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라임자산운용은 이번 사태에 대해 최대한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라임자산운용 측은 "무역금융펀드는 운용사와 손실이 발생하면 원금을 최대한 회수할 수 있는 구조화 계약을 체결한 상태"라며 "향후 IIG의 헤지펀드 자산 동결 조치 해제 등 후속 조치에 따라 투자자산 유동화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앞으로 주목할 것은 삼일회계법인의 실사 결과다. 회계업계에 따르면 삼일회계는 라임운용이 환매를 중단한 1조5000억원 규모의 펀드에 대한 실사를 내년 초 마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도로 금감원은 라임운용이 무역금융펀드 자금 상황을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투자한 사실 등을 조만간 검찰에 통보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사태의 키를 쥔 라임자산운용의 이 모 전 부사장의 행방은 묘연한 상황이다. 이 전 부사장은 지난달 코스닥 상장사 횡령 혐의에 연루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인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잠적했다. 검찰은 이 전 부사장에 대해 지명수배까지 내렸지만 아직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각에선 '폰지사기'(기존투자자 환급분을 다른 투자자의 자금으로 대체하는 다단계수법)라고 얘기하지만 법률상 그런 조항이 없기 때문에 실체적 진실을 따지기 위해서는 이 전 부사장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해외로 가지는 못했을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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